지록위마(指鹿爲馬)

사슴을 가리키면서 말이라 한다는 뜻으로 윗사람을 농락하여 권세를 마음대로 휘두르는 사람을 일컫는다. [사기 진시황기 史記 秦始皇紀]

진시황이 천하를 순행하던 중 병을 얻어 일어날 수 없이 되었을 때 장자 부소(扶蘇)에게 황제의 자리를 물려주도록 명하고 눈을 감았다.

그러나 승상 이사(李斯)와 환관 조고(趙高)는 유조(遺詔)를 변조하여 어린 둘째아들 호해(胡亥)를 황제로 세웠다.

호해는 즉위 다음해 봄에 지방을 순행하고 수도 함양(咸陽)으로 돌아와서 조고에게 말했다.

“사람의 일생이란 달리는 말을 좁은 틈으로 보는 것처럼 순식간에 지나가는구려. 나는 세상의 모든 낙을 마음껏 즐기고 싶소.”

조고는 호해의 관심을 국정에서 멀어지게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폐하, 당연한 생각이십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법을 엄하게 하고 형벌을 가혹하게 하여 백성이 법을 두려워하도록 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말이 많은 구신(舊臣, 진시황 때 의 신하)들을 모조리 조정에서 몰아내 귀찮게 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폐하의 뜻대로 이룰 수 있고 또 마음 놓고 즐거움을 누릴 수 있습니다.”

“옳은 말이요.”

그 후 조고는 승상 이사를 모함하여 반역으로 몰아 죽이고 중신과 왕자들을 축출하고 스스로 승상이 되어 나라의 실권을 한 손에 쥐었다. 조고는 이에서 만족을 모르고 황제가 되려고까지 했다. 조고는 우선 조정 신하들의 의중을 살핀 뒤에 계획을 실행에 옮기려 했다.

어느 날 조고는 신하들이 모인 자리에서 사슴 한 마리를 호해에게 바치며

“폐하 말이 하도 귀엽게 생겨서 폐하에게 바치려고 가져왔습니다.”

호해는 어이없다는 듯 좌우를 돌아보며

“무슨 소린가? 사슴을 말이라니.”

신하 가운데에는 조고에게 아부하는 자가 많았다. 그때 조고의 심중을 짐작한 자가 앞으로 나서며

“폐하, 승상의 말씀이 맞습니다.”

그러나 조고가 거머쥔 조정에도 곧은 신하는 있었다.

“무슨 소리요, 분명한 사슴을 가지고….”

“저것은 말임에 틀림이 없소.”

직언하는 몇몇 신하와 조고에게 아부하는 무리들로 떠들썩했다. 조고는 사슴이라 직언한 신하들을 하나하나 마음에 새겼다가 모두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조고는 호해가 나이가 들면서 자신의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자 호해를 몰아내고 부소의 아들 자영(子嬰)을 황제에 올렸다. 그러나 자영은 황제가 되자 곧바로 조고를 처단했다.

출판사 다할미디어 (02)517-9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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