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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 幽境
2017년 11월 21일 (화) 15:36:09 안혜경 3777@kknews.co.kr

   
▲ 유경 幽境청전 이상범 (靑田 李象範 1897 ~1972) 1960년 수묵담채 24×129㎝ 호암미술관

오랜 여행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 멀리 무성산 능선이 보이기 시작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집에 돌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한지를 구겼다 다시 펼쳐 놓은 것 같은 크고 작은 골짜기가 햇빛을 받고 그림자를 늘어뜨린다. 멀리서 바라보는 무성산은 굴곡이 크지 않고 편안하게 누워 쉬는 어미 소의 등과 같다. 나무가 소털처럼 촘촘하게 서 있고 미묘한 색이 어우러진 무성산을 보면 초근하고 편안한 집과 가족을 연상 한다.

무성산은 남북으로 길게 뻗어있고 높이는 614미터이다. 등뼈처럼 남북으로 길기 때문에 골짜기마다 마을이 있고, 내가 살고 있는 쌍달리는 무성산 동쪽 자락에 있다.

국도 23번길에서 3km정도 마을길을 따라 들어오면 집이 있고, 무성산에서 내려오는 맑고 깨끗한 냇물은 구불구불 길을 따라 흘러 정안천과 만나고 금강으로 흐른다.

청전이 어린 시절을 보낸 석송리는 쌍달리와 가까운 이웃마을이다. 석송리는 그곳에 있는 석송정에서 따온 마을이름으로 소나무와 관련 있는 마을 같은데 지금은 정안면의 다른 마을과 마찬가지로 밤나무로 가득 차있다. 정안 밤이 유명하니 모두 밤나무를 심는다.

대학에 다닐 때 리포트를 쓰기위해 동산방 화랑에 전시를 보러갔다. 청전 이상범과 소정 변관식의 전시회. 동양화에는 관심이 없던 나는 소정과 청전을 꽤 오랫동안 혼돈했고 청전의 섬세하고 부드러운 그림 보다는 소정의 거친 듯 자유로운 그림을 좋아 했다. 혈기 왕성하고 호기심 많은 20대 학생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지금은 동양화에 관심도 많아졌고, 마침 공주향토문화연구회에서 충남·세종의 예술인물이라는 주제로 향토사대회를 열고, 이 지역의 화가들에 관한 연구 발표가 있었는데 이태호 교수님이 오셔서 청전 이상범에 관한 강의를 했다.

청전 그림에 산과 물이 공주 정안풍경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교수님도 같은 말을 하셨다. 청전은 어린 시절을 보낸 눈에 익숙한 산과 하천을 그렸다.

특히 50년대 이후 20여 년간의 성숙한 청전그림은 한적한 우리 산하의 풍경을 담고 있다. 수평 구도에 잡목과 풀숲이 어우러진 야산과 개울, 농가나 산골의 집, 소를 모는 농부, 지게를 지고 가는 노인과 짐을 머리에 인 여인, 거룻배와 낚시질 하는 노인 등 그 당시 시골에서 사라져가는 모습을 담았는데, 이는 어린 시절 보았던 고향 정취를 그림으로 남긴 것이다.

이처럼 인적이 드문 산골 야산과 그곳의 생활을 담은 청전회화의 전형은 서구 문화에 침범당하지 않은 현대문명이 침식할 수 없었던 우리 강산의 정적이 담겨있는 관념적 이상향으로 정립되었다. 이 시기 그림은 제목을 적지 않은 것이 특징인데 그림에 방해되는 불필요한 것 일체를 거부하는 근대식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다.

소정이나 동시대 작가들이 마치 전통을 살린 듯 그림에 당·송 대의 시 등 남의 시구를 번잡스레 빌어다 쓰는 풍조에서 탈피한 것이다. ‘한국미술사의 라이벌’에서 이태호는 청전의 그림을 이렇게 말한다.

“먹의 농담변화와 비스듬한 붓 터치, 반복해서 붓을 누르고 떼고 세워서 자유롭게 표현한 낮은 언덕과 풀숲, 냇물, 자세히 보면 소와 함께 집으로 가는 지게 진 노인이 있다. 생동감 있는 붓질은 바람소리, 물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그림을 가까이에서 보면 붓터치가 현대 단색화를 보는 듯하다.”

내가 좋아하는 무성산 모습은 수촌리에서 보는 것이 최고다. 수촌리를 지나면 청전그림에 나오는 정안천 모습과 풀숲이 반갑다. 아아 청전은 서울 누하동 청연산방 화실에서 어린 시절 살던 정안천 모습을 떠올리며 그림을 그렸나보다.

그림제목으로 알려진 유경(幽境)은 심오하고 조용한 곳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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