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가 있다 하여 어느 모임에 가니 18년에 실시되는 지방 선거에 출마하고자 하는 선량들이 자기들 얼굴과 이름을 알리고자 많이 나와 있습니다.

보는 이는 누구에게나 친절하게 인사하고 반가워하는데 나름 다들 훌륭한 이력을 가진 사람들이기에 내심으로는 축하를 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그 아사리판에 무엇하러 뛰어 들려 하는가 하고 두 손 잡아 말려주고 싶은 사람들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하지만 당사자들에게는 정치 병이 깊게 들어서 그것 밖에는 보이지 않는 관견을 가진 사람들이기에 귀로 듣기에는 쓰디쓴 말이 몸에 좋다 하지만 아예 듣는 귀는 닫아 놓은 상태로 보이기에 그런 권유를 한다는 것이 말만 귀양 보내는 일에 다름없습니다.

나이가 조금 들고 보니 요즘은 가급적 말은 적게 하고 귀 기울여 듣는 것에 치중을 하고 살지만 때에 따라서는 너무 지나치게 직언을 하는 바람에 괜한 오해도 사는 경우가 없지 않습니다.

당신밖에는 할 사람이 없다고 공주 시민이 연판장을 들고 나와 읍소를 한다 해도 나는 그릇이 아닙니다 하고 손사래를 쳤다는 사람은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오직 내가 제일이요 나밖에는 할 사람이 없다는 심사로 시도 때도 없이 얼굴을 내밀고 친절하게 손을 잡으며 어찌 그리 말은 잘 하고 생김새는 멋드러진지요.

과거 소유와 허부라는 이들의 고사가 생각납니다. 요 임금 때 소부와 허유는 청렴하고 결백한 사람으로 알려졌다. 소부는 나무 위에 까치집을 짓고 살기 때문에 소부라 불렀다. 이 두 사람은 가장 친한 친구요, 당대에 어질고 고결하기로 이름이 높은 사람이었다.

요 임금은 자신의 덕이 허유만 못하다 하여 허유에게 자기 대신 천자가 되어 주기를 원했다. 그러나 허유는 이를 거절하고 돌아가 소부에게 그 이야기를 하니 소부는 허유를 꾸짖어 “자네가 가만히 숨어 있으면 그런 더러운 소리가 왜 자네 귀에 들어오겠는가? 쓸데없이 돌아다니기 때문에 그러한 말을 얻어 들었겠지. 자네는 이제부터 나의 친구가 아니니 다시는 나를 찾아오지 말게”라고 했다.

소부는 허유의 등을 쳐서 내쫓아 버렸다. 쫓겨 나온 허유는 몹시 슬펐다. 허유는 맑은 물가에 와서 귀와 눈을 씻었다. ‘공연한 말을 듣고 좋은 친구와 의를 끊었다’하고 허유는 기산 속으로 들어가 다시는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

이 때 변중부라는 사람이 소를 몰고 나와 맑은 물가에서 소에게 물을 먹이다가 허유가 그 물에 귀를 씻었단 말을 듣고 ‘이크! 이 더러운 물을 나의 소에게 먹이다니’ 하면서 변중부는 물을 먹이지 않고 소를 끌고 돌아갔다.

소부나 허유나 변중부 등의 이야기를 살펴보면 요순시대는 태평성대였음을 알 수 있고 또 요임금이 자기의 아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인을 모셔서 다음 왕위를 물려주고자 하였다는 이야기에서 무욕과 결벽에 가까운 선인들의 삶을 보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훌륭한 덕망을 가진 이들조차 정치를 하라는 말에는 귀를 씻고 소를 몰아 갈만큼 정치라는 것은 아무리 잘 한다 하여도 잘 한 것은 남지 않고 못한 것만 남아 오래도록 인구에 회자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자기의 욕심을 앞세우고 주위에 부추기는 몇몇 사람들의 소리에 자아도취 되듯 그래 나 밖에 없어 하는 실타래만한 생각이 일어나는 순간 그 실타래처럼 아무 힘없는 생각이 불뚝지심을 일으켜 필부도 용맹지심을 일으키게 하고 범부도 성현군자인 듯 착각하게 하니 승자는 웃을지 몰라도 패자는 울분과 두려움으로 정신 착란에 가까운 편집 증세를 보이면서 사람들 마음을 갈라놓고 치유되기 어려운 상처만 남깁니다.

그래서 불가에서는 한 생각을 잘 가지라 하는 의미로 호리유차 천지현격이라는 말을 하는 것입니다. 터럭만큼의 차이가 커져서 하늘과 땅 사이만큼 벌어지면 그때는 본인이나 가족들 그리고 시민들까지 되돌릴래야 되돌릴 수 없는 고뇌와 아픔이 따르는 길이 그 자리입니다.

유가에도 수신제가 한 연후에 치국평천하라는 말이 있는데 그 말이 자칫 수신제가를 하고 나서는 치국평천하를 하는 것이 진정한 남아의 일인 양 추켜대는 말로 들려서 필부들에게 자가당착적인 헛꿈과 착각을 일으키기 쉬운데 결코 수신제가를 이룬 사람들은 이미 치국평천하를 한 사람들이기에 헛된 꿈을 꾸지 않고 소부와 허유처럼 조용히 사는 일반 시민들입니다.

함포고복하는 세상을 누군들 바라지 아니하랴마는 지금의 정치하는 모습들을 보아서는 돈과 이권에 매달린 아수라와 마군이들의 투전장으로 밖에는 달리 뭐라 표현할 길이 없음을 안타까이 생각합니다.

선거를 하지 않고 선거에 나온 사람들끼리 모여서 게임을 하든 경기를 하든 퀴즈를 내든 가위바위보를 하여서 나라 돈 안들이고 하는 선거가 진행되기를 바라고 그렇게 하고도 당선이 되는 자들은 국리민복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나왔으니 받는 봉급 한 푼도 집으로 가져가지 말고 어려운 이웃들 위해 시작부터 마칠 때까지 전액을 내 놓겠다 하는 이가 되기를 바랍니다.

또 한 번 열심히 하여 후회 없는 공과를 이루었다면 더 이상의 욕심은 내려놓고 이만하면 여한이 없다는 말을 하며 자기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현인을 찾아 읍소해 가면서 청할 줄 아는 요 임금 같은 이가 되기를 바랍니다.

저작권자 © 금강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