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rayat Pongdam 태국 1934-2014 목판화 37×47㎝ 2005

왕과 나, 콰이강의 다리 등 영화에서만 보던 이국적인 나라, 무에타이의 나라, 태국은 20년 전에 어머니와 함께 패키지여행으로 처음 접한 국가이다.

여행을 하며 화려하고 거대한 불교 사원이 신기했다. 온통 황금색으로 치장한 거대한 파고다와 불상은 우리나라 절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번쩍이는 사원 밖의 풍경은 화려한 사원과는 대조적으로 가난하고 시끄럽고 복잡했다.

태국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캄보디아 앙코르와트를 여행하며 사원에 있는 수많은 조각과 벽화를 보면서 이다.

많은 나라가 주변국들과 전쟁과 영토분쟁이 자주 일어나듯이 태국도 국경이 닿아있는 나라와 많은 전쟁을 했고 그 이야기가 벽화로 남아있었다.

주변 국가들이 서구의 식민 지배를 받았지만 태국은 동남아시아에서 지배를 받지 않은 유일한 나라이며 한국 전쟁 파병 국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태국에 관한 정보를 찾기는 쉽지 않다. 그저 동남아의 저렴한 여행지, 농촌 총각에게 시집온 처녀, 트랜스젠더…국왕의 죽음으로 애도하는 국민들, 인터넷을 뒤져 찾아내는 여행정보가 대부분이다.

2018년 2월에 방콕과 치앙마이 워크숍에 참여하며 태국 현대 작가들의 그림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미국과 유럽 위주의 미술교육과 정보가 대부분인 우리나라 현실에서 처음 보는 태국 작가들의 그림은 독특했다. 그들만의 고유한 모습을 갖고 있었다.

아티스트 퐁담은 태국의 국가예술가이다. 워크숍이 열린 포창예술학교에서 공부했고 실빠꼰 대학을 졸업한 작가이며 태국자연, 생활, 사랑을 간단한 인간과 동물 기호로 목판화로 표현한다. 고양이, 박쥐, 새, 부엉이, 물고기, 닭 등을 간결하게 표현하고 시골 농부와 어부를 마치 풍속화처럼 다루었다.

그는 사원, 교회, 사당, 현지 마을, 정원과 숲을 주제와 함께 구성 했다. 그의 목판화는 절제된 선과 색으로 강렬하며 종교화 같은 느낌이다. 워크숍 후에 들른 그의 미술관은 방콕 외곽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가 살던 집과 작업실을 개조해서 미술관을 만들었다. 지금은 그의 아들이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선택된 그림을 보자. 결코 고양이의 기세에 눌리지 않고 고양이와 물고기가 대치하는 모습이다. 한쪽에는 이미 먹어치운 생선뼈가 있지만, 눈을 부라리고 있는 고양이와 입을 크게 벌리고 이를 드러낸 물고기는 팽팽하게 기싸움 중이다. 강한 힘을 가진 고양이와 힘없는 물고기의 뻔한 싸움이다. 다시 태어나면 이들도 역할이 바뀔까?

소승불교국가인 태국, 고양이와 개, 사람이 함께 삶을 나누고 있다. 목줄을 하지 않은 개가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사원, 길, 버스 정류장, 가게에서 가장 시원하고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배를 깔고 누워있다. 사람이 지나가도 꿈적이지 않고 제 할 일만 한다. 수도승이나 예술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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