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짬뽕이 먹고 싶을 때가 있다. 그래서 막상 짬뽕을 주문하려고 하면 잠시 망설여진다. 짜장면도 먹고 싶은 것이다.

이처럼 일상의 아주 사소한 것에서조차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를 두고 갈등을 겪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물며 직업이나 직장을 선택하거나 배우자를 선택하는 것처럼 삶의 중요한 영역에서의 선택은 더더군다나 갈등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사소한 선택이든 중요한 선택이든 두 가지 이상의 동기가 서로 상충하여 이렇게 하기도 어렵고 저렇게 하기도 어려운 상태를 심리학에서는 갈등이라고 정의한다.

이러한 갈등 상황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요인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아이러니하게도 두 개 이상의 바람직한 대안들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할 때조차도 갈등을 겪는다. 하루 종일 미세먼지로 대기가 뿌연 날이 지속될 때 공기청정기를 살까 아니면 빨래 건조기를 살까 고민하는 경우에도 갈등이 생기는 것이다.

혹은 은퇴 기념으로 부부가 함께 홍콩여행을 갈까 아니면 싱가포르여행을 갈까 고민하는 상황 역시 오히려 부러울 정도이긴 하지만 나름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한편 안타깝게도 두 개 이상의 바람직하지 않은 선택 대안 중에서 하나를 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갈등도 있다. 제 때 자동차 정기점검을 잘 받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무심코 자동차 타이어가 상당히 닳아있는 것을 발견할 때가 있다.

자동차 정비소를 찾아가서 타이어를 교체하자니 오랜 시간 대기하는 상황이 달갑지 않지만, 그렇다고 타이어를 교체하지 않고 다니다가 갑작스러운 사고가 발생하거나 위험한 상황에 직면할까 두려울 때 겪는 갈등이다.

혹은 공부가 하기 싫어서 학교에 가기 싫지만, 집에 그냥 있자니 부모님께 꾸중 들을 게 싫어서 집에 있을 수도 없다는 어느 청소년의 고민 또한 난감하다.

어쩌면 하나의 목표를 바라는 동시에 회피하려 할 때도 있다. 물론 이 경우에도 갈등이 발생한다. 먹고 싶은 것은 많은데 살이 찔까 두렵거나, 술을 마시는 것은 즐거운데 숙취를 걱정하는 상황처럼 일상에서 자주 당면하는 갈등 중 하나이다.

재미있고 유익한 강좌가 개설되어 신청하고 싶은데 강좌 내용이 너무 어렵고 A학점 받기가 어려운 경우에 이 강좌를 신청할 것인가 말 것인가 갈등하게 된다는 학생들의 하소연 역시 갈등을 겪을만하다 싶다.

또한 각각 하나의 목표를 바라는 동시에 회피하려 하는 두 개의 목표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의 갈등도 있다. 체육에도 소질이 있고 음악에도 소질이 있는 자녀가 있을 때 어머니는 야구를 해보라고 하고, 아버지는 피아노를 계속 치라고 하는 상황에서 겪게 되는 갈등 같은 것이다.

야구를 선택하게 되면 어머니는 기뻐하시겠지만 아버지는 실망하실 테고, 반대로 피아노를 치면 아버지는 만족하시겠지만 어머니는 아쉬워하실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혹은 유망한 한 고교 배구선수가 두 대학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게 되었을 때도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한 학교는 지난 시즌에서 배구를 우승한 학교지만 선수들과 코치가 마음에 들지 않고, 다른 학교는 최근에 저조한 기록을 남기긴 하였지만 코치와 선수들이 마음에 든다면 쉽게 선택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의 일이다. 오랜만에 남편과 둘이서 1박2일의 일정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남편은 낚시를 하고 싶어 하는데 나는 미술관에서 그림을 감상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다행스럽게도 두 사람이 다 만족할 수 있는 대안을 그다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낚시에 적합한 곳을 목적지로 먼저 정한 다음에 그 주변의 미술관을 검색해보는 것이었다. 운이 좋았는지 낚시도 할 수 있고 근처에 가볼만한 미술관도 있는 마땅한 장소를 찾을 수 있었다. 첫날은 낚시를 하고 이튿날은 근처 미술관에 가기로 했던 그 날의 여행은 만족스러웠다.

어쩌면 홍콩과 싱가포르 중에서 어느 곳을 가야할지 고민 중인 부부의 경우도 홍콩과 싱가포르를 함께 엮은 패키지 상품을 알아보는 등의 방법으로 의외로 쉽게 갈등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자동차 타이어가 꽤 많이 닳았는데 교체하러 가야하나 버티어야 하나 고민 중인 경우 역시 사전약속제도나 출장수리를 이용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삶은 선택의 연속이고 선택의 과정에서 이러저러한 갈등을 겪게 되는 것 또한 필연이다. 그렇다면 갈등을 어떻게 슬기롭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삶의 만족도는 달라지기 마련일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굳이 갈등을 해결하기보다는 그 갈등을 그냥 그대로 즐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짜장면과 짬뽕 앞에서 매번 흔들리는 나 같은 사람을 겨냥해서 짬짜면이라는 메뉴가 등장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의외로 짬짜면의 인기는 오래가지 않았더랬다. 참 알다가도 모를 게 사람의 마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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