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Garden of Delights, 1505-10, Oil on panel, 220 x 390 cm, 프라도미술관, 스페인히에로니무스 보쉬(Hieronymus Bosch 네델란드, 1450-1616)

초등학교 때는 6.25가 되면 어김없이 반공 포스터를 그리고, 글짓기를 하고, 표어를 만드는 숙제가 있었다. 그 숙제는 한동안 복도에 전시되었고 오고 가는 길에 늘 눈에 들어왔다.

아침에 산에서 내려오는 사람은 간첩이라는 등등, 간첩 구별법이나 삐라를 발견하면 읽어보면 안되고 신고해야 한다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북한은 절대 가면 안되고 갈 수도 없고 우리와 다른 모습으로 머리에 뿔이 달린 공산당이 불쌍한 사람들을 착취하며 먹을 것도 없고 불쌍하게 살고 있으니, 우리는 평화 통일을 해서 그들을 물리쳐야 한다고 배웠다.

 가끔 간첩을 일망타진했다 거나 북한이 어선을 납치했다는 뉴스를 보며 만나 본 일 없는 그들을 무서워하고 그림에 늑대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것은 북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렇듯 북한의 실상을 모르고, 통치권력이 보여주는 데로 보도록 교육받았음을 알게 된 것은 대학에서였다.

동서냉전시대가 끝난 지 오래지만 유일한 분단국가 한국에서 전 세계가 주목하는 역사적인 일이 일어났다.영화 <공동경비구역>에서 송강호와 이병헌이 있던 자리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함께 섰다. 많은 사람들이 이 모습을 보며 감격했고 그들의 행동과 말 한마디에 관심을 갖고, 기자들은 뉴스를 생산했다.

갑자기 통일이 될 듯 흥분했고 심지어 북과 접경지역에 땅값이 올랐다는 얘기도 들린다. 우리에게 집중하는 이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피로 물들고 있고 시리아에서는 많은 사람이 죽어간다. 국가와 민족의 갈등으로 민간인들은 죽어간다.

수수께끼 같은 상징이 가득한 그림, 쾌락의 동산에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은 살아있지만 죽은 것과 다름없는 고통 속에 사는 인간 모습이다. 세개의 패널에 왼쪽이 에덴의 낙원, 중간이 실낙원의 인간세계, 오른쪽이 지옥으로 양쪽패널을 문처럼 닫을 수 있는 재단화이다.

그림 내용은 인간이 낙원에 살았지만 현세에 쾌락의 죄를 짓고, 마침내 지옥에서 죄 때문에 벌을 받는다는 것이다. 보쉬는 창조와 죄, 영혼의 파멸을 세밀하게 그렸다. 많은 인간과 동물, 새, 식물은 기괴하게 일그러지고 조합되어 더욱 불편한 모습을 하고 있다.

세밀한 묘사로 그림을 보는 내내 더욱 불편한 마음이다. 플랑드르 지방 미술의 특징이 잘 나타난다. 현실을 관찰하여 빛에 따라 나타나는 재질감을 정교하게 표현했다. 이 세기에 확립된 유채화의 세밀하고 뛰어난 세부 묘사는 플랑드르 화파 그림의 특징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살던 피렌체 르네상스와 보쉬 가 살던 플랑드르지방, 네델란드는 매우 다른 모습이다. 모든 악에도 이 세상은 선하고 질서 있고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이탈리아 미술과 모든 기쁨과 즐거움에도 이세상은 근본적으로 비극적이고 악으로 차 있는 신비한 곳이라고 생각하는 북유럽 미술, 정치와 경제, 자연은 예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미술은 그린 사람의 개성이 보이고 그 시대와 장소를 표현한다.

보쉬의 세계는 수많은 상상과 상징으로 이루어져, 신비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요소들이 많다. 그래서 그의 그림에는 많은 해석과 이야기가 따라다닌다. 20세기 초에 나타난 초현실주의 그림에 환상은 보쉬의 그림과 닮았다.

종교로 인간을 지배하던 중세, 이데올로기의 냉전 시대, 지금은 종교와 민족을 내세운 국가권력, 늘 약자는 힘없는 어린아이와 여자, 권력 밖에 있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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