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대장이 여름 두레 먹는 날 민속 내려와

계룡면 하대리 칠석제가 8월 16-17일(음 7월 7일) 하대리칠석보존회(회장 김중섭)주관으로 하대2리 마을회관과 하대리 일대에서 성대하게 개최됐다.

1970년대만 해도 계룡산 자락의 12개 마을 두레패와 풍장패가 모여 한바탕 축제를 벌였던 하대리 칠석제는 ①걸립풍장 ②농기 모시기 ③칠석제 ④농기 고사로 크게 나누어 진행된다.

두레바탕으로 농기를 세우러가는 주민들

농기를 세우고 고사를 지내는 모습

 

농기를 세우고 마을의 안녕을 비는 풍장을 치는 장면

첫째날인 16일 오후 2시 농기를 들고 풍장을 치며 두레 바탕으로 나가 농기와 영기를 세우는 농기세우기를 시작으로 두레논매기와 논매기 소리 재현인 두레논매기, 집집마다 복을 빌어주며 축원하는 걸립풍장 순으로 시작됐다.

농기를 세우면 두레논매기를 하는데 논매기 소리 재현 장면


화동을 무등태우고 칠석제 고사장으로 가는 풍장패

둘째날인 17일 오전 9시 칠석제를 알리는 풍장인 고풍장을 시작으로 농기를 칠석제 고사장으로 모시기 위해 두레 바탕으로 나가 농기와 영기를 모시는 농기 모시기, 전 주민이 참여하여 고사를 지내는 칠석제를 정자나무 아래서 지냈다. 이어 농기에 고사를 지내고 소원을 비는 소지를 올렸다.

칠석제 고사장에 농기를 세우는 장면

칠석제에서 제관이 절을 하는 장면

주민과 참석자들이 소지를 태워 올리며 마을의 안녕을 빌고 있다.

11시 칠석제 행사에서 공주문화원 최창석 원장은 “우리 전통민속은 암울했던 일제 강점기에도 끊이지 않고 이어져 온 귀중한 우리의 정신적인 무형문화유산”이라며 “우리 세대가 잘 보존하여 후손들에게 상생하는 두레 정신과 선조들의 문화를 이어주기를 바란다”고 축사에서 밝혔다.

공주문화원 최창석 원장의 축사


또 이상근 충남무형문화재 얼레빗 장인은 “칠석제를 절기로만 알고 있지만 우리의 정통 두레 유산을 이어온다는 뜻에서 우리가 자부심을 갖고 전통소리와 문화유산을 잘 보존하자”고 당부했다.

행사에 이어 하대리 풍물패와 의당면 논두렁밭두렁 풍물패의 합동 풍장으로 계룡산이 들썩거릴 만큼 마을 주민이 모두 흥겨운 풍장판을 벌였다. 또 계룡초등학생들의 씨름대회와 상모돌리기 민속체험으로 즐거워하는 어린이들을 보면서 미래의 두레풍장패를 기대해도 좋은 전통두레 한마당이었다.

계룡초등학교생들의 씨름이 행사장 분위기를 압도했다 


행사 마지막에 모두 풍장과 춤으로 흥겨운 화합 한마당이 되었다.

특히 이날 행사는 충남무형문화재 등록을 위한 심사가 진행되었는데 심사 뒷 이야기로는 공연화하는 민속이 아닌 주민들이 스스로 두레풍장을 해오면서 우리 민속문화를 생활화하려는 것이 돋보였다는 평으로 주민들은 하대리칠석제의 충남무형문화재 등록에 한껏 기대를 갖고 있기도 했다.

500여년 전부터 지내 온 계룡면 하대리 칠석제는 조선 초 한 선인이 하대리 마을 앞에 열두그루 느티나무를 심어 계룡산 자락에 역사적인 인물 12명이 날 것이라며 마을에서 고사를 지내라고 하여 칠석제를 올리기 시작한데서 유래됐다.

또한 조선 초 삼남에 암행시찰을 내려가던 영의정이 이 마을의 양반집에서 환대를 받고 마루들(하대2리 자연마을) 두레의 농기(農旗)에 수결을 하여 이른바 ‘영의정 농기’가 서면서 하대리와 중장리 12개 두레가 칠석제를 마친 정자나무 바탕에서 여름두레를 먹는 열두대장이(일명 열두대징이)두레풍장을 벌였다고 전해온다.

일제강점기에 일인들이 군선을 만든다며 느티나무 열 한 그루를 베어간 사건이 있었는데 이는 민족정신을 말살하려는 책동이었다.

그 후 남은 한그루를 정성으로 가꾸어 제관들이 잔을 올리는 유교식으로 진행되는 하대리칠석제는 ‘동네잔’이라는 이름으로 풍장의 상쇠가 잔을 올리고 주민들이 모두 절을 하는 절차로 이어져 오늘날 하대리의 화합의 장소로 승화시켜나가고 있다.

하대리칠석제 전통을 이어가는 하대리풍장패의 기념촬영 

저작권자 © 금강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