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득규, 일상의 낙원_수확, 40cmx33cm, 수묵담채, 2018

그의 작품을 보기전에 사람을 보았다. P작가 개인전이 있던 날,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띠는 박득규 작가를 서울에서 만났다. P작가의 작품 설치를 비롯하여 여러가지를 도와줬다고 한다. 내가 해남 임하도 레지던시에 있는 동안 한번쯤 만날 법도 한데 얘기만 들었을 뿐 처음 보았다.

그는 해남 화원에서 무화과 농사를 지으며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그림 그리기도 고된 일이지만 농사도 만만치 않다. 나도 공주로 귀농해서 농사 일도 거들고 그림을 그린다고 하지만 그림 만큼이나 농사도 돈이 되지 않는다. 늘 웃음 띤 얼굴로 나타나지만 그의 농사도 그림도 녹녹치 않으리라 조심스럽게 짐작한다.

그러다가 국제수묵비엔날레 국제적 수묵수다방, 레지던시작가로 참여하며 더 자주 만났다. 안식당에 냉장고가 필요하다는 말에 더운 여름날 땀을 흘리며 냉장고를 차에 실어 왔고, 목포 지리를 모르는 나를 위해 시장을 안내해 주었다. 언제나 허허 웃으며 덜덜거리는 차를 끌고 나타났다.

처음 본 그의 그림에는 무화과 동산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있다. 어린애, 새, 개, 하늘이 어울려 무화과 나무 사이에서 제멋대로 놀고있다. 그는 무화과 농장에서 고단한 일상을 그림 속에서 행복한 시간으로 바꾸어 놓았다.

어쩌면 농장일이 힘들기는 하지만 답답한 도시보다는 여기가 낙원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자식을 위해 도시로 가는 사람들로 시골 마을에 빈집은 늘어가는데, 돌아온 화가는 여기가 낙원이라고 그림으로 얘기한다.

무화과는 위쪽지방에서는 낯선 과일이다. 내가 처음 무화과를 맛 본 것은 오래전 남도 여행길 민어 횟집에서 나온 무화과 조림이었다. 무엇인지 몰라서 주인에게 물어봤고, 최근 해남에 머물면서 처음 생 무화과를 먹었고 나무를 보았다.

두툼하고 짙은 녹색으로 깊이 갈라진 무화과 잎은 햇빛을 잘 받은 건강한 색이고, 새로운 가지가 빨리 자라도록 가지를 친 회갈색을 띤 나무는 건강하고 다부진 체격의 뱃사람을 보는 것 같다. 그렇게 강하게 보이는 무화과 나무에 열린 과일은 연약하기 그지없다.

잘 익은 무화과는 홍시처럼 조금 세게 만지면 손가락이 쏙 들어가고, 쉽게 무른다. 그러나 잼으로 조림으로 다양하게 변신한다. 힘찬 먹선으로 그린 무화과 잎과 나무, 그 속에서 흥겹게 일하고 놀고 쉬는 사람들은 무화과처럼 쉽게 상처받는 사람이다.

익을수록 부드러워지는 껍질 속에는 그 전에는 볼 수 없었던 무화과 꽃이 달고 향기롭게 차곡차곡 쌓인다. 저마다 향기를 갖고있는 사람들은 무화과를 닮았다.

해남 땅, 화원반도, 짭쪼름한 바닷바람 쐰 득규네 무화과를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기간동안 원없이 먹었다. 무화과 밭에서 방금 나온 듯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낙원의 맛을 가져왔다. 무화과 동산에서 득규가 그림 그리며 쭉 잘 살았으면 좋겠다.

백악기부터 공룡들과 살았던 무화과처럼 험한 세상, 고단한 일상에서 잘 진화하며 속이 꽉 찬 무화과를 닮았으면 좋겠다. 꽃이 꽉 찬 향기로운 득규네 무화과를 계속 먹고 싶다. 꿈꾸는 무화과 동산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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