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야부리는 태국 방콕에서 북동쪽에 있으며, 차를 타고 30여분을 달려야 한다. 3개월 동안 나는 이곳에 있는 대학(RMUTT)에 머물며 예술작업을 한다.

대학은 학생들을 위해 전 세계에 있는 작가를 초대하고 작가는 늘 작업실 문을 열어놓고 그들을 만나 다양한 예술과 삶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집을 떠난다는 말에 싫다는 말은 하지 않고 서운한 마음을 감추며 내편은 당부한다. “호박, 사람들, 집… 이런 거 신경 쓰지 말고 가서 많이 보고 경험하고 사람들도 만나고 그래.” 이 말은 그동안 했던 예술작업은 잊고, 집안일도 잊고 새로운 일을 해보라는 격려다.

대학 교수들과 함께한 점심시간에 학장이 나에게 계획이 있냐고 묻는다. “My plan is no plan”이라고 하니 좋은 계획이라며 웃는다. 새로운 곳으로 떠나며 세운 계획이 때로는 소용없을 수도 있다.

사실은 이곳에 오기 전에 이런저런 일로 준비할 시간이 별로 없었다. 미리 사놓은 비행기 표, 그림 그릴 한지, 여름옷 약간, 집에서는 먹지도 않는 ㅎ표 고추장과 멸치 한 주먹을 들고 왔다.

축제연휴로 한가한 학교에 노점을 준비하느라 사람들이 분주하다. 해가 지고 달이 뜨니 더 많은 사람이 쏟아져 나와서 소란하다. 호수 주변에서 무대공연, 영화, 밴드 음악, 길거리 음식, 색색 조명 끝없이 펼쳐진다.

이틀 동안 열리는 보름달 축제, 축제에는 당연히 먹을거리가 빠질 수 없다. 밥을 모두 밖에서 사 먹는 태국은 한국처럼 여자들이 밥 스트레스는 없어 보인다. 우리나라 집밥은 그들에게는 이상하고 매우 힘든 일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동남아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 여성은 자유롭고 늘 웃으며 반기는 사회에서, 무뚝뚝하고 엄격한 표정, 무표정인 사회로 와서 매일 집밥을 차려야 하는 완전히 다른 문화에 굉장히 당혹스러울 것이다.

축제의 최고점은 꽃장식에 초와 향을 피우고 소원을 빌며 호수에 띄워 보내는 일이다. 밤이 깊어 갈수록 각자의 바람을 담아 불을 밝힌 초는 하늘에 별처럼 하나, 둘 그 수를 더해간다.

‘즐겁고 건강하게 지내고 집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나도 속으로 중얼거린다.

태국으로 이동과 이틀간 축제 참여, 한국과 극심한 온도 차이로 인해 감기가 찾아왔다. 꽃 장식으로 소원을 빌었는데…. 태국 가족의 돌봄과 약의 도움, 흰죽으로 다시 살아났다. 정신을 차리고 학교에 돌아오니 학생들이 돌아와서 시끌시끌하다. 자전거와 오토바이가 돌아다니고 곳곳에 학생들이 웃고 떠든다.

작은 가게도 모두 문을 열었다. 짙은 녹색 나무 그늘에 사람과 개들이 어울린다. 어슬렁어슬렁 목줄 없는 개는 가장 시원한 곳으로 움직이고 배를 깔고 엎드린다. 그들은 모두 가장 행복한 모습으로 웃고 떠든다. 나도 그들처럼 석 달을 보낼 것이다. 이 곳 태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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