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공주 문인들의 모임에 참석한 김정섭 공주시장은 공주문학관 건립의 복안을 발표했다.

정치하는 분들이 선거 때 발표한 공약은 당선 후 폐기되거나 변질되는 경우가 흔한데, 이 분은 취임 반년도 안 된 시점에서 공주문학관 건립 공약 실현을 공개적으로 약속했다.

사실 득표만 생각한다면 문학관 건립은 별로 도움이 안 되는 정책일 것이다. 문인 숫자도 얼마 안 되고 또 문인들은 대체로 권력에 비판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 공약을 우선순위로 지키려 하는 것은 그의 문학에 대한 깊은 이해와 남다른 애정 때문일 것으로 짐작된다.

그런데 시에서 덜렁 건물 하나를 문학관용으로 내 주는 것만으로 문학관 설립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공립문학관 설립에 관한 절차와 내용은 문학 진흥법 19조 및 동 시행령 13조에 규정되어 있다.

설령 그 법 절차를 따르지 않고 문학관을 설립한다고 해도 사전 준비와 함께 계획을 철저히 세우지 않으면 성공을 담보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에 대해 평소 생각해 왔던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첫째, 문학관 설립 준비위원회(혹은 자문위원회)를 만들어 여기에서 충분한 논의와 토론을 거쳐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 위원회는 문인 대표, 큐레이터, 행정 지원 책임자, 학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하고, 거기서 세미나, 심포지엄 등을 통해 문학관의 성격, 규모, 설립 주체, 콘텐츠 구성, 운영 방향 등을 도출해야 한다. 또한 시의회와의 협조 아래 문학관 지원 조례를 제정하여 제도적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문학관 건립이 확정되면 바로 운영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여기서는 준비위원회에서 만든 안에 따라 구체적으로 문학관의 운영에 관한 세부 집행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실제 운영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문학관의 조직 구성, 업무 분장, 자료 수집, 자료의 전시 방식과 구성, 문학 향수자 교육, 공주문학 연구 등 문학관 운영에 관한 전반적이고 실제적인 사항들을 논의하고 결정해야 한다.

셋째, 문학관의 성격을 분명히 해야 한다. 공주문학에 관한 총괄적이고 전반적인 문학관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규모를 축소하여 공주의 근대문학으로 범위를 한정할 것인지, 그도 아니면 공주에서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문인들의 정보 교류와 문학 창작 역량 강화 구심점 정도로 할 것인지 그 성격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이에 따라 문학관의 규모나 성격이 결정될 수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넷째, 문학관의 콘텐츠 구성에 관한 고민이다. 공주는 역사와 문화적으로 그 뿌리가 깊고 유원한 도시다. 공주의 문학 또한 마찬가지다. 고대 신화 전설에서부터 백제, 고려, 조선 시대 내내 공주는 당대 문학의 중심지였다.

따라서 총괄적인 공주문학관을 설립한다는 전제 아래 콘텐츠 구성에 관한 의견을 제시해 보자면, 일단 근대 이전의 공주문학의 전시실을 고마나루 전설, 백제문학, 고려와 조선시대의 셋으로 나누고, 각각 이에 해당하는 문인과 작품을 발굴하여 수집, 정리, 전시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공주의 근대문학은 우선 해당되는 문인을 선정하는 작업을 하되, 마땅히 신중하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

또 대표 문인 중심으로 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나 공주와 연관된 문인을 빠짐없이 망라하는 일도 필요하다. 해당 문인이 결정되면 본인 또는 유족의 협조를 받아 자료를 모으고 그 문인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방법으로 자료 전시를 구성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공주문학관만의 특장점을 만들어 내는 일이다. 예시하자면 공주의 지명 유래담이기도 한 고마나루 전설을 테마로 한 전시실, 백제문학(가요)을 중심으로 한 전시실을 만들면 좋을 것 같다.

이는 다른 지역에서 할 수 없는 일이다. 오직 공주에서만 가능하다. 고마나루 전설의 변이형 자료를 모두 수집하고, 스토리텔링, 애니메이션, 유튜브 동영상 등 최신 기법을 동원한 다양한 매체를 개발 전시하면 많은 관람객을 불러 모을 수 있을 것이다.

또 백제문학에 관한 학술 연구 자료를 비롯한 관련 자료를 빠짐없이 수집하여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전시하면 이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공주만의 자랑이 될 것이다.

마침 백제문학 연구에 관한 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독보적인 위상의 조재훈 교수님이 공주에 계시니 이보다 더 좋은 환경이 공주 말고 세계 어디에 또 있겠는가. 

이밖에도 공주문학관 건립과 관련하여 검토되어 할 사항들이 더 많이 있으나 우선적으로 이런 것들만이라도 고려하여 일을 추진해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김 시장의 공주문학관 건립 약속이 꼭 실현되어 자랑스러운 공주문학의 전당이 되고, 또 공주 문인들의 신나는 문학마당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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