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C, 방콕 아트 앤 컬쳐센터는 방콕 중심가에 있다. 주변은 늘 교통체증이 심하고 그래서인지 사람 구경하기도 좋다. 육교 위에서 한 관광객이 자동차와 오토바이로 꽉 막힌 도로 사진을 찍는다.

우리나라로 치면 명동 롯데백화점 주변과 같다. 시암 백화점, 명품관, 쇼핑센터, 대학이 있어서 관광객과 쇼핑하러 온 사람들이 뒤섞여 다채로운 모습으로 오고 간다.

BACC와 주변 건물은 고가보도로 연결되어있어서 걸어 다니기에 좋다. 방콕비엔날레는 BACC와 주변 쇼핑센터, 백화점, 호텔, 공원, 은행, 극장, 스카이워크 등에서 전시하고 있다. 한국작가 최정화, 이불, 암스테르담에서 활동하는 윤지현 작품을 볼 수 있다. 

BACC의 주 전시장이 4-6층이며, 2층에는 식당, 서점, 작은 가게와 매대에 그림을 놓고 팔기도 하고 그 자리에서 초상화를 그리고 파는 화가들과 작은 전시장이 있고, 3층은 컨벤션센터, 1층은 로비와 작은 가게, 지하에는 예술 책 도서관이 있다.

2층 PEOPLE’S GALLERY에서 젊은 작가 아프짓 시순티아 Aphisit Sidsunthia가 개인전 뒷맛 AFTER TASTE를 하고 있다. 내가 레지던시작가로 있는 라자망갈라대학을 이년 전에 졸업했고 지금은 실파콘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는 그가, 대학교에 있는 내 작업실을 방문했을 때 받은 리플렛이 인상깊어서 그림을 보고 싶었는데, 마침 소사폰, 옥(교수)과 함께 제자의 전시를 보러 갔다. ]

역사 속에서 주제를 잡아 은유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유럽이 태국에 침투해 들어오는 사건을 두 마리 늑대로 표현한 <Begin>은 보름달이 뜨면 늑대로 변하는 늑대인간을 영국과 프랑스에 빗대었다.

<United 713>은 731부대, 난징학살, 아우슈비츠를 다룬 그림이다. 구성과 내용, 붓터치가 참 좋다. 태국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그림은 왕가와 종교, 환타지를 다룬 것인데 역사를 주제로 한 보기 드문 그림이다.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서 쇼핑 나온 사람으로 북적이는 쇼핑몰에는 쿠사마 야요이의 상징, 호박이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처럼 매달려있다. 붉은 점이 찍힌 하얀 호박과 점점 커지고 움직이는 빨간 동그라미를 보며 일장기가 떠오르는 것은 껄끄러운 한일 관계 때문인가.

마지막으로 노바 컨템프러리(Nova Contemporary)를 방문했다. 작가에 대한 지식이 없이 전시를 보며 사후 작가를 기리는 회고전이라고 생각했는데 회고전 형식으로 생존작가가 기획한 개인전이다. 전시장을 작가의 사적인 공간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샤차이 푸이피아 Chatchai puipia는 퍼포먼스 영상과 퍼포먼스 도구, 그림과 물감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파레트와 붓, 도금된 도구, 자화상, 책상, 의자, 전등, 카펫 등을 전시장에 옮겨왔다. 마치 연극 무대를 보는 것 같고, 작가의 작업실을 몰래 훔쳐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는 주변에 나비가 날아다녀서 찡그리거나 능청스럽게 웃는 자화상으로 유명하다. 이것은 현대 사회에서 개인이 직면한 심리적 문제를 소비재나 표면적으로 드러난 사건으로 덮어버리고, 현실은 마치 아무 일 없이 행복한 것처럼 보이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제 시작인 젊은 작가 아프짓 시순티아, 자신의 색을 분명하게 뿜어내는 샤차이 푸이피아, 세계 곳곳에서 러브콜을 받는 쿠사마 야요이 세 사람의 작업은 각각 다른 모습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리고 젊은 작가 시순티아가 앞으로 자신의 길을 잘 찾아가리라고 기대한다.

끝으로 새해 인사를 태국말로.
싸와디.비.마인! (Hello New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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