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나라 태국도 지금은 겨울이다. 우리나라 겨울처럼 춥고 눈이 오지는 않지만 사람들은 모두 도톰한 긴 옷을 입는다. 짧은 옷에 코끼리 무늬 옷을 입은 사람은 모두 관광객이다.

아침 기온이 섭씨 24도 정도로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진다. 나무도 잎을 떨구고 꽃도 떨어지고 열매를 맺는다. 꽃이 진다고 해도 여기저기 활짝 핀 꽃이 눈에 들어온다.

집과 작업실을 오가며 작업하는 틈틈이 이곳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의 생활을 들여다본다. 자유롭고 여유 있는 모습의 사람들은 늘 웃으며 함께 나누고 얘기하고 음악을 즐긴다.

나를 보러 온 내편과 아유타야 여행을 계획했다. 마침 중국에서 공부하는 러시아인 샤샤가 태국친구 루이를 만나러 왔다. 루이는 내가 머무는 집주인 소사폰의 조카이다. 루이와 샤샤가 함께 가고 싶다고 했다. 젊은 연인과 오래된 부부가 함께 하는 아유타야 여행.

아유타야는 우리나라 고려말/조선 초기와 비슷한 시기로 태국에서 최고로 번성했던 나라이다. 태국의 두번째 왕조, 아유타야는 크메르제국(캄보디아)을 무너뜨렸고 400년을 이어오다 버마(미얀마)에 무너졌다.

파괴된 도시는 곳곳에 무너져 내린 붉은 벽돌과 해체된 석상을 남겼다. 붉은 벽돌을 쌓아만든 째디(종 모양), 쁘랑(옥수수 모양)은 황금으로 치장을 하거나 흰색 벽에 조각과 그림을 그려 그 아름다움을 뽐내며 힘을 과시했을 것이다.

전쟁에서 승리해서 가져 온 수많은 보물을 품고 있던 건물은, 이제 그 흔적만 간직하고 피사의 사탑처럼 기울고 허물어져 풀과 나무와 친구가 되어있다. 그 사이로 관광객들이 걷고 개와 고양이가 제 집처럼 낮잠에 빠져있다.

아유타야는 산스크리트어로 불패를 뜻한다고 한다. 그 의미가 무색하게 새롭게 등장한 버마의 침략에 무너지며, 두려움에 떨며 수도를 지금의 방콕으로 옮긴 것이 이때이다. 왕과 백성이 떠난 아유타야는 폐허로 변했다. 인류의 역사는 생성과 소멸의 반복, 영원한 강자도 약자도 없다. 시간이 필요할 뿐.

아유타야를 걸으며 수많은 왓(사원)을 볼 수 있다. 왓 입구에는 작은 상점이 있고 수레 카페가 있다. 여러 가지 과일 쥬스를 만들어주고 탄산수, 과일, 물을 판다. 뜨거운 땅에 발을 딛고 걷는 여행자에겐 오아시스 이다. 음료를 건네며 환하게 웃는 그들과 마주하면 무표정한 내 얼굴도 어색하지만 웃는 얼굴이 된다. 고마운 수레 카페다.

태국 관광지는 입장료가 비싸다. 태국인과 관광객 입장료가 열배정도 차이가 난다. 아유타야 곳곳에 있는 왓에 들어가려면 입장료가 만만치 않다. 우리나라 절 입장료는 이곳에 비하면 굉장히 싸다. 한 끼 밥값의 다섯 배 정도를 내고 들어간다.

수많은 관광객이 붐비는 사원, 관광 대국 태국을 다시 실감한다. 대중교통이 불편해서 자전거나 툭툭, 택시를 타고 이동한다. 우리나라 관광지처럼 셔틀 버스가 있으면 좋겠다. 그렇지만 많은 툭툭 기사를 생각하면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우리는 대부분 걸어 다니며 가끔 툭툭을 이용했다.

저녁에는 석양을 보기 좋은 왓 차이 왓타나람에 들렀는데 구름 낀 하늘이 황금빛 하늘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 대신 아름다운 조명으로 어두워진 사원이 더욱 빛난다. 마치 오래전에 황금색으로 빛나는 사원을 다시 보는듯하다.

사원을 떠나 아쉬운 발걸음은 나이트 마켓을 향했다. 저녁도 먹고 구경을 하기위해서다. 집에서 밥을 해먹지 않는 태국인들은 저녁이면 나이트 마켓에 가서 밥도 먹고 쇼핑을 한다. 이곳은 관광객이 많아서인지 아기자기한 소품이 있는 예쁜 가게가 많고 태국음식과 디저트가게가 유혹한다.

알콩달콩 꿀 떨어지는 연인, 우리도 저런 때가 있었다. 무심한 듯 서로 알고 이해하는 지금도 좋다. 그래도 가끔 다정하게 웃으며 달콤한 말도 잊지 말자.

내가 공주로 이사 온 것은 오래된 도시에서 느끼는 색다른 분위기 때문이다. 도시 곳곳에 있는 붉은 벽돌 건물 무더기, 부서진 조각 덩이, 흐릿한 부조와 그림, 새로 보수한 커다란 와불, 번쩍이는 황금불상, 빛바랜 황금색 옷, 햇빛에 반짝이는 황금색 새 옷, 이 것들이 아유타타임을 느끼게 한다.

오래 머물며 걷고 싶은 곳, 걷다 지치면 수레 카페에서 마실 것 하나 사며 코쿤 카, 아무데나 그늘에 앉아 멍하니 앉아 있고 싶은 곳, 수줍은 미소가 떠오르는 곳 벌써 그리운 아유타야. 다시 또 올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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