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달 태국 생활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더운 곳에서 추운 곳으로 순간이동. 밤늦게 인천 공항에 도착했는데 날씨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낯설다.

▲ 전시회 포스터

오른쪽으로 가는 차, 밥을 지어야 하는 현실, 표정 없는 사람들,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건 수많은 현수막, 벌써 태국에 두고 온 사람들이 그립다.

레지던시와 워크숍, 여행을 마치고 난 후 마지막 일정 전시회,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니 20미터 그림을 전시할 책상을 만들어 놓았다.

그곳에 있는 책상은 높이와 길이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있는 것을 활용하고 두루마리 드림이니 다 펼치지 않아도 말아가며 새로운 것을 볼 수 있게 하면 된다고 했으나 태국 동료들은 고맙게도 멋진 새 책상을 만들었다.

20미터 그림 두 점을 놓을 수 있는 120cm에 2,000cm 책상이 연속해서 전시실에 놓여있다. 그동안 만든 비디오 - 작업실에서 작업하는 모습, 사진 촬영하고 그림을 거는 모습, 타일랜드 일기 전체를 보여주는, 비디오를 한쪽 벽에 설치하고 먹과 아크릴로 그린 그림을 걸었다.

타일랜드 다이어리는 책상 위에 놓았다. 양쪽 벽이 유리로 되어 있어서 그동안은 가벽을 세우고 전시를 했었는데 최대한 바깥 초록 나무를 볼 수 있는 전시장을 만들었다. 바깥 풍경이 전시장에 들어왔다. 모두 나를 위해 분주히 움직인다.

전시회 오픈식 상차림은 대학에서 텍스타일 패션을 가르치는 따이 교수가 맡아서 했다. 바나나잎을 테이블에 깔고 바나나잎으로 만든 그릇을 쌓아놓았다.

수박을 썰어 꽃처럼 담고 이층접시에 코코넛으로 만든 젤리를 담았다. 따이가 집에서 만든 디저트다. 요리 하는 일이 드문 태국에서 집에서 만든 젤리라니 매우 고맙다. 그 외에 옥수수가 들어있는 튀김과 견과류, 음료... 예쁘고 맛있고 정성이 가득한 깔끔한 상차림이다.

대학에서 부총장, 학장, 교수들, 학생들과, 그리고 태국 작가 등 많은 사람이 전시회 오픈에 참여했다. 작가 인사말에 그들의 따뜻한 마음이 고맙다는 말을 전하는데 그동안 태국 생활이 빠르게 눈앞을 스쳐 지나간다. 따뜻하게 마음을 써준 사람들이 떠오르며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고마움을 전하다 그만 울컥하고 말았다.

▲ 전시장 전경

그런 나에게 그들은 박수로 대답한다. 태국의 폭퐁 작가가 그의 작업실이 배경이 된  계회도가 마음에 든다며 사고 싶다고 했으나, 그림 교환을 제안했다. 4월 뉴욕전시를 앞둔 그가 와준 것도 고마운데, 그는 새로운 그림으로 교환하겠다고 했다.

늦은 시간까지 함께한 손님들에게 쏨땀(채 썬 파파야에 매운 양념을 넣은 샐러드)집에 가자고 제안했다. 우리의 단골 쏨땀집, 저녁에 운동 후에도 함께 자주 갔던 곳이다. 뒤풀이는 맥주와 쏨땀이다.

태국에 머무는 동안 부족함 없이 돌봐 준 태국 친구들이 고맙다. 주변에 있는 친구들이 나서서 무엇이든 해결해줬다.

그리고 오기 전에 며칠을 굿바이 디너, 굿바이 아침밥, 점심밥, 저녁밥, 비행기 타기 전에 먹고 가야 한다며 공항 가기 전에 마지막 밥까지 챙겨준 사랑스런 사람들이다. 베풀고 나누고 늘 웃으며 여유로운 그들을 생각하면 내 얼굴에도 웃음이 번진다.

* 귀국 후, 며칠이 지나지 않아 태국 라자망갈라 대학의 교수 셋이 공주에 있는 내 작업실을 방문했고, 그들에게 공주의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었다.

나는 자발적 공주의 역사/문화/예술 홍보대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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