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30도를 넘는 폭염으로 힘든 여름을 보내는 가운데 ‘NO 아베’ 시위는 폭염보다 더 뜨겁게 전국을 달구고 있다.

시민들의 촛불시위 뿐만 아니라 인터넷상에도 '역사왜곡, 경제침략', '독립운동은 못했어도 불매운동은 한다' 등의 댓글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역사 문제, 독도 문제와 더불어 이번 경제보복 사태로 양국 관계는 어느 때보다 교착된 국면에 서 있다.

한편 일본의 시민사회단체도 ‘아베 정권 규탄’ 시위를 개최하고 있는데 이는 ‘반일’이 아닌 ‘NO 아베’를 외치면서 일본 시민의 뜻이 표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은 상호 우호와 침략의 양극의 날 속에서 오랜 세월을 지내왔고 앞으로도 이웃으로 함께 가야 할 지리적 운명을 지닌 양국이다.

백제시대부터 일본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는가 하면, 500여 년 전 임진왜란 등 뿌리 깊은 갈등은 커다란 응어리를 갖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그러나 이 갈등은 양국간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한일 양국의  2,000년 역사가 말해 주고 있다. 이런 점에서 조선시대 양국을 오간 조선통신사가 갖는 역사적 의미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선조들이 일본에 조선통신사를 보낸 것은 약탈과 전쟁의 시대에서 벗어나 상생의 길을 가고자 하는데서 비롯되었다.

조선통신사가 양국의 우호친선 사절로 왕래하던 200년 동안 동아시아는 평화적 안정이 유지되었고 양국의 문화교류도 활발했다.

2017년 10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통신사 기록물은 1607년(선조 10)부터 1811년까지 조선이 에도막부의 초청으로 12차례 일본에 파견한 통신사와 관련한 자료를 말한다.

통신사 기록물은 조선과 일본이 전쟁의 비참함과 함께 평화를 구축해 나간 역사 경험과 지혜를 고스란히 담고 있으며, 양국이 대등한 입장에서 상대를 존중한 성신교린(誠信交隣)의 정신을 품고 있다.

조선통신사의 성신교린(誠信交隣-서로 속이지 않고, 싸우지 않고, 진실로써 교류한다)정신은 현재의 한일우호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때 일수록 지역간 시민교류는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공주는 역사적으로 한일 교류사의 중요한 축이 되어 왔다. 그런데 이번 사태로 양국의 시민교류에 빨간불이 켜졌다.

당장 9월 28일부터 개최될 백제문화제에 매년 참석하던 일본 방문객의 참석 여부가 불투명한 가운데 시민단체와 공무원 관계자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조선통신사 성신교린’ 뜻이 전해지는 현해탄은 아직 멀기만 한 것인가? 

※ 이 원고는 도정신문 852호(2019. 8. 15~8. 24) '생생현장리포트' 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금강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