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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2019년 09월 02일 (월) 14:11:31 안혜경 3777@kknews.co.kr

   
▲ 공재 윤두서 尹斗緖, 1668-171517세기 후반│38.5㎝ X 세로 20.5㎝│국보 제240호│고산윤선도유물전시관 소장

화가의 자화상 전시를 준비하고 있으니 그림을 보내달라는 말을 듣고 오랜만에 자화상을 그린다.

대학 시절 수업시간에 그려보고 처음 그리는 자화상, 오랜만에 가만히 거울을 들여다본다.

화장도 하지 않기에 거울 속에 내 얼굴을 보는 것이 낯설다. 흰 머리카락, 별다른 표정이 없어 속내를 알 수 없지만 무뚝뚝하게 나를 바라보는 사람, 여자인지 남자인지 아니면 또 다른 누구인지 모르겠다.

호르몬 변화로 남자와 여자가 비슷해진다더니, 구별이 없어지는 나이에 접어들었다. 애써 입꼬리를 올려보지만 어색하기만 하다.

나는 왜 그동안 나를 바라보지 않았을까? 꽃다운 나이라고 하는 이십 대에는 나도 거울을 보고 화장도 했는데, 지금은 젊은이를 보며 그대로가 예쁘다는 생각을 한다.

“젊어서 좋겠다” 하지만 나이 들어가는 것은 매우 멋진 일이다. 조금씩 말을 듣지 않는 몸, 그것도 괜찮다. 윤두서가 자화상을 그렸던 때 나이를 가늠해 본다.

30대 초반, 현재는 그 시절보다 수명이 두 배정도 늘었으니 지금 나와 비슷한 나이였다. 공재는 거울을 들여다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어떤 이유로 선비가 자화상을 그렸을까?

미켈란젤로는 시스티나성당 천장화, 최후의 심판 속에 성인 바르톨로메오 손에 들린 껍질이 벗겨진 사람 모습에 자신을 그렸다. 화가들은 어떤 사건의 목격자나 여러 사람 중 한 명으로 자신을 그림 속 이야기에 슬쩍 끼워 넣었다.

그림 안으로 들어간 화가는 스스로 서명이 되기도 한다. 서양에서 자화상은 예술가의 지위가 올라가고 인물화를 원하는 고객이 생기는 15세기 이후에 나타났다. 초상화가로 유명했던 렘브란트는 젊은 시절은 물론 늙고 추해진 불행한 모습까지 화폭에 담았다. 자화상은 예술이 되고 삶의 기록이 되었다.

우리 옛 그림에 자화상은 드물다. 인물화는 도화서 화원들이 좋은 솜씨로 그린 어진이나 사대부가 사당에 모시기 위해 주문한 조상의 영정 그림이 대부분이다. 사회적으로 낮은 지위에 있던 화공들은 먹고살기 위해 주문한 그림을 그렸다.

어쩌면 주문한 그림을 그리던 화공이 자화상도 한점 쓱쓱 그렸는데 곡식과 바꿀 수 없기에 허투루 다루다 사라졌는지도 모른다. 예나 지금이나 공으로 얻은 그림은 비싼 값을 치른 그림보다 애지중지하지 않는다. 그 값을 치러야 그림을 더 오래 두고 본다.

사대부는 시서화를 고졸한 취미로 즐기며 그들만의 테두리 안에서 소비했다. 자신의 모습을 자화상 형식으로 그린 그림은 많지 않다. 산수화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알아보기 어렵고(그림 그린 사대부의 모습과 노비?) 겸재 정선의 독서여가도, 단원 김홍도, 강세황 등의 자화상은 그 사람의 사회 정치적 위치를 표현한다.

사람을 설명하는 옷과 배경, 비스듬히 옆으로 돌아앉은 모습이다. 그래서 윤두서의 자화상은 더욱 특별하다. 대칭으로 그린 얼굴 이외에 그를 표현하는 것은 없다. 그림에 버드나무 숯인 유탄으로 그린 저고리 선은 시간이 흐르며 지워졌고, 귀는 너무 작아서 자세히 보아야 보이며, 뒷면에서 색을 입히는 방식인 배채법으로 채색을 해서 배접하는 과정에서 잘 보이지 않게 되었다는 학계의 연구가 있다고 하지만 그 모든 것은 그 강렬한 얼굴을 마주하면 대수롭지 않다.

윤두서의 자화상을 처음 보았을 때 박물관 유리 너머에 있는 그림이 그 크기가 너무 작아서 놀랐다. 책이나 모니터 화면에서 보며 꽤 큰 그림이라고 생각했는데 초등학교 때 쓰던 8절지 스케치북 정도 크기이다.

그 당당하게 정면을 응시하는 모습과 예사롭지 않은 눈, 세밀하게 그린 수염 때문에 그림은 더 크게 느껴지고 잊히지 않는다. 촘촘한 붓질이 만든 음영은 얼굴을 입체적으로 만들고 세밀한 선을 겹치며 표현한 수염은 실재를 보는 것보다 더 생생하다. 거울을 들여다보며 그는 무엇을 생각했을까?

공재를 가진 해남은 <공재, 화가의 자화상>전을 열었다. 공재를 통해 현재를 사는 작가들이 만났다. 그리고 자화상을 그리며 나를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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