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문학관의 설립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현임 시장의 의지, 공주 문학인들의 여망, 보이지 않는 시민들의 지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문학관의 필요성을 주장해 온 입장에서 매우 반갑고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새로 설립될 문학관의 내용과 방향에 대해서는 이미 이 지면을 통해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여기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그 성격과 운영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서 제안해 보고자 한다.

공주문학관의 성격과 내용 구성에는 대략 세 가지 정도 방안이 있을 것 같다.

1안은 공주와 관련 있거나 공주에서 산출된 모든 문학을 망라하는 종합적인 성격의 문학관이다.

백제문학, 고려와 조선 시대 문학, 그리고 근대문학의 주요 문학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하고, 전시하고, 활용하는 총합적인 문학관인데, 이에는 많은 예산과 인력과 시간이 필수적이어서 단기간에 설립하기에는 난점이 많다.

2안은 공주의 근대문학으로 범위를 좁혀 최근 백여 년 동안 이루어진 공주의 근현대 문학 유산을 수집, 정리, 전시하는 문학관이다.

대표적인 공주의 문인들을 중심으로 하되 공주만의 특색을 살려 특화하면 시민들은 물론 외지의 관심 있는 애호가들도 많이 찾아오는 문학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합당한 인프라 구축과 운영 예산의 지원이 없으면 실현 가능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3안은 공주에서 활동하는 문인들의 정보 교환과 창작 공간 제공, 시민들의 문학 교육 사업 등으로 이루어지는 일종의 문학 카페나 사랑방 형식의 문학관이다.

이는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문학관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역부족이고, 타 영역의 예술가로부터 특혜 시비가 일어날 우려가 있다는 게 단점이다.

위에서 제시한 세 가지 방안 외에 다른 의견도 있을 수 있을 것이고, 또 이를 적절하게 절충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실현 가능한 최선의 대안을 찾기 위해 인근의 다른 공공 문학관의 사례를 참조할 필요도 있다.

그들이 어떤 목적과 성격으로 문학관을 설립했는지, 그 내용 구성을 어떻게 했고 운영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현장 견학과 함께 자문을 받아 문학관의 성격을 설정하고 내용을 구성하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절차 상 무엇보다 가장 먼저 ‘공주문학관 설립 준비 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 거기서 전문가를 모셔 공청회나 세미나를 열어 논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공주의 문학인은 물론 업무 담당 공무원, 타 영역 예술가, 시민 대표, 외부 전문가 등이 모여 토론과 논의를 거쳐 여론을 수렵하고 방향을 도출해 내야 한다. 이는 잡음 없이 화합과 축복 속에 공주문학관이 출범할 수 있는 최소 조건이다. 

어떤 형태가 되었든 문학관의 설립은 문학 진흥법과 그 시행령에 나오는 절차에 따라야 한다. 이 법에 따르면 문학관은 설립 주체에 따라 국립, 공립, 사립으로 나뉘는데, 공립 문학관은 지자체, 지자체에서 설립하거나 출연한 법인에서 설립 운영하는 문학관을 말한다.

공주문학관은 공립 문학관으로 시청이 그 설립과 운영의 주체가 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간섭과 통제를 싫어하는 예술가들이 이런 제안을 하는 까닭은 문학관의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운영 때문이다. 덜렁 만들어 놓고 애물단지가 될 바에야 아예 시작을 하지 않는 게 낫지 않겠는가.

물론 시에서 직접 운영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으면 조례를 제정하여 민간 기관에 그 운영을 위탁할 수는 있을 것이다.

문학관은 있으면 좋고 없어도 괜찮은 그런 액세서리가 아니다.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는 말처럼 문학은 그 언어를 사용하는 민족의 정신과 혼이 깃든 집이나 마찬가지다.

실제로 어떤 지역의 문학에는 그곳에 살았던 사람이나 현재 살고 있는 사람들의 정신과 영혼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그것을 소중하게 가꾸고 보존하는 일은 그 지역의 생명을 이어가는 일이나 다름없다. 문학관은 그런 일의 핵심이고 구심점이다.

어렵게 첫 걸음을 떼는 공주문학관이 꼭 성공적으로 실현되어 공주의 자랑, 공주의 심장으로 힘차게 작동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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