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르난도 보테로 Fernando Botero 1932- 캔버스에 유화 185x122cm 2000

입춘도 지났으니 이제 봄. 낮이면 포근한 날씨 덕에 반 팔 셔츠로 마당 구석구석을 누비며 어린 봄나물을 찾는다. 연보라 봄까치(개불알풀) 꽃이 해가 잘 드는 양지바른 곳에 옹기종기 모여 있고, 매화 가지에는 꽃눈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가지치기를 안 해서 이리저리 삐죽삐죽 나온 가지에 꽃눈은 더 많아 보인다.

꽁꽁 얼었던 땅이 스르르 무장해제되며 싹이 올라오려고 꿈틀거리는데 눈 소식이다. 눈 한번 제대로 못 보고 겨울을 난 우리를 가엽게 여겨 갑자기 기온은 영하로 뚝 떨어지고 함박눈이 펑펑 봄눈이 온다.

2020년 경자년은 이제 두 달이 훌쩍 넘었다. 새해가 되면 늘 다짐을 한다. 건강이나 공부 등에 관한 계획을 세운다. 운동과 절식으로 몸을 만들고, 매일 뒷산을 오르고, 부족한 외국어 공부를 하고, 하루를 돌아보는 일기를 쓰고, 가까이 두고 차근차근 읽을 책 목록도 만든다.

새해계획은 채 두 달이 못 되어 흐지부지, 또다시 마음을 다잡아 본다. 그중에 몸만들기는 빠지지 않고 일 년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TV를 켜면 음식, 요리, 맛집…, 방송은 끊임없이 계속되고 “맛있어요”를 연발하는 출연자, 또 다른 방송과 홈쇼핑은 젊고 탄탄한 아름다운 사람을 보여주며 운동기구와 다이어트 식품으로 유혹한다. 여행과 음식, 과식, 요리는 옷을 바꿔입으며 온종일 식욕을 자극한다.

예전에 본 <바그다드 카페>란 영화가 있다. 콜링 유, 바흐의 피아노곡이 아름다운 영화, 아름답고 촉촉한 음악 때문에 사막과 사람이 더 건조해 보인다. 금방 바스러질 것 같은 먼지 날리는 사막 한가운데, 신기루처럼 모래로 사라질 것만 같은 불안한 사람들이 사연을 간직한 채 살아간다.

그들이 또 다른 상처를 품은 넉넉한 야스민을 만나며 조금씩 달라지고 바그다드 카페는 오아시스처럼 사람으로 북적거린다. 콕스의 캠핑카 안에서 그의 모델이 되는 야스민, 처음엔 정장 외투까지 껴입고 어색하게 있던 야스민은 그림 속에서 거추장스러운 옷을 한 겹씩 벗어던지고, 콕스가 그린 그림 속에 누드화로 새로운 야스민이 된다.

주위를 환하게 비추며 변하게 했지만 스스로는 치유할 수 없었던 야스민이 변화를 맞이하는 장면이다. 보테로 그림 속에 풍만한 사람이 떠오르는 콕스의 그림을 보며 긍정과 행복을 느낀다.

퍼시 에들론 감독은 야스민과 브렌다…, 바그다드 카페가 새롭게 달라졌음을 보테로 풍 그림을 보여주며 말한다. 영화를 보고 보테로 그림을 다시 찾아봤던 기억이 있다.

“나는 한 번도 뚱보를 그린 적이 없다. 색감과 양감(볼륨)을 중시하다 보니 풍만함이 강조됐을 뿐이다.”
“내 스타일의 목적은 규모를 키우는 데 있다. 그래야 더 많은 색 단계를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할 수 있고, 형태의 풍만함을 더 잘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성을 풍만함에서 찾았을 뿐 단순한 재미나 풍자를 위해 ‘뚱보’를 그리지는 않는다. 보테로는 양감과 색채를 중요하게 생각해서 풍부하게 표현하기 위해 볼륨이 있는 대상을 그린다.

몇몇 색을 혼합한 색채 배합은 남미의 색이 떠오르고 세심하게 그의 방식으로 대상을 묘사하여 양감을 도드라지게 한다. 라틴 음악에 맞춰 춤추는 무표정한 사람은 양감이 도드라져 부조처럼 보인다.

보테로는 뚱보를 그린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림 속 풍만한 사람을 보며 다이어트는 집어치우고 맛있게 넉넉하게 먹고 코로나 19로 뾰족하고 예민해진 우리 마음이 좀 넉넉해졌으면 한다. 배부르면 마음 씀씀이도 둥글둥글해질 테고, 삐죽함을 품어줄 넉넉한 야스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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