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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뿌리개를 든 소녀
2020년 04월 06일 (월) 10:54:17 안헤경 3777@kknews.co.kr

   
▲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Pierre-Auguste Renoir 1841-19191876 캔버스에 유채 73 x 100cm 내셔널 갤러리 워싱턴

카카오톡으로 그림이 날아왔다. 르누아르의 <물뿌리개를 든 소녀>를 보고 영감을 받았다는 멜리나가 그린 그림이다.

멜리나는 가깝게 지내는 큐레이터의 손녀, 할머니는 멜리나가 그린 그림이나 일기, 직접 만든 선물상자 등을 휴대폰에 보물처럼 간직하고, 자주 꺼내보며 조용히 웃는다.

그런 그녀를 보면 나는 말을 건다. “비타민 충전 중이군.” 그러면 넌즈시 내게 그 보물을 보여준다. 가끔은 이른 아침에 그녀가 받은 비타민을 내게 배달하기도 한다. 때론 어이없고 당돌하고 반짝이는 소녀의 감성은 회색빛 그림자가 드리운 화창한 봄날을 살아가는 힘이 되기도 한다.

코로나 19로 거리 두기를 실천하며 외출을 자제하는 요즘, 찾아오는 사람도 드문데, 오늘 아침 그림 두 점이 휴대폰 알림소리와 함께 찾아왔다. 띵동.

햇빛이 좋은 날, 한 소녀가 작은 물뿌리개와 꽃을 들고 서 있다. 물을 주러 가는 길 같기도 하고 꽃을 들고 있으니 돌아오는 길인가? 레이스가 있는 짙은 파란색 원피스를 잘 차려입고 부츠를 신은 소녀는 햇빛을 듬뿍 받은 금발 머리에 붉은 리본을 달았고 귀고리도 반짝인다.

볼은 붉은색 리본처럼 상기된 표정이다. 물을 주고 오는 길이라면 일을 해낸 성취감에 살짝 들떠 보인다. 마치 ‘멋진 정원을 가꿔서 너무 행복해요’ 하는 표정이다.

배경이 되는 초록색 나뭇잎과 꽃, 풀밭, 앞에 있는 장미는 햇살 아래 부서지듯 몽글몽글 흐릿하게 보인다. 땅은 햇빛을 받아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처럼 연한 크림색이다. 르누아르의 붓질로 색은 더 부드럽고 따뜻하게 보인다.

멜리나는 이 그림을 자기만의 색으로 바꿨다. 갈색 머리 소녀는 연지를 찍은 듯 볼이 붉다. 한 손에 꽃을 들고 다른 손에는 물뿌리개를 들었는데 땅에 활짝 핀 꽃에 물을 주고 있다. 굽 높은 파란 부츠, 빨강, 파랑 가로줄 무늬 원피스 중앙에 주황, 노랑 하트와 다이아몬드 모양 레이스가 세로 방향으로 내려온다.

나무에는 나비가 앉았고 수선화 같은 꽃이 나무에 기대 있다. 머리에 있던 리본은 하늘에 새가 되어 노래하며 나는 중이다. 왼쪽 아래에 영어로 Melina라고 공들여 사인도 했다. 당당하고 요즘 말로 멋짐 뿜뿜이다.

르누아르 그림이 시간을 멈추고 한순간을 채집한 사진이라면 멜리나 그림은 물뿌리개에서 물이 흐르듯 시간이 흐른다. 활기찬 그림이다. 또 다른 그림 한 점은 전체가 빨간색인데 검은색 점이 있다.

자세히 보니 수박에 씨가 박힌 모습이다. 초록색 선으로 옷과 모자를 그렸다. 얼굴이 같은 아이, 마치 수박 요정 같다. 수박을 좋아하나 궁금해진다. 물을 주고 수박을 키운 건가. 별별 상상을 한다.

그냥 스치듯 보며 별 관심이 없던 르누아르 그림을 다시 꼼꼼하게 살펴본다. 내 방식으로 그린다면 어떻게 그렸을까? 아이의 눈과 감성이 부럽고 질투 난다. 어떻게 할지 매 순간 고민인 작가, 조형성 색감 따지며 계산하는 눈과 손에 아이처럼 말랑한 스폰지 감성이 더해지길 바란다.

마스크에 갇힌 예민한 일상에서 각자 나만의 피로회복제나 비타민을 챙겨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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