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센트 반 고흐 Vincent van Gogh 1853~18901885년, 캔버스에 유채, 81cm x 114cm, 반 고흐 미술관, 암스테르담, 네덜란드

쌍달작은도서관의 텃밭에 심은 감자를 캤다. 하지 무렵 한줄기를 캐보니 알이 작아서 일주일 더 두었다가 함께 사는 초딩3년 율리아 친구들이 놀러 온 날, 함께 수확했다.

가끔 찾아오는 고라니와 킁킁대는 개소리만 들리던 밭이 아이들 몇 명으로 왁자지껄 활기가 넘친다. 감자 옆에 심은 손가락만 한 당근도 뽑는다. 그 옆에 처음 보는 당근꽃은 하얀 레이스로 만든 브로치 같다.

길게 몇 가지 가져와 주방에 둔다. 설거지하며 음식 만들며 자꾸 눈이 간다. 열심히 캔 감자는 한 상자 남짓이다. 크기가 작지만 작고 예쁘게 생겼다.

텃밭 감자는 작은 덩이 하나도 버릴 수가 없다. 구슬만큼 작은 감자는 박박 문질러 씻어서 집 간장, 마늘, 파, 들기름 양념으로 껍질 채 조림을 하고, 아이들 주먹만 한 감자는 쪄서 호호 불며 껍질을 벗겨 먹는다.

직접 수확한 감자는 별미다. 감자하면 떠오르는 고흐의 그림 속 사람들은 어둡고 암울하지만, 오늘 우리는 신나게 떠들며 감자를 먹는다. 잘 익은 자두와 맛좋은 열무김치를 곁들인다.

작은 사각 탁자가 가운데 놓여있고, 다섯 명이 둘러앉았다. 빛은 탁자에 있는 감자와 사람들 얼굴을 비추며 일렁인다. 이 그림을 볼 때면 마룻바닥 삐걱대는 소리와 탁자 위에 등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리는 착각에 빠진다.

작은 등불에 비친 퀭한 눈에 주름 가득한 굴곡진 얼굴, 울퉁불퉁한 거친 손, 거친 붓질로 그린 옷을 보며 감자를 키운 땅의 기운을 느낀다.

우리와 등지고 앉은 뒷모습 소녀는 역광으로 동그란 덩어리로 묘사해서 빛을 뿜어내는 것 같다. 희미한 불빛 아래 사람들은 차와 감자가 전부이다. 스포트라이트처럼 빛은 등장인물을 비추고, 빛과 어둠은 극적이다.

“작은 등불 아래에서 접시에 담긴 감자를 손으로 먹는 이 사람들을 그리며 나는 그들이 마치 땅을 파는 사람들처럼 보이도록, 그런 분위기를 만들려고 애썼어. 이 사람들이 먹고 있는 것은 자신들이 노동을 통해 정직하게 번 것임을 말하고 싶었어.”

“나는 사람들이 사물을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기를 원해. 숙녀보다는 농부의 딸이 더 아름답다고 생각해. 농부의 딸이 입은 헝겊을 댄 흙 묻은 푸른 웃옷과 치마는 햇빛과 바람에 시달리며 색이 바래 섬세한 분위기를 띠지. 그런 시골 처녀가 숙녀의 옷차림을 하면 그녀 안의 진정한 무언가가 상실된다고 생각해. 농부는 밭에서 일하는 면 옷차림일 때가 주일날 정장을 차려입고 교회를 갈 때보다 더 아름답다고 생각해.”

고흐는 동생에게 편지를 썼다.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는 그의 고민과 관심, 생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고흐는 꾸밈없는 농부의 삶, 힘들고 어려운 생활을 하면서도 자연과 농촌을 지키는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을 그리려고 애썼다. 세상에 순응하고 타협하며 더 많은 것을 갖기 위해 몸부림치는 삶을 거부하고, 자연스러운 모습, 일상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사람들을 존중했다.

남미 안데스산맥 고산지대에서 유럽으로 실려 온 감자는 우여곡절 끝에 수확량이 많은 작물로 거듭났다. 덕분에 유럽의 굶주림을 해결한 일등공신이 됐다. 그림 속 찐 감자는 지금 변신을 거듭하며 다양한 음식으로 태어나고 지금도 변화하고 있다.

초딩3년 율리아와 친구들에게 어떤 감자요리를 해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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