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전 어느 해 여름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의 주민들로부터 ‘공주의 예술 하는 사람들’ ‘예인촌’이 초청을 받아 갔었을 때의 일이다.

처음 초청을 받았을 때는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보통의 시골마을의 행사에 청하였거니 하는 생각으로 갔는데, 막상 그곳에 도착하면서부터 그 마을의 분위기에 나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평범한 면소재지의 시골마을의 분위기가 아닌 다른 나라에 와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하였다.

면소재지 마을에 갤러리가 있는가 하면 잠깐 들린 전통찻집 주인이 대하는 태도가 친절이상의 행동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처음 대하는 손님이건만 주인은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이웃사촌을 대하듯 친근감 있는 태도에 나도 모르게 빠져들어 자연스레 대화를 나눌 수 있었는데, 그 주인은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하여 큰 자긍심을 갖고 있었는바 비록 면소재지에 불과 하지만 그곳에서는 매월 정기적인 문화예술행사를 갖고 있으며 여름철에는 남한강 주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서울을 비롯한 인근 지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어 매주 주말과 주일에는 공연을 하고 있다고 자랑을 하면서 서종면의 주민들 다수가 문화예술행사의 후원회원이며 자신도 회원이라서 공연시간에는 가게 문을 닫고라도 관람을 하겠다고 하였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우리 같이 국내의 예술단체만이 아닌 국제적인 예술단체도 자주 초청공연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시간이 흐르고 저녁공연 시간이 되면서 또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는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대로변에 위치한 축구장에 마련된 야외공연장에 공연을 보기 위하여 약500여 주민들이 삼삼오오 가족과 함께 들어오고 있는 관객들의 모습에는 하나같이 즐겁고 행복한 표정과 공연에 대한 기대감으로 넘쳐있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하였다.

당시 우리가 준비한 공연은 “고마 낭자의 꿈”이라는 종합극 이었는데 마지막 부분에 죽은 고마 낭자를 지게 상여에 의해 장례를 치루는 장면에서는 어른은 어른대로 어린이는 어린이대로 나와서 절을 하고 요량 잡이에게 돈을 내는 모습은 시사하는바가 컸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공연과 함께하려는 서종면 사람들, 공연이 끝나자 점잖게 생긴 어느 노신사 한분이 슬며시 나에게 다가와 예의는 아닙니다만, 허물치 마시고 가시다가 음료수라도 사서 수고한 공연자들에게 전해달라며 미처 봉투도 준비하지 못한 채 100,000원권 수표 한장을 건네며 미안해하던 서종면 사람들, 이들이 보여준 관람분위기와 호의 때문에 우리는 밤12시가 넘어서 공주로 돌아오는 늦은 시간이었지만 어느 누구도 피곤해하지 않고 흐뭇해하는 예인촌 가족들을 보면서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었다.
 
언제부터인지 정확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우리 고장을 문화의 도시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이제는 공주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수식어가 된지 오래다. 오래전 어느 곳의 원고청탁으로 통계를 보니까 우리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문화예술행사가 정기적인 행사만 년간 약250여회로 조사되었는데 비정기적인 행사까지 포함하면 적어도 300회가 훨씬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과연 공주인들은 1년에 몇 번을 문화예술행사를 관람하는지 무척 궁금하다. 

나는 공주문화원과 인연을 맺은 지 올해로 38년이 된다. 또한 원장으로 취임한지 어느덧 5년이 흘렀다. 그동안 원장으로 취임하면서 우리지역의 예술인들한테는 공연의 기회를, 시민들께는 볼거리를 제공하고자 하는 뜻에서 문화예술인 화요마당을 비롯하여 ‘공주의 예술 하는 사람들’ ‘예인촌’을 지원하여 매월 정기공연을 해온지 6월로 32회를 넘겼다.

이런 공연행사를 하면서 보람도 있었지만 때로는 시민들의 무관심에 슬며시 화가 나는 때도 있다. 이는 비단 문화원의 행사만 그런 것 이라면 홍보의 부족이라던 지 또 다른 문제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다른 행사에 가보아도 문화의 도시에 걸 맞는 관객의 모습은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무대에선 배우나 공연자는 관객의 박수소리를 먹고 산다는 말이 새삼 떠오르는 오늘 대-한민국을 외치며 전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묶었던 월드컵의 응원문화처럼 우리 공주인의 관람문화가 성숙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저작권자 © 금강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