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초 유럽의 축제 및 관광문화를 벤처마케팅을 하고자 스페인과 이태리를 다녀온 일이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의 약60%를 갖고 있는 이태리는 그야말로 살아있는 박물관이라 해도 지나침이 없을 정도로 깊은 인상을 받았다. 

 ‘고대로부터 모든 길은 로마로 통 한다’, ‘로마에 가면 로마 법을 따르라’는 말이 우리에게도 익숙할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는 로마가 무엇 때문에 이렇게 유명세가 붙었는지 로마를 보고 나서야 어렴풋이 알 것도 같았다.

시대의 변천에도 불구하고 영화로웠던 고대 로마의 숨결을 아직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로마는 연간 천만 명의 관광객들이 찾아오도록 만드는 힘의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흔한 말로 조상을 잘 만난 덕으로 오늘의 로마가 있는 것  일까? 조상의 덕으로만 본다면 로마나 우리 공주나 다를 것이 없는데, 공주와 로마를 비교하기에는 비교를 하는 것 자체가 코끼리와 개미의 비교 만큼이나 차이가 있을 것 같다. 

이와 같은 차이는 여러 문화적 가치에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의식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면 잘못된 판단일까? 로마는 이태리의 수도로써 면적과 인구 면에서 우리의 수도인 서울에 비해 인구는 절반 가량의 5,800만 명이 살고 있고 면적은 서울의 5배에 달하는 면적 임에도 도로의 폭이 왕복 4차선 도로 이상의 도로가 없다.

그 이유는 도로를 확장하려면 자연히 기존의 유적을 훼손할 수밖에 없는데 고대의 문화유적을 보호하기위하여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이를 지키고 있으며 또한 도로의 바닥이 수백 년 전에 만들어 놓은 석조의 바닥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돌을 깔아 만든 도로다보니 자연 울퉁불퉁하여 다소 불편함이 있어도 말이다. 

이태리의 문화유산의 관리나 보호는 ‘복원’이 아니라 ‘발굴 당시의 모습’을 지켜나가는 것이라는 가이드의 말 그대로 고풍스럽고 고색 찬연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때로는 흉물스러운 느낌마저도 들지만 이태리인들은 있는 모습 그대로를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자긍심이 있기에 로마를 비롯한 이태리의 유명 관광지에는 그 지역을 방문하는 데에만 입장료를 별도로 징수하고 있다.

예를 들면 공주의 무령왕릉이나 박물관을 관람하기 위하여 공주를 찾은 관광객은 현지의 입장료와는 별개로 공주시내의 입장료를 부과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0년도에는 세계 각국으로부터 로마시장에게 로마가 관광객의 편의시설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오직 관광객들로부터 돈만 벌려고 한다는 비난과 함께 편의시설 개선을 요구한 바 있는데 이에 대한 로마시장의 답변이 “우리 로마는 지금까지 한번도 로마에 와 달라고 요구한 적이 없다” 고 하여 해외토픽에 오른 적이 있다고 했다. 

한때는 힘으로, 한때는 예술로, 한때는 종교로 세계를 지배하였다 해도 지나침이 없는 로마는 고대의 유적인 콜로세움이나 캄피돌리오, 베네치아광장, 트레비 분수 등과 같이 많게는 수천 년 으로부터 수백 년 전의 문화유적 외에도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이면서 가장 강력한 힘을 자랑하는 카톨릭의 총 본산인 바티칸 시국의 바티칸 궁전에는 세계 최고의 미술콜렉션이라는 명성에 걸맞을 만큼이나 각 시대의 수많은 예술품을 소장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독특한 광장으로 손꼽히는 성 베드로 광장의 웅장함과 대성당의 화려함, 그리고 시스티나 성당의 예배당 천장을 수놓은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의 천장화만을 감상하기 위하여 오는 관광객들은 약 2시간을 꼬박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데 줄을 선 관광객의 길이가 어림잡아 2㎞를 넘어 보였는데 바티칸 시국의 1년 입장료 수입이 약 300억원 이상이라는 설명을 이해할 수 있었다. 

외국인들이 흔히 한국의 문화유적은 오래된 사찰이 전부라는 표현을 한다고 하는데 우리가 유럽을 보고 느끼는 것 역시 성당을 빼고는 이야기 전개가 어려울 정도로 웅장하고 화려한 중세시대의 성당건물들이 주를 이루고 그밖에 중세시대의 궁(宮)과 성(城) 그리고 유명화가들의 작품이 원상태로 보존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우리와 다른 점은 문화유적을 아끼고 가꾸는 정신과 주인의식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음을 우리는 하루속히 배워야 꿩도 먹고 알도 먹는 관광한국의 그날이 오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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