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 옆 가로수 사이에 내걸린 현수막의 문구들로만 보면 공주는 출구 없는 위기에 빠진 것 같다. 이 문제를 대화로 해결하지 못해 감정적 충돌로 갈 수밖에 없다면, 이 골치 아프고 살벌하기까지 한 공주에 누가 살고 싶어 할까?

국립대학은 국가단위 교육기관으로서 대학설립목적에 충실하고 동시에 그것이 입지해 있는 지역사회와 협력, 상생해야 한다. 그러나 소위 세계대학, 서울대학, 지방대학으로 분리되고 서열화 된 풍토는 국토균형발전, 분권, 지역문화선도 같은 지역대학 설립목적이나 홍익인간, 전인교육, 민주사회건설 같은 교육목표를 우스개꺼리로 만들었다.

서열의 맨 뒤에 처한 지방에 남은 것이라고는 패배감-오랜 타율 속에서 자란 흡사 식민지 정서 비슷한 것-아닐까 여겨진다. 공주를 비롯한 전국의 모든 대학소재 지방 도시들은 이러한 한계상황에 몰려 있다.

서울중심주의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서울에서 먼 대학의 문들을 닫아 오고 있다. 그런데 교육부가 서울에 있어서인지, 교육부 관리의 70%가 미국유학파이고 절반이 8학군에 살아서 그런지 그들이 내거는 정책은 민심을 정확히 빗나간다.

서울중심주의의 폐해의 심각성을 인정한다면 한국교육이 갖고 있는 모순의 꼭짓점에 있는 ‘국공립대 통합’과 ‘사립대 양산’을 피할 수 없다. 책임 있는 교육부라면 이 둘 사이의 의제발굴과 토론을 끊임없이 진행시켜야 하지만 대학법인화라는 카드를 들고 나와 자신이 져야할 책임을 단위대학에 떠넘기고 있다.

이번 공주대 문제는 이러한 국가교육정책의 연장선에서 불거진 것이다. 공주시장은 공주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지자체와 협력하여 중앙정부와 대화해야한다. 공주대 총장 역시 교육부의 일방적 지시와 압력에 따르기보다는 지방의 국립대와 협력하여 중앙정부의 교육정책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한다. 외국의 명문대들은 시골이나 지방의 작은 도시에도 많다고들 인용하면서 왜 한국의 교육정책은 그렇게 될 수 없도록 추진하려 할까?

이번 공주대문제를 통해 공주에서 시작해서 전국의 지방대들이 다시 살아날 수 있는 토론과  실천 그리고 협조들이 생겨나기를 희망해야 한다. 공주대문제를 단순히 지역경제나 지역의 자존심을 빙자한 이기심차원에서 맴돌게 하면 모처럼 만들어진 교육, 문화, 철학 등 총체적 토론의 의제를 더 이상 진행시켜나갈 수가 없다.


21세기는 지역과 세계가 막바로 소통하는 시대이다. 공주는 서울중심주의의 지배에서 벗어나 서울과 협조하면서 세계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역사, 문화, 생태, 인적 자산이 있는 지역이다. 지역이 스스로의 자존을 세우며 세계와 소통하기 위해서는 어떤 문화적 태도와 모습을 갖추어야 할까?

젊은 사람들은 노인을 공경하고 미래를 준비하고, 젊은 시절 자신과 사회의 보다 바람직한 모습을 위해 노력한 노인들은 노년을 존엄하게 보장받으며 관용과 배려로 어린이 청소년을 보살피는 좋은 사람들이 사는 곳은 당연히 살기 좋은 도시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이와 성별과 국적을 가리지 않고 저마다 살고 싶어 공주를 찾게 될 때 공주의 자존은 세워지는 것이고 이러한 진보된 문화적 체험과 자산으로 세계와 소통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공주가 보다 살기 좋은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산적한 현안들을 해결하면서 공주만이 갖고 있는 역사, 문화, 생태, 인적 자산을 잘 키워가려는 노력이 유기적으로 구조화될 필요가 있고 그 중요한 한 축이 공주대학교다.

공주를 찾는 젊은 인재들을 돈벌이의 대상으로만 여길 때, 타지로 유학 간 공주의 자식들 역시 같은 대접을 받는 것이 당연한 이치가 아니겠는가. 대학을 서열화 해서 일류와 삼류로 나누고 이에 따라 고등학교도 명문고와 똥통학교로 연쇄적으로 나누기 시작하면 대한민국의 모든 지방은 다 똥통이라는 결론에 이르는 것 아닌가? 거기서 어떻게 자존심이 피어날 수 있고 경쟁력이 생기겠는가? 명문고와 일류대를 나온 성공?한 자의 이기심과 똥통학교와 삼류대를 나온 사람들의 패배감은 우리 사회를 야만과 불안이 지배하는 사회로 만들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참다운 경쟁력이란 사회통합에서 우러나오는 것이 아니겠는가? 세계화시대의 경쟁력을 논하면서 우리가 너무도 쉽게 간과하는 것이 사회통합의 철학이다. 기왕에 불거진 공주대문제를 통해 우리는 국가교육정책에서부터 지역자치, 사회통합, 지역의 가치 등 시대적 의제들을 발굴해 발전적이고 건강한 얘기들이 활발하게 오가는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중요한 의제들이 싸움의 혈기에 가려 결국 감정적 상처들만 남기고 허탈해 하는 과오는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범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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