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은 왜 생겼나.

이 세상 삼라만상에는 다 이름이 있다. 그러나 그 스스로 자신의 이름을 지은 것은 하나도 없다. 모두 사람들이 지어서 붙여 준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은 왜 사물들에 이름을 붙이는가. 당연히 그 사물을 위해서가 아니다.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서 그렇게 하는 것일 뿐이다.

그 편의라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그것은 바로 ‘구별’ 때문이다. 같은 것이 여러 가지 있을 때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예컨대 산에 나무가 많은데 그 중 어떤 특정한 나무를 가리킬 필요가 있다고 해보자. 그냥 나무라고만 해서는 알아듣지 못할 것이다. 그 나무의 특징을 말해야 한다.

키가 크다든지, 잎이 넓다든지, 둥치 색깔이 붉다든지,...... 이렇게 그 나무의 어떤 특징을 짚어서 말하면 상대방은 어떤 나무를 말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나무 중에 키가 큰 것이 여럿 있으면 그냥 ‘큰 나무’라고만 해서는 의사 전달이 안 될 게 뻔하다. 그래서 다시 또 구분을 해 말해야 한다. ‘키가 크고 잎이 뾰쪽한 나무’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공교롭게 키가 크고 잎이 뾰쪽한 나무가 또 여럿 있으면 어떻게 할까. 할 수 없이 다시 또 구분을 해서 ‘키가 크고 잎이 뾰족하고 둥치가 붉은 나무’ 이런 식으로 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히 사물의 이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그것은 비경제적이며 매우 불편한 일이다. 

그러나 지혜로운 인간들은 곧 이런 불필요한 낭비가 생기는 현상을 극복할 대안을 찾아낸다. 개별적인 사물에 각각 이름을 붙여주는 방법을 고안하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에 개별적인 사물의 이름은 누구나 쉽게 공감하고 기억하도록 붙여져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일이다. 그렇게 하자면 개별적 사물의 겉모습은 물론 눈에 안 보이는 내면의 의미까지 잘 담아낼 수 있도록 지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생긴 것이 사물들의 현재 이름이다.

이름을 바꾸는 이유는.

이름이 개인의 운명과는 상관이 없는데도 어떤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좋은 이름으로 바꾸려고 시도한다. 물론 ‘위약효과’ 같은 심리적인 효과까지 부정하자는 것은 아니다. 이름을 바꾸었기 때문에 잘 될 것이라는 강력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분명 일정 부분 효과가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개인이 아무리 자기 이름을 좋은 것으로 바꾸고자 해도 현행 법령에서는 그것을 쉽게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름을 바꾸려면 법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법원에서는 가까운 사람들과 구별이 안 된다거나, 혐오감을 준다거나, 흉악한 범죄자의 이름과 같다거나 등등 뚜렷한 이유가 있을 때만 허용한다.

한번 정해진 이름을 아무나 쉽게 바꿀 수 있다면 약속을 근간으로 하는 사회생활에 큰 혼란이 올 게 뻔하기 때문에 그런 까다로운 절차를 정해 놓았을 것이다.

세상에는 이름을 바꾸어서 성공한 경우가 있다. 가령 LG나 SK 같은 회사는 이름을 바꾼 후 크게 성장했다. 그러나 삼성이나 현대는 이름을 바꾸지 않고도 세계적인 기업이 됐다. 따라서 무엇이 옳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요컨대 개인이나 회사나 단체나 그 이름을 바꾸고자 하면, 왜 바꾸어야 하는지, 무엇으로 바꿀 것인지, 바꾸었을 때와 종전 이름을 썼을 때의 손익의 차이는 얼마인지를 면밀히 따져 보아야 한다. 그 결과 바꾸는 것이 이익이 된다는 명확한 결론이 나왔을 때 개명을 단행하는 것이 상식에 부합하는 일일 것이다.

공주대 이름을 바꾸는 문제로 학교와 동창회, 시민들이 충돌하고 있다. 서로 협력하여 발전을 위해 힘을 합해도 부족할 판에 갈등을 일으키는 모습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조속히 학교 집행부, 교수, 학생, 동창회, 시청, 시민 대표를 비롯하여 객관적인 제3자가 참여하는 연구 모임을 만들자.

거기서 교명을 바꾸어야 할 이유, 바꿀 교명, 그것으로 바꾸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득, 그리고 그것이 현재의 이름보다 나은 이유 등을 면밀히 따져 보자. 그래서 다수가 동의한다면 지체 없이 ‘공주대’라는 이름을 버리고 새 이름으로 바꾸자. 이 길이 최선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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