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 재(災)라는 한자는 처음 내 천(川)자 밑에 한 일(一)자를 조합해서 둑 혹은 댐을 나타내는 단어로 쓰였다.

후에 내 천(川)자 밑에 불 화(火)자로 변해 오늘까지 사용되고 있다.

인간이 농사나 삶의 편의를 위해 막은 둑이 어느 시기 터졌을 때 그것은 그때까지 일궈 온 삶의 모든 것은 물론 인간의 생명까지 위협한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문자로 만든 것이다.

 불이라는 것도 인간이 동물과 다른 문명을 이루게 된 최초의 발견임과 동시에 그것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났을 때 얼마나 큰 위험인지 인류의 조상들은 문자를 만들어 후손에게 전하고 있는 것이다.

산업혁명을 이끈 증기기관은 바로 이 재(災)자처럼 불 위에서 물이 끓어서 생긴 증기로 터빈을 돌리는 것이다.

열을 만드는 원료만 나무나 석탄에서 우라늄으로 바뀌었을 뿐 원자력 역시 같은 원리다.

그러나 만약에 이것이 자칫 그 운용에 있어서 실수나 사고로 인해 폭발한다면 나무나 석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재앙임을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증언하고 있다.

인간의 통제 안에 있는 에너지는 문명의 이기이겠지만 거기에서 벗어난 에너지는 재앙인 것이다.

 아울러 개인이나 소집단이 통제할 수 있는 에너지와 거대집단의 권력에 의해 지배되는 거대에너지는 단순히 에너지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인권과 민주주의의 문제까지 연결된다.

비유가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보이지만 복잡한 통상 외교문제를 짧은 지면에서 설명하기 위해 재앙이라는 문자를 인용함을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

지금 공주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공주대 교명변경이나 대학본부 이전문제를 증기기관에 이상이 생긴 것에 비유한다면 한미FTA협상으로 인해 공주를 포함한 한국사회전반에 불어 닥칠 파장은 핵폭발에 비유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

공주시민인 우리가 할 수 있는 대응의 한 가지만을 예로 들어도 이 비유가 적절하다는 것은 금방 공감할 수 있다.

공주대문제와 관련해서는 당사자인 공주시민과 공주대는 한자리에 모여 대화하고 협의해서 중앙정부에 건의도 하고 압력도 행사하면서 대화를 진전시켜나갈 수 있다.

왜냐면 같은 언어, 문화, 역사 등 지역공동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일정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논의해 갈 수 있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 간의 자유무역협상은 우리처럼 평범한 시민들은 회의장 근처에 접근도 할 수 없다.

심지어 한국 측 대표들이 일부 공개한 영문협상문서의 번역을 놓고도 해석이 분분 할 만큼 경제와 협상언어 자체가 미분화된 것이 세계최강대국 미국과 비교한 한국의 상황이다.

거기에 일정까지 정해져 있다.

좀 더 자세히 협상의 전모를 알고 싶어도 한국측대표단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에게 조차도 전문을 공개하고 있지 않다.

미국이 상하원에서 문구 한 자 한 자까지 보고하고 인준을 받아야 하는 것에 비하면 참으로 한국국민은 어처구니없는 대접을 받는 것이다.

필자의 경우도 교육과 문화 분야의 일부 공개된 문건을 근거로 그 위험성을 인식하고 있다.

 국민에게 알리지도 않고, 알고자 하는 사람에게 공개하지도 않고 협상을 진행시키고 나서 차후에 캐나다처럼 국민의 삶의 질은 떨어지고 노숙자는 늘어나고 미국투기자본가들의 재산은 더 거대해져서 우리의 삶이 지금보다 더욱 심하게 다국적 기업, 그 다국적 기업들로부터 정치자금을 지원받는 미국 국회, 다국적 기업의 기부금이 아니고서는 그 자리에 오를 수 없는 미국 대통령에 의해서 좌우된다면 대한민국은 과연 자주국가인가?

우리는 지금 공주대문제로 총장을 만날 수도 있고, 국공립대통폐합이나 무상교육(국립대등록금 무료화)의견을 모아 교육부장관도 만날 수도 있다.

왜냐면 우리는 이 땅에 사는 주권을 갖고 있는 국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미FTA가 체결되면 우리는 아무도 만날 수 없다.

공주대가 미국사립대학의 분교가 되어 등록금이 몇 천 만원이 되어도, 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가족이 병원 문 앞에서 죽을 수밖에 없더라도 우리는 우는 것이 전부일 수밖에 없다.

국내법이야 압력을 행사하거나 정권을 바꿔서라도 바꿔나갈 수 있겠지만 한 번 체결된 국제조약은 전쟁이 아니고는 해결한 예가 거의 없는 것이 역사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에너지가 재앙이듯 우리 모르게 진행시키는 협상 또한 재앙이 된다.  그것은 주권이 국민에게서 나오지 않고 권력을 잠시 위임받은 위정자들이 맘대로 주무를 수 있다는 것을 용인하는 것이 되어 도도히 흘러온 천부인권의 역사를 거꾸로 돌리는 것이 된다. 그리고 인권과 생태와 문화를 꽃피우기 위해 조직된 작은 단위의 자치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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