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도 이제 관광시대를 맞고 있다. 각박한 도시를 벗어나 농촌의 품에 안기고 싶어 하는 게 요즘 도시사람들의 여가 행태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정안의 한 농가가 지난 가을 수  천명의 관광객들을 불러 들였다. 인터넷으로 끌어 모은 밤 줍기 행사였다.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모여 들였으니 수익도 짭짤할 수밖에 없다. 농사일밖에 모르는 농부라서 관광객을 맞아들이는 요령도 서툴고 홍보하는 방법도 어설펐지만 3년간의 노하우가 제법 작용한지라 5ha 밤농사로 2천 5백만원 밖에 안됐던 것이 밤 줍기 이벤트를 시작한 후에 수입이 늘어 올해는 2배가 넘었다고 한다.

밤 줍고 고르는 인건비를 관광객들이 대신해 주는 것이라든가 가만히 앉아서 밤을 팔 수 있었던 요인이다. 무엇보다도 관광객들을 끌어 모을 수 있었던 것은 마을 앞 냇가에서 물고기 잡고 들녘 허수아비 만들기도 매력으로 작용했지만 뚝뚝한 말씨에 표정은 없어도 언제나 순수하고 정성을 다한 50대 부부의 훈훈한 인심 때문이라는 것이 관광객들의 뒷이야기다. 가족단위로 사랑방에 하룻밤을 머물면서 무성산을 오르고 버섯을 따는 이들도 상당수 이었다고 하니 우리 농촌의 희망이 아닐 수 없다.

유럽 선진국은 농촌 체험관광이 농가의 주요 농외 소득원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그 비결은 무얼까. 어느 방송의 얘기다. 독일 남부 바이에론주 찰키르호 도르프 마을에서 2대째 민박을 운영하는 에드문츠 핑크씨 부부. 젖소 35마리와 송아지 50마리 규모의 목축업에서 연간 우리 돈으로 5천만 원의 수입을 올리지만 이것 만으로는 생계유지가 빠듯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체 수입의 30% 정도를 민박 수입으로 이어가고 있다. 큰 방 3개와 작은 방 1개 모두 4개인데, 연간 200일 정도를 손님이 묵고 간다. 콘도같은 큰 방은 하루 7만원을 받는다.

핑크씨는 자신의 민박을 소개할 때는 ‘농가 민박’ 이라는 말을 꼭 붙인다. 손님을 유치하는데 농가라는 매력이 절대적이다. “도시 냄새가 나는 숙박이라면 손님들이 굳이 이곳 말고도 갈 데가 많아 찾아오지 않을 것” 이라며 농가만의 매력을 잘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 유럽 선진국은 오랜 역사를 통해 민박이 농가의 중요한 농외 소득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민박 수입이 전체 수입의 50%를 절대 넘지 못하도록 하는 것도 철저하다. 농가 민박이 상업적인 수단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고 ‘농업’이라는 본분을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 농촌을 들여다보자.  쌀 시장을 개방하면 외국 농산물이 들어온다고 금방 난리 날 것처럼 요란 떨었어도 잘 버텨내고 있는 우리 농촌 아닌가. 푸른 하늘, 주렁주렁 열린 감, 맑은 시냇물, 논두렁 밭두렁, 언제나 반기는 넉넉한 인심을 뒤로하고 언론·방송마다 화난 농민들을 비춰주는 부정적 이미지는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불안감을 조성하는 행위는 정겨운 우리 농촌의 이미지를 망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농촌을 농촌답게 만들어 도시민들의 휴식처로 제공된다면 농촌의 위기를 능히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이게 바로 농촌 관광이다. 농촌 관광은 마을 자체가 상품이 아닐 수 없다. 구부러진 길 ,토담집에 땀의 농산물과 푸성귀 음식, 그리고 농사체험과 휴양 등을 그대로 즐기게 해주는 것이지, 도시민을 불러오자고 큰 돈을 들여 건물 짓고 정체불명의 마을을 조성해서는 안 된다. 관광객들은 우리 농촌의 케케묵어 있는 순수한 모습을 경험하고 싶고 자연과 어울러 지고 싶어 한다. 그래서 관광객 맞이는 한 사람의 노력으로는 어렵다. 정부는 내년부터 개방에 대비하여 향후 10년간 119조원을 농업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과거처럼 천편일률적 쏟아 붓기씩 개발은 마을의 고유한 정서를 해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마을 주민들의 자발성을 꺾지 않을까 우려도 된다. 새롭게 만들고 꾸미는 마을 보다는 자연을 소중히 여기고 그 속에서 사람과 마을 그리고 문화가 어우러지게 하는 것, 관이 아닌 농촌을 지키는 마을 사람들의 몫이다.  이런 5도 2촌을 우리 함께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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