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공주대의 교명변경에 대해서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던 사람이다.

그것은 공주대학교가 예산농업전문대학과 천안공업전문대학을 통합해서 전국 7위권의 종합대학교로 발돋움했기 때문에 무언가 이 3지역의 정서를 아우르는 교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거기에는 3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첫째는 공주대학교의 학적을 가진 졸업동문들과 재학생들의 폭넓은 이해와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적어도 새로운 교명이 공주대보다 훨씬 더 좋은 브랜드 가치를 가질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는 한, 교명변경의 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둘째는 교명변경의 시도가 총장선거에서 당선되기 위한 전술 전략적인 차원이 아니라 순수하게 공주대학교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출발해야만 많은 사람들의 지지와 공감대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총장 개인의 ‘나 홀로 식’ 교명변경 시도는 교명의 변경자체도 어려울뿐더러 설령 교명이 변경된다손 치더라도 그 효과를 거두기가 매우 어렵다.

셋째는 교명변경을 시도하기 전에, 총장은 누구나 객관적으로 공감하고 납득할 수 있는 공주대학교의 미래 비전과 미션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그 틀 속에서 교명변경의 필요성과 교명의 브랜드 제고 전략부터 밝혀야 한다는 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재현 총장은 위의 3가지 전제조건 중에서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충족시키지도 못한 상태에서 자기 멋대로 교명변경을 강행하고 있다.

총장이라는 직책은 4년이라는 한시적인 기간 동안 대학구성원을 대표하며 대학을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대학을 경영해야 할 책임자에 지나지 않는다.

그는 공주대학교의 소유자도 아니다. 또 총장선거에서 교수와 직원들은 그에게 독재시대의 독재자처럼 대학을 자기 맘대로 운영할 수 있는 권한을 주지도 않았다. 그러나 작금의 공주대학교를 보면 1인 천하의 시대에 지나지 않는다.

한 마디로 공주대학교의 비극이 아닐 수 없다.

공주대학교에 더 큰 비극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김재현 총장부터 마음을 비우고 원점부터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교수들만의 부재자 투표와 인터넷 설문조사를 통한 선호도 조사는 전대미문의 의견수렴방식이다.

이번 투표방식은 객관성, 투명성, 비밀투표의 전제조건, 합리성이 모두 결여되었기 때문에 향후 많은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공주, 천안, 예산 캠퍼스간 갈등과 분열을 봉합하고 화합하는 장을 만들어나가기 위해서는 대학본부의 천안 이전 포기에 대한 명확한 입장표명, 기존의 7개 교명선정 후보군과 공주대를 포함시킨 8개 교명에 대한 재학생, 직원, 교수의 직접 비밀투표를 통해서 공주대학교보다 좋게 나온 대학 이름이 있으면 그것을 공주대학교의 새로운 교명으로 추진해보고 안 되면 이제 더 이상 교명변경 논의를 중지했으면 한다.

이제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들이 망해 가는 이때,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쳐서 좋은 대학을 만들 생각은 하지 않고 실익도 별로 없는 교명변경에 대한 갈등으로 날밤을 지새우는 공주대학교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한심하다 못해 절망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김재현 총장이 명량해전에서 ‘必死則生 必生則死’의 각오로 13척의 전선을 이끌고 133척의 왜선을 맞아 승리를 거둔 이순신의 ‘사즉생’ 정신으로 오늘의 난국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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