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여덟살의 봄은 일생에 단 한번 뿐이다.’ 

제가 존경하는 공주의 서정 시인 나태주 선생님이 하신 말씀입니다.

세상이 복잡해지면서 자연의 소중함이 더 절실해 지듯이 엄동설한의 추위를 이기고 맞는 봄. 꽃이 피고 나비 나는 봄의 싱그러움은 아무리 반복해 만나도 그리운 사람처럼 사람의 가슴에 희망과 설레임을 선물하지요.

삼짇날은 그런 봄의 설레임을 마음으로 즐기는 명절이었지요. 그것도 봄은 여인 계절이요,

가을은 남정네의 계절이라는 의미 더해서 설렘으로 가득 찬 여인들의 생기 넘치는 봄의 한 복판이 삼짇날입니다.

올해는 4월 8일에 해당하는 음력 3월 3일.
5월 5일의 단오, 7월 7일의 칠성처럼 홀수가 겹치는 날을 명절로 여겨온 것은 양기가 모여 사람의 기운을 왕성하면서도 평화롭게 하는 날을 명절로 삼은 것이지만, 기실 삼월 삼짇날의 풍습은 남정네들은 밀쳐두고 여인들의 설렘을 담아내는 날이었습니다.

 

노랑나비를 먼저 보면 임이 생기고.

삼짇날 하면 제비입니다.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는 날이고, 모든 나무에 물이 올라 꽃이 피기 시작하니 겨우내 볼 수 없었던 나비가 세상을 향해 나풀거리는 날개 짓을 시작하는 날이지요.

우리 고장에서는 이 날 호랑나비를 보면 재수가 좋고 노랑나비를 보면 임이 생기고(처녀가 시집을 가고) 흰나비를 보면 상을 당한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모든 면에서 기피의 대상인 뱀에 대해서도 이 날만큼은 상서로운 동물이 되어 삼짇날 뱀을 보면 1년 동안 재수가 좋다고 믿었는데 이는 미신적인 바람이 아니라 봄을 희망의 덩어리로 삼고 싶은 욕심의 산물이었을 것입니다.

 

버들피리와 풀각시. 

처녀들이 이성에 대한 기대로 설레인다면 어린 아이들은 뛰어 놀기 좋아서 설레입니다. 버들강아지가 피고 물이 오르니 사내 아이들이 버들피리를 만들어 삘릴리리 신나게 불어 아름다운 소리 한 줌을 꽃잎 위에 뿌리고 양지 녘에 자란 새 풀잎을 모아 제 머리를 흉내 내어 땋아 내리면 풀각시가 되니 여자 아이들은 아름다운 제 마음을 모아 풀각시를 만들어 「너는 신랑 나는 각시」 인형놀이를 합니다.

 

봄의 향내 나는 진잘래 화전

삼짇날의 음식하면 화전입니다. 화전은 찹쌀가루를 반죽해서 둥글게 떡을 만들어 철판에 기름을 두르고 붙여낼 때 진달래 꽃잎을 위에 얹어 봄의 향기를 음미하는 삼짇날 ‘시절 음식’인데 공주에서는 화전이라는 말보다 ‘꽃버무리기’라는 말이 더 친숙했지요.

손이 많이 가는 진달래 화전을 해 먹을 여유가 없는 서민들은 그냥 넘기기 서운해서 꽃을 따다가 찹쌀가루에 버무려 시루나 솥에 쩌먹는 것을 ‘진달래 버무리기’라 하였지요. 진달래만이 아니라 곤단추 꽃을 따서 쌀가루에 버무려 시루에 쩌내는 ‘곤단추 꽃 버무리기’도 즐겨 먹었던 새봄음식 중 하나였습니다.
꽃버무리기도 힘든 집안에는 쑥개피떡이나 느티나무 새순을 떠서 버므리기를 해 먹으면서 봄을 음미했습니다.

아이들은 봄의 뜰에서 버들피리(공주이름 호띠기)를 만들어 불고 풀각시 인형을 만들어 어른들을 흉내 내며 꿈을 키우고 낭자들은  꽃향기를 집안으로 불러 들여 설레임을 만들었던 봄의 명절 삼지.
어른들이야 들일에 바빠 한숨 쉴 틈조차 빼앗겨 가지만 봄은 언제나 꽃이 피고 나비가 날아서 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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