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숙원이던 우리 집 사슴 장 아래 언덕배기에다 올해는 포크레인을 들여 바위덩이를 밀어내고 밭을 만들었다.

집 앞에 널찍한 밭 하나가 새로 생긴 셈이다. 해마다 사슴장의 거름을 수레로 퍼다 부어 호박을 심던 곳이라 무엇을 심더라도 다 잘 될 옥토이다.

문전옥토이니 나는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뭐든지 자꾸 심어댄다.

심을 땅을 만들어 놓으니 빈 밭을 채워나갈 품종들이 요것조것 생겨나 오히려 심을 땅이 모자랄 지경이다.

지인으로부터 참옷나무 50여주를 얻어 와 밭 가장자리에다 심었고 그 바깥 둔 턱으로는 꾸지뽕나무를 역시 50여 그루 사다 심었다. 그리고 거름기가 풍부한 밭 가운데는 옥수수를 심었다.

문 옆으로 철망 앞에는 넝쿨강낭콩과 오이를 심어 철망에다 올리려 한다. 그 앞으로는 대파도 두어줄 심었고 가지와 양배추도 몇 포기 심고, 고추, 피망, 참외도 여남은 포기씩 심어놓았다.

또 그 앞으로는 녹두 씨를 구해다 심었는데 녹두는 땅이 기름지면 여름부터 가을까지 꾸준하게 수확을 할 수 있단다. 영근 꼬투리를 부지런히 따 주면 또 꽃피워서 열고 연단다.

이만하면 그만 심을 만도 한데 나는 또 더 심을게 없을까 생각을 하다가 옥수수 심은 가장자리, 그러니까 참옷나무 심은 그 사이사이로 수수 씨를 얻어다 또 심었다.

가을들녘에 일렁거리는 수수이삭을 바라보며 시골의 정취를 한껏 느껴보고 싶은 것이다. 스스로도 어지간히 심어댔다는 생각이 든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심지 않을 그 공간까지 기를 쓰고 심다보니 문든 이런 생각이 든다.

시절은 내가 씨를 뿌리든 뿌리지 않든 여름이 되고 가을이 된다. 내가 옥수수 한 가지만 심었더라면 옥수수만 따 먹을 것인데 여러 품종을 심어놨으니 내가심은 종류만큼, 면적만큼 수확을 하게 될 것이다.

이렇듯 우리네 인생에도 일을 하든 하지 않든 시간은 쉬지 않고 흘러간다. 그렇다면 기왕에 주어진 여정, 자투리시간까지 알뜰히 활용하여 하고 싶은 일들, 이루고 싶은 업적 등, 여한 없이 덤벼볼 일 아니겠는가? 

밭이 일구어지니 심을 품목들이 우르르 생겨나듯 우리네도 그 무엇으로든 갖추어지고 준비가 되어져야 오는 기회를 잡을 수가 있고 여러모로 쓰임새가 다양해질 것이다.

저작권자 © 금강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