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홍순 (일어 일문학 전공, 제일 일어전문학원장)
1. 백제인이 지은 일본최고의 고어체 시가

백제인으로 일본 인물 사전에 실려 있는 만엽가인(万葉歌人) 3인과 그들의 시(詩) 125수 중 몇 작품을 선집 소개할까 한다.

만엽집이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시가집 20권이며 4천516수가 담긴 방대한 일본 최고의 고어체 시가집으로 나라시대(奈良時代, 710-784)의 말엽에 완성된 시가집이며 특징적인 시가풍은 힘차고 꾸밈없는 아름다움이 있고 만엽집이란 서명(書名)은 많은 시화집을 모은 것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만엽집이 언제 엮어졌는가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대체로 만엽집이 하나의 정리된 가집으로 어느 한 시기에 편집된 것이 아니고 긴 세월에 걸쳐 증감이 계속되면서 현재의 형태에 이른 것이다.

5세기 전부터 8세기 중반까지 전후 약 3백년에 걸친 노래를 수록하고 있으며 우리의 향가와 같은 시대에 나온 노래들이다.

당시 고유 문자가 없던 나라시대의 왜(倭)는 우리의 향가와 같이 이두, 향찰과 같은 표기법을 써서 우리의 장단가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이 만엽집에는 고대 생활 풍속이나 신앙 등이 생생히 담겨 있어 당시 우리 지도층들이 일본에 건너가 많이 살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만엽시를 지은 가인 10명 중 8명이 한반도 출신으로 꼽히고 있으나 일본인들은 10명 중 4명 정도로 보고 있다.

만엽집이 한창 쓰여진 시기는 제 40대 텐무텐노(天武天皇, 673-686)와 제 41대 지토텐노(持統天皇, 686-697)의 시대로 문학이 매우 융성하여 한시(漢詩)와 와카(和歌)에 있어서 뛰어난 시인 가객이 많이 배출되었다.

일본의 조정과 문단에는 수많은 한반도 출신의 1세와 그 후손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 그들은 노래를 지을 때 본국의 가락에 맞추어 불렀으며 노래형식이 우리의 전통적인 가형과 동질성을 갖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만요가나(万葉仮名), 만엽문자)는 우리나라에서 고안하여 오랜 세월 동안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완성시킨 표기법을 일본에 건너간 우리 지식인들이 전파하며 일본어음에 알맞도록 개조한 것임을 알 수 있다.

한반도에서 건너간 정복인들이나 도일인들은 본국에서 해온 생활양식과 습속 또한 그대로 일본 땅에 뿌리를 내리게 한 실상이 만엽집 노래 속에 살아 숨 쉬고 있으며 수많은 만엽가인 중 3대 가인으로 불리는 궁정가인의 제 1인자인 여류가인 누카타노오오기미(額田王, 액전왕)와 인생의 어두운 면과 사회문제를 깊숙이 논한 야마노우에노오쿠라(山上憶良), 궁정가인으로 서경가의 제 1인자로 불리는 야마베노아카히토(山部赤人, 산부적인)등의 백제 가인들의 시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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