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진 (공주여성문학 사무국장)

우리 집에는 감나무가 많다. 40여 년 전 시아버지께서 감 씨를 심어서 나온 고욤나무에다 감나무 접을 붙여 곳곳에다 심어 놓으셨기에 가을이면 집 주변이 발갛게 채색이 된다.

먹어도 먹어도 다 못 먹는 감을 나는 일찌감치 따먹기 시작한다. 한 포대씩 따다 떫은맛을 우려내고는 아끼지 않고 먹으면서 누구라도 찾아오면 한 봉지씩 나눠주는 기쁨도 즐긴다.

외출 시에도 줄만한 곳이면 어디라도 갖다 주며 인심도 듬뿍듬뿍 쓴다. 흔하다보니 먹기도 많이 먹는데 나는 어째 먹을 때마다 신비스러움을 느끼곤 한다.

한입 베어 물면 입안에 그득히 고이는 감칠맛 나는 단맛을 차마 꿀꺽 못 삼키고 우물우물 음미를 하게 되는 것이다.

‘단맛도 여러 종류인데 어쩜 요렇게 맛있는 단맛을 낼까. 대체 자연은 어떤 힘을 가졌기에 이리 단물나게 만들어내는 걸까? 흙 속에는 무슨 성분이 있기에 이처럼 단맛만 뽑아 올려 뭉쳐놓는 것일까.’ 수도 없이 그런 생각을 해본다.

사람을 만물의 영장이라, 자연의 일부라 하지만 한 개의 감만도 못하다는 생각이 미친다. 곱게 익어서 사람에게도 짐승에게도 배를 채워주고 입을 즐겁게 해 주며 넉넉함과 풍성함을 안겨주니 말이다. 있는 대로 다 주면서도 생색내지 아니하고 우쭐대는 법이 없다. 그러면서도 침묵 가운데서 가르침을 주고 있다.

사람도 연륜을 쌓으면서 아름답게 익는 법을 배워야 하리라. 아집의 내성에서 벗어나는 법을 배워야 되리라. 나이를 내세우기보다는 자신을 드러내기 보다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자리매김하는 법을 배워야 하리라.

대접받으려 하기 보다는 줄 수 있는 넉넉함을 배워야 하리라. 단맛이 뭉친 잘 익은 감처럼 세월이 더할수록 맛있는 단맛으로 영글어서 단 한사람 누구에게라도 주린 배를 채워줄 수 있는 법을 배워야 하리라.

너무 흔해서 아무렇게 다루기도 하지만 한 개의 감에서도 얻어내는 가르침이 많구나.  

저작권자 © 금강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