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홍순 (일어 일문학 전공, 제일 일어전문학원장)
만엽집의 3대 작가 중의 한 사람이며 백제인의 후손인 야마노우에노오쿠라는 다른 사람에 비하여 경력을 상고할 자료가 비교적 많이 남아 있다.

그가 태어난 해는 660년이며 721년에는 쇼무(聖武) 천황의 교육담당과 726년에는 축전수(筑前守, 지금의 후쿠오카현 지방장관)가 되어 부임, 731년 후반에 퇴임, 귀경한 후738년 6월 큰 병에 걸려 숨졌다.

야마노우에노오쿠라는 가인인 동시에 위대한 학자였으며 그의 작품에는 시문, 유교, 불교, 노자, 장자의 글귀가 자유자제로 구사되어 있으며 야마노우에노오쿠라가 뛰어난 가인으로서 왕성한 활동을 하며 지위를 확립한 것은 후쿠오카의 축전수 시대였으며 만엽집에는 장가 10수, 단가 52수, 선두가(旋頭歌) 1수 그밖에 한시, 한문이 실려 있다.

야마노우에노오쿠라는 단가보다는 장가에 능통했으며, 내용으로는 자연을 노래한 것은 불과 3수뿐이고, 모두 인사에 관한 것으로 자식에 대한 깊은 애정, 병약, 빈궁, 노사(老死) 등의 어두운 면을 노래하고, 사상성(思想性)과 사회성(社会性)을 깊이 논한 데에 그의 특색이 있다.

다음은 야마노우에노오쿠라의 시가이다.
 
“오이 먹으면 자식이 생각나네, 밥 먹으면 더더욱 자식이 생각나네.
 대체 자식이란 어디서 왔단 말 인고 자식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려  
 편안히 잘 수 없네. 은, 금(銀, 金)도 옥(玉)도 모두 무엇 할까 보냐.
 훌륭한 보배란 자식에 미칠까 보냐.”

이 시는 야마노우에노오쿠라가 금이야 옥이야 한 자식에 대한 애정을 가슴 속 깊은 곳에서 그려낸 작품이다.

“바람 섞어 비 오는 밤의 비 섞어 눈 오는 밤은, 부질없이 추워서 덩어리 소금 뜯어내어 조금씩 갉아먹고 찌꺼기 술 마시면서 연거푸 기침하며 코를 노상 씰룩씰룩, 엉성한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나를 제쳐 놓고는 사람다운 사람 없다 뽐내며 보건만은 너무나 추워서 삼 이불 뒤집어쓰고 솜 없는 포견의(布肩衣)를 있는 대로 다 입어도 이처럼 추운 밤인데 나보다도 가난한 사람들의 부모는 배고파 떨고 있겠지. 처자들은 힘없이 흐느끼며 울고 있겠지. 이러한 때 그대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

이상은 야마노우에노오쿠라의 빈궁에 대한 노래이다. 소금을 안주 삼아 찌꺼기 술을 마시고 솜 없는 삼베이불을 덮고 배고파 떨면서도 나 외에는 사람다운 사람이 없다는 우리 조상 백제인의 기상이 사뭇 엿보이는 시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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