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를 넘긴 나이에도 정정하신 장수 할아버지 제보를 듣고 아침 일찍 서둘러 출발, 공주시 계룡면 기산리로 향했다. 갑자기 추워진 겨울날씨에 마을길로 접어들면서 볼을 에이듯이 몰아치는 바람에 어깨를 움츠리며 종종걸음으로 마을노인회관을 돌아 105세 할아버지가 살고 계신 집에 도착했다.

▷ 설을 지내면 106세가 되시는 오세응 할아버지

 

한 눈에도 지은지 오래됐고, 지금은 사용을 하지 않는 듯 보이는 본채를 비켜 아담하게 자리잡은 작은 문에서 할아버지를 만났다.

“어여 들어와요. 추운데. 우리 아버님 모시고 나올테니 이리 앉아 있어요.”
아니? 할아버지가 할아버지를 모시고 온다니... 그럼 이 할아버지가 아니란 말인가?
잠시 뒤 아들과 함께 모습을 나타내신 분이 올해 105세 오세응 할아버지다.
외형상으로는 아드님이나 아버님이나 다같은 할아버지로 보이는데...
“어서와. 추운디 오니라 고생했어. 여기 마실 차 끓여와라”하시며 며느리를 부르시는 목소리가 아직도 정정하시다.


-할아버지 슬하에 자녀는 몇 분 두셨어요?

“나? 2남 2녀. 위로 딸이 둘이고 그 밑으로 아들이 둘이여.‘
-다복하게 두셨네요. 그런데 할머니가 안계셔서 불편하지 않으세요? 할머니는 언제 돌아가셨어요?

“1년만 더 살았으면 70살인디 그걸 못 기다리고 69살에 갔어. 나보다 5살이나 덜 먹었으니 나 두고 간지 32년 됐구먼.”


-술, 담배는 하세요?

“좋아했지. 일할 때 입에 항상 담배를 물고 일했고, 술도 참 좋아했지. 많이도 먹고. 그런데 저어기 며느리 때문에 담배 끊었어. 아팠거든. 폐암 말기여서 내가 담배를 피면 며느리가 기침을 더 하는 것 같고 나 때문에 아픈 것 같아 마음이 안 좋았어. 며느리 아프니 정신이 하나도 없더라구. 그래서 끊기로 마음먹고 그 뒤로 안 피운거지. 또 술은 며느리도 아프고 아들도 몸이 약해 기운을 못써. 그래서 혹시 내가 술 마시고 쓰러지면 날 챙길 사람이 없어. 그래서 그것도 끊었지.”

며느리 최정선(68세)씨는 10여 년 전 폐암 말기 진단을 받고 6개월 입원치료하며 담당의사로부터 6개월밖에 살수 없다는 말을 듣고 마지막으로 수술을 받기 위해 검사하던 중 피를 토하며 폐암 덩어리가 갑자기 없어져 건강을 회복했다고 한다. 아들 오종석(73세)씨도 어려서부터 몸이 약한데다 늑막염을 앓아 농사일은 거의 못하고 있다고 한다.

할아버지의 건강 비결이 뭘까요?라는 질문에 며느리 최정선씨는 “아버님은 뭐든지 잘 드셔요. 또 잘 다니시고. 얼굴 주름 좀 봐요. 아들보다 없지. 머리카락도 염색하나도 안했는데 흰머리 거의 없잖아요.

그게 다 김치를 많이 드셔서 그런 것 같어. 우리집 김치는 아버님이 다 드셔. 그것도 쉰 김치만. 우리는 먹고 싶어도 시어서 먹지도 못하는데...”고 하시며 “기억력도 얼마나 좋으신지 증손주가 누구누군지도 다 아셔. 그리고 지금도 농사 짓는 것 일일이 참견 다 하셔요.”
“너무 오래 앓지 않으시고 건강하게 살다 가셨으면 더 이상 바랄게 없어요”


-할아버지 조금 있으면 설날인데 며느리, 아들에게 해 주시고 싶은 말씀 있으세요?

“없~어... 내가 설 쇠면 106살이야 106살. 며느리가 매일 밥상에 고기 챙겨줘서 고마워. 새해 복 많이 받어. 며느리, 아들뿐 아니라 여기 있는 사람들 다.”
며느리, 아들 위해 평생 유일한 친구인 술과 담배를 끊으신 할아버지.

또, 할아버지를 위해 높은 계단이 있는 본채를 두고 턱이 없는 집을 따로 마련한 아들 오종석씨, 특별히 좋을 것도 없는데 항상 기쁘고 행복하다고 말씀하시며 환하게 웃는 며느리 최정선씨에게서 사랑으로 응집된 가족의 훈훈함을 느꼈다.

도시로 나간 아들딸들이 손자·손녀를 안고 까치 울음소리와 함께 대문을 열고 올 날을 기다리는 할아버지. 올 설에도 무릎과 무릎이 닿을 정도의 작은 온돌방에는 오손도손 담소를 나누는 가족들의 정담과 웃음으로 가득차겠다.
“할아버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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