夫地非不廣且大也  人之所用容足耳    

(부지비불광차대야 인지소용용족이)

然則측 足而塹之 人尙有用乎 知無用而始可與言用矣

(연칙측 족이참지 인상유용호 지무용이시가여언용의)

우리가 걷는데 사용하는 땅의 흙을 이것만 쓸모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발자국만 남기고 다 파헤쳐 없앤다면 불안하고 위험하여 걸을 수 없는 것과 같이 쓸모없음이 쓸모있음의 바탕이 된다. 따라서 쓸모없음을 알고 나서 비로소 쓸모있는 것을 말할 수 있다.

사람들은 가치있는 것만을 추구하며 쓸모없는 것을 추구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세상의 대부분은 쓸모없는 것의 바탕이 있음으로써 비로소 쓸모있는 세상이 된다.

이를테면 인간이 갖고 있는 정신적 요소, 세상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미세한 감정의 떨림(動悸). 광대무변(廣大無邊)한 철학과 사유(思惟), 중요한 시점(時點)에서 생사(生死)를 결정해야 하는 판단력 등은 사람들이 가치 없다고 하는 것들까지도 가치있게 만드는 중요한 것임에도 눈에 보이는 물질인 재력이나 권력보다 쓸모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학교교육에서 입시위주의 교육에 치중(輜重)하여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쓸모없다고 하는 부분의 중요성을 모르기 때문이다.

입시위주의 학교교육은 결국 인성(人性)의 파탄(破綻)을 가져와 전체적으로 쓸모없는 인간으로 만들어 놓는다. 이것은 진정으로 가치있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풍부한 영양소를 지닌 음식을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것을 흡수하여 소화 시킬 수 있는 맑은 공기, 깨끗한 물이 더욱 중요한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쓸모없는 것과 같은 것들이 오히려 우리의 삶에 지대(至大)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국토(國土)의 무분별한 난개발(亂改發)은 이 세상을 쓸모있는 것으로만 채우려는 어리석음의 소치(所致)이다.

결국은 이 세상 전체가 쓸모없는 폐허(廢墟)가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행위이다. 사람들은 쓸모있는 것들만 추구하여 이 세상을 쓸모없는 세상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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