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철진

     

     人皆有七竅  以視聽食息  此獨無有        
     인개유칠규  이시청식식 차독무유
     嘗試鑿之 日鑿一竅  七日而渾沌死         
     상시착지  일착일규 칠일이혼돈사

南海의 임금을  儵(숙)이라 하며 北海의 임금을 忽(홀)이라 하며 中央의 임금을 渾沌(혼돈)이라 한다. 사람은 누구나 눈, 코, 귀, 입의 일곱 구멍이 있어서 그것으로 보고 듣고 먹고 숨쉬는데 혼돈에게만 이것이 없다.

숙과 홀은 혼돈의 집에서 융숭한 잔칫상을 받고 이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 혼돈에게 7개의 구멍을 뚫어주었으나 혼돈은 7일만에 죽고 말았다

1907년 영국의 브래드 포드는 생후 10개월 때 감염으로 시력을 잃었지만 강렬하고 의욕적인 삶을 살았다.  52살 때인 1958년 브래드 포드는 개안(開眼)수술을 한다. 수술은 성공했지만 그의 삶은 행복하지 못했다.

브래드 포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고통이 아니고 보여지는 것이 추(醜)하다거나 차별하고 분별하여 정신적인 에너지를 분열(分裂)시킨다면 오히려 보는 것이 안보이는 것만 못하다고 말한다. 안보이는 세계에 익숙하여 평생을 살았던 이 사람은 보이는 삶에 적응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후 開眼(개안)수술을 한 이 사나이는 19개월 만에 죽음을 맞이한다<조선일보 3월1일 字>

禪家에는 無門關 이라는 수행도량(修行道場)이 있다.
교도소와 같이 문(門)이 없는 폐쇄된 공간에서  목숨걸고 오롯이 수행에만 진력하는 것이다. 보는 것(視)을 닫고 듣는 것(聽)을 막고 스스로 혼돈(渾沌)의 세계로 들어간다.

세상의 桎梏(질곡)과 번잡한 곳에서의 수행(修行)보다 자기 자신의 고독하고 절박(切迫)한 수행을 선택한 것이다. 마치 死刑囚(사형수)가 죽을 날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삶과 죽음을 내면(內面)으로 凝視(응시)하여 비로소 天下의 이치를 窮究하는 修行이다.

비록 세상으로 나가지 않았지만 세상의 이치를 꿰뚫어 알고(閉門造車  出門合轍) 연못가의 풀이 봄꿈에서 깨어나기도 전에 가을이 왔음을 알고 있듯이 森羅萬象의 始終(처음과 끝)을 알고 있다.  (未覺池塘春草夢 階前梧葉已秋聲)
碧巖錄 70 則에 百丈이  僞 山에게 묻는다.

목을 쓰지않고 말하고 입을 쓰지않고 먹고 눈을 사용하지 않고 볼수 있느냐 ?
(倂卻咽喉脣吻  作麽生道)
깊은 바닷 속 珊瑚(산호)숲에 햇살이 비쳐들어 눈을 뜰 수가 없구나. (珊瑚樹林日映輝)
그들은 문이 없어도 천지가 다 門(문)이요, 보이지 않아도 천하를 다 알 수있다.
이것이 일곱 개의 구멍이 열리기 전의 세계요, 천하의 본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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