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철진

以指喩指之非指  不若以非指喩指之非指也 
이지유지지비야  불약이비지유지지비지야

以馬喩馬之非馬  不若以非馬喩馬之非馬也 
이마유마지비마  불약이비마유마지비마야

天地一指也      萬物一馬也                
천지일지야      만물일마야

손가락으로 손가락이 아님을 가리키는 것은 손가락이 아닌 것으로 손가락을 가리키는 것만 못하다.

말(馬)로서 말이 아님을 가리키는 것은 말(馬)아닌 것으로 말을 가리키는 것만 못하다.

천하(天下)는 하나의 손가락이요,  萬物은 한 마리의 말(馬)이다. 달(月)을 보려고 손가락을 가리키지만 손가락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손가락이 없다면 필경 달을 바라 볼 수 없다. 

無門關  俱胝竪指則에 제자가 스승인 俱胝(구지)에게 묻는다.
道가 무엇입니까 ?  
俱胝가 손가락을 내민다.이때  俱胝가  제자에게 되묻는다.
道가 무엇이냐 ?  
제자가 손가락을 내민다.

俱胝는 갖고 있던 날카로운 칼로 제자의 손가락을 잘라 버린다. 俱胝에게 손가락은 天下의 이치이며 진리이다. 제자에게 손가락은 번뇌 망상이다.

‘學問은 王道가 없다’라고 하는데 사람들은 공부는 하지 않고 족집게과외니, 속독법이니, 뇌 호흡이니 하면서 공부 잘하는 비결을 말하는데  공부 잘하는 비결은 한가지이다. 소위 내공(內功)을 쌓는 것이다.

한 가지를 알더라도 정확하고 확고하게 머릿속에 입력(入力)시켜 놓으면 다음 단계에서는 학문의 가속도(상승작용)가 붙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讀書百篇意自見이라는 말이며 수많은 손가락과  수행을 통하여 비로소 달을 바라 볼 수 있다는 의미이다.

禪家에서는 不立文字, 敎外別傳 이라고 하여 언어와 문자를 공부하는 것은 마음공부를 하여 깨달음에 이르는 것만 못하다고 말을 하는데  마음공부라고 하는 것의 근원은 언어와 문자에서 시작한다. 

결국에는 언어나 문자, 사량 분별(思量 分別), 마음까지 던져 버리고 깨달음을 성취하는 것이지만  언어나 문자, 마음의 수행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깨달음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언어와 문자는 달을 가리키는 수많은 손가락 중에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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