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야우라 동굴에서 바라본 현해탄. 동굴 입구에는 금줄이 쳐져있다.
백제 25대 무령왕의 출생지로 알려진 일본 사가현 가라츠시 가카라시마(加唐島)에 무령왕 기념비가 건립됐다.

공주무령왕 국제네트워크협의회(회장 정영일)와 공주향토문화연구회(회장 윤여헌), 일본 무령왕교류 가라츠시 실행위원회, 사마왕회 등 4단체는 공동으로 무령왕 탄신 1544(1545)주년이 되는 지난 6월 25일 가카라시마(加唐島) 현지에서 무령왕탄생지 기념비 제막식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한·일 양국 관계자와 가카라시마 주민 등 400여명이 참석, 기념비의 제단 앞에서 신관(神官)의 주제로 쌀과 소금을 뿌리며 신을 맞이하는 제사 의식과 헌화, 한국 사물놀이팀의 집터다지기 공연 순으로 진행됐다.

 가카라시마에 세워진 무령왕탄생지 기념비.
특히 땅의 기운을 다지는 집터다지기 공연은 폭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일 양국민이 함께 선소리에 맞춰 후렴을 제창하며 화합의 장을 만들었다.
이어 가카라초·중학교 체육관으로 이동, 무령왕 탄생제가 진행됐다.

김영소 주후쿠오카 대한민국총영사는 축사에서 “한·일 민간단체의 7년간의 노력이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며 “미래를 향해 서로 손잡고 오늘의 이 기쁨을 가슴속에 간직하자.”고 밝혔다.

이어 오영희 공주시장은 “기념비 제막식은 단순히 비를 세우는 차원을 넘어 양 지역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하나로 잇는 매우 큰 의미가 담겨 있다”며 “이를 계기로 양 지역이 ‘세계로 미래로’ 상생 발전하는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 기념비 설계를 담당한 김정헌 교수(공주대 미술교육과)와 윤여관 작가, 제작을 담당한 신동수 대표(백제조각)가 감사장을 받았다.
또 한·일 민간단체 4곳의 교류협정 조인식과  2030년 개봉 예정인 타임캡슐  설치 등 교류활동으로 진행됐다.

무령왕 기념비 건립사업을 진두지휘한 윤용혁 교수(공주대 역사교육과)는 “무령왕 기념비는 한·중·일 세 나라를 연결하는 동아시아 문화 벨트의 첫 시도가 될 수 있다”며 “특히 이번 사업이 무령왕릉을 중심으로 한 백제문화유산의 세계문화유산 등록운동에 하나의 기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또 양국 학생들의 홈스테이 등 민간교류를 활성화 시키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일 민간단체 4곳의 교류협정 조인식 장면.
무령왕이 태어난 곳으로 전해지는 가카라시마에 기념비를 세우기 위한 움직임은 일본측 민간단체가 결성된 1999년부터다.
공주시와는 2001년부터 교류를 시작으로 2004년 오영희 전 공주시장을 비롯한 시민 28명이 무령왕탄생제에 참가, 기념비 공동 건립 문제가 일본 무령왕실행위원회 측으로부터 공식 논의됐다.

이에 공주지역에서는 무령왕탄생제 참가자를 중심으로 무령왕국제네트워크협의회를 발족, 본격적으로 사업이 추진됐다.
기념비는 약 7,000만원의 소요예산으로 한·일 양 지역이 반씩 부담하기로 하고 공주시와 가라츠시 지역민의 성금, 이번 사업에 관심 있는 단체의 성금, 지자체의 지원금 등으로 건립됐다.

김정헌 교수(공주대 미술교육과)가 작가 윤여관씨와 함께 설계하고 백제조각원(대표 신동수)에서 제작한 기념비는 무령왕릉 아치와 전실에 착안 무령왕의 기념비인 것을 표현했다.

또 돌은 익산 돌을 2개 조립해 한국과 일본, 공주와 가라츠 양 지역의 우호교류를 상징했으며, 등감은 뻗어나가는 빛과 서기를 표현, 백제문화의 계승·발전·활성화를 표현했다.

비문에는 ‘무령왕이 태어났다고 전해지는 인연 깊은 곳에 기념비를 세워 21세기 두 지역 간 교류 활성화의 계기로 삼는다’는 내용이 한국어와 일본어로 기록됐다.
특히 무령왕의 이름과 함께 역사에 길이 전하려는 모금자의 이름을 새긴 방명석은 내년 무령왕 탄생제에 선보일 예정이다.

신관(神官)이 제사의식에서 축문을 읽고 있다.
가카라시마와 공주시가 친교를 맺은지도 7년의 세월이 흘렀다. 두 지역은 그동안 백제문화제와 무령왕탄생제 참가, 홈스테이 등으로 양국의 언어의 벽, 문화의 차이 그리고 어두운 과거의 역사를 넘어 오늘에 이르렀다.

한·중(남조)·일(왜) 3개국을 연결하는 동아시아 연대를 구축하고 백제의 번영을 도모했던 무령왕.

이번 무령왕탄생지 기념비 건립에 참여한 한·일 양국 관계자와 시민들은 한·일 양국의 민간차원 활동이 향후 양국의 역사를 발전적으로 만들어 나가는데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무령왕 탄생기념비의 축소모형(사진·실제크기 2.6m × 3.6m)은 공주시청 1층 로비에 전시해 시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공연단이 기념비 제막식 전야제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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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령왕 탄생지, 가카라시마는?


가카라시마는 ‘일본서기’에 무령왕이 태어난 곳으로 기록된 지역이다.
‘일본서기’에 따르면 ‘백제 개로왕이 동생 곤지(昆支)에게 일본으로 가라고 요구하자 곤지는 왕비를 달라고 요구했다. 개로왕은 임신한 부인이 도중에 출산하면 모자를 함께 돌려보내라는 조건으로 요구를 수락한다. 왜국으로 가는 도중 개로왕의 부인은 축자(筑紫)의 각라도(各羅島)에서 아이를 낳고 곤지는 모자를 백제에 되돌려 보낸다. 이 아이를 무령왕이라 하고 백제인은 이 섬을 주도(主島)라 한다.’고 적혀있다.
국내 학계에서 일본서기의 기록에 주목하게된 것은 1971년 무령왕릉이 발굴되면서다.
발굴된 지석에는 무령왕의 나이와 생몰연대가 새겨져 있었고 이를 통해 본 무령왕의 일대기는 삼국사기보다 오히려 일본서기의 것과 일치한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섬에는 백제 무령왕의 생모가 왜국 수도로 가던 중 갑작스런 산통을 느껴 무령왕을 낳았다는 ‘오비야浦’라는 동굴이 존재한다. 또 바로 옆 골짜기에는 해산 후 아기를 씻겼다는 작은 샘이 있다. 오비야 동굴은 금줄이 쳐져 있고 가카라시마 주민들은 이곳을 매우 신성시 여겨 매년 무령왕 탄생제를 개최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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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영일 무령왕국제네트워크협의회장>

기념비 건립, 도움주신 분들께 감사

정영일 회장

“기념비가 완성되기까지는 기다림의 연속이었습니다.”
정영일 무령왕국제네트워크협의회장은 “수년에 걸친 우여곡절 끝에 기념비를 건립하게 돼 감개무량하다”며 “이제부터 공주와 가당도, 가라츠시, 일본과는 필연적인 인연으로 미래를 열어갈 동반자가 될 것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2004년 9월 무령왕국제네트워크협의회가 공식 발족되면서 회장을 맡아 기념비를 제막하기까지 어려운 과정을 앞장서 헤쳐 온 정 회장.

“기념비 건립에 관심을 가져준 회원과 시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특히 공주대학교 김정헌 교수는 기념비의 설계뿐 아니라 이번 사업을 위해 많은 도움을 줬습니다. 문화재 전문기관인 충남역사문화원과 충청문화재연구원의 후원은 우리에게 큰 힘이 됐지요. 또 공주대학교 최석원 전 총장이 이번 사업에 각별한 관심과 격려를 보냈습니다. 특별히 오영희 전 공주시장은 2004년 무령왕축제 때 가당도 현지를 직접 방문해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여러분들의 이러한 뜨거운 성원 덕분에 1500년만에 기념비를 세울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정 회장은 기념비 건립에 도움을 준 많은 사람들한테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는 무령왕 기념비 건립은 단순히 건조물의 건조에 의의가 있는 것이 아니고, 1천 5백년 전 백제를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교류를 국제 민간교류라는 개념으로 재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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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우라마루 마모루 무령왕교류 가라츠시 실행위원장>

공주시·가당도···무령왕의 혼이 이끌어 준 인연

우라마루 마모루 위원장

“한·일 사이에는 커다란 문이 열리고 있으며 새로운 시대가 펼쳐지려고 합니다. 여러분의 따뜻한 성원에 힘입어 훌륭한 기념비를 건립할 수 있게 됐습니다.”

우라마루 마모루 무령왕교류 가라츠시 실행위원장은 “양국은 두꺼운 역사의 벽과 언어의 벽을 넘어 상호 방문하며 양국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함으로써 깊은 인연을 맺게 됐다”며? “ 공주시와 가라츠시가 우호친선의 창구가 되어 1500년전의 한일관계를 만들어 나가길 절실히 바란다.”고 강조했다.

“공주시와 친교를 맺은지도 벌써 7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몇 번의 상호 방문도 있었습니다. 서로 신뢰를 쌓았고 마음과 마음에 깊은 정이 생겼습니다.”

민간단체인 무령왕교류 가라츠시 실행위원회가 지난 1999년 발족, 그동안 기념비 건립 추진 협의, 백제문화제 참가, 홈스테이 등 공주시와 활발한 교류를 해왔다.

“오늘날 공주시와 가카라섬의 깊은 인연은 무령왕의 혼이 이끌어 준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들은 위대한 무령왕과 우리 천황과의 깊은 인연을 잊어서도 안됩니다.”

지난 2001년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나 자신 간무(桓武·재위 781∼806) 천황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武寧王)의 자손이라고 ‘속(續)일본기’에 기록돼 있는 사실에 한국과의 연(緣)을 느낀다”라고 무령왕이 일본인의 조상임을 시인하는 발언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공주시민과 가라츠시민이 영원히 변치 않는 깊은 우호와 친목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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