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lghdtns ((일어 일문학 전· 제일 일어전문학원장)

백제인의 후손인 야마베노아카히토는 나라시대(奈良時代, 710-784)의 전기에서 중기에 걸쳐 작가 활동을 하였으며 서경가(叙景歌)의 완성자로서 이름을 날려 명가인이라 일컬어져 왔다.

궁정가인의 한 사람으로 단가에 능통했으며 그는 낮은 벼슬을 하던 하급 관리였다. 만엽집에는 장가 13수단가 38수가 실려 있는데 자연을 대상으로 한 서경가를 잘 지었으며 자연을 평탄하고 아름답게 하고자 함을 이상으로 삼았다.

다음은 야마베노아카히토의 대표작이다.

“요시노(吉野) 상산(常山) 속의 나무 끝에는 아아 뭇새가 지저귀고 있도다.
밤이 깊이 가면 예덕나무 자라 있는 맑은 시내 벌판에
불떼새가 자꾸만 울고 있네.”

이 노래는 작가가 모든 잡념을 버리고 오로지 자연 속에 몰입하여 넋을 잃고 많은 새들의 노래 소리를 듣고 있는 청순한 경지가 눈에 보이는 듯하다.

다음은 야마베노아카히토가 고향인 백제를 그리워하며 부른 노래이다.

“백제들판(百済野)의 싸리나무 옛 가지에 봄을 기다리노라 앉아 있던 꾀꼬리 하마 벌써 울었을까.”

겨울철 백제들판에서 싸리나무 가지에 앉아있던 꾀꼬리를 보았는데 봄이 되자 그 새를 생각하며 야마베노아카히토는 백제가 고향인 공주와 부여를 동경하며 나라 잃은 서러움에 사무쳐 다정히 불러본 노래인 듯하다.

이상과 같이 우리 조상 백제인들은 일본에 건너가 기상을 마음껏 펼쳤음이 만엽집 곳곳에 남아 살아 숨 쉬고 있으며 만엽가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일본 문학의 주요한 형태의 하나로 이어져 오면서 그윽한 백제의 향기를 내뿜고 의연하게 버티고 있다.

이와 같이 우리와 일본은 역사적으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나라임이 틀림없다. 일본의 역사를 양파껍질처럼 한 꺼풀씩 벗겨내면 한국이 꿈틀거리고 더 깊숙한 곳엔 백제의 혼이 영롱하게 반짝이고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과거 우리 조상 백제인들이 일본에 많은 문화를 전달했으니 우리가 선진 문화 국민이었다는 식의 우월감에 빠진다면 우리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다만 역사는 역사일 뿐이기 때문이다.

역사와 문화는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과거의 그늘진 역사는 거울로 삼고 빛나는 역사는 계승 발전시켜 후손들에게 부끄럼 없는 역사와 문화를 물려주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임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백제의 멸망과 함께 소실되어 버린 수많은 문화유산이 아직까지 일본 속에 기록과 유물로 많이 남아 지난 역사를 대변해 주고 있으니 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귀중한 백제 문화유산이 영구히 보존 관리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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