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진(공주여성문학 사무국장)

근래에 나는 전국 양록인 세미나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각 지역사람들의 편의를 고려하여 장소는 항상 중간지점인 유성에서 열리곤 한다.

타 지역 사람들은 관광버스로 하루를 나들이 삼아 오는데 비해 나는 집에서 10여분 거리이니 축복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나는 나름대로 계획한 일이 있어 시험공부에 몰입하던 때라 참석할 생각이 없었다.

오로지 남편의 권유에 못 이겨 바람 쏘이러 가볍게 들어섰을 뿐이다. 그런데 의외로 자리에 앉자마자 강의 속으로 빨려드는 일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저도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들처럼 농사짓는 사람이었습니다. 전국 농어민 대표들이 모인 간담회에서 우리나라 농업발전을 위해 제가 구상해 오고 있던 정책들을 제시할 때 맨 앞자리에서 귀담아 들으시던 이명박 대통령님께서 그 자리에서 저에게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하라고 제의해 오셨습니다.”로 시작되었다.

나는 그동안 TV에서 수많은 일류강사들의 명 강의를 즐겨 시청해 왔었다. 그러나 그날의 강의는 숫하게 들어왔던 강의와는 사뭇 달랐던 것이다. 강의 내용이나 강의법의 차이가 아니다.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막강하다는 것이다. 적을 알고 싸움에 임하는 장수와 같다고나 할까. 마치 사공이 가고자하는 방향으로 물살을 가르며 배를 몰고 가는 것처럼 그런 힘이 있었던 것이다.

그분이 바로 2008년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 건으로 전 국민을 광우병 공포에 떨게 했던, 촛불시위의 희생자가 되었던 비운의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정운천님 이었다. 그 당시 TV화면에 비친 그분의 모습은 외면하고 싶은 최악의 이미지 소유자였다.

“쯧쯧, 저런 사람을 장관자리에 앉히다니. 뭐가 제대로 되겠어”하는 그런 말들을 많은 사람들과 주고받곤 하였었다. 그런데 사람은 절대로 한 면만 보고 판단할 일이 아닌 것이다. 강의 듣는 내내 ‘군계일학, 낭중지추, 장관자리에 앉을만한 사람’임에 고개가 주억거려지곤 했었다.

욕조 속에 몸을 담그듯 명품강의에 푹 빠졌다가 문득 주전자를 떠 올렸다. 그래, 저분의 내면에는 고품질의 것들이 가득 들어있는 것이야. 누구나 자신의 주전자를 가지고 있지만 그 속에 든 내용물들은 다 다른 것이야. 주전자의 색깔이나 모양새, 재질과는 관계없이 담고 있는 내용물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그 내용물이 나오는 것이야. 어떤 내용물을 담을 것인가는 각자의 몫 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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