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건화(외갓집 가는 길 대표)

올 겨울엔 별로 춥지 않을 것이라는 예보와는 다르게 눈도 많이 내리고 추운 날이 많았다.

다른 해 같으면 깻대와 콩대 등 마른 풀들을 긁어모아 밭 가운데에 모아서 조금씩 태우곤 했을 텐데 날이 꽤 추워 날 풀리기를 기다리며 미루고 있다.

아무래도 겨울엔 가꾸어야 할 화단일이나 밭일이 없으니 조금은 여유가 있어서 책도 좀 많이 보고 글도 좀 쓸 수 있으리라 기대 했는데 그냥 시간만 흘러 가버리는 것 같아 마음만 허허롭다.

오늘은 안개를 안은 겨울비가 내린다. 왠지 겨울비는 차분함과 쓸쓸함을 함께 준다. 옆 산과 앞산도 안개로 쌓여있고 내려다 뵈는 마을도 보이지 않아 이곳만 구름 속에 떠 안개성에 있는 듯 아늑함이 있다.

이런 날 혼자 있을 수 있다면 무언가 집중할 수 있을 텐데 그저 서성 일뿐, 매사에 최선을 다한다고 자인하면서도 마음한구석이 늘 개운치 않다.

아버님 건강이 많이 좋아지셨는데도 가끔씩 비상이 걸린다. 갑자기 어지럽다 꼼작 못하실 때도 있고, 급체하셔서 식은땀을 뻘뻘 흘리시며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려 계실 때도 있다. 안마하며 주물러드리고 손가락도 따드리며 약도 드시게 하면 얼굴빛이 발그스레 돌아오시곤 한다.

그동안은 아버님이 운전하시고 외출과 여행도 다니셔서, 대가족 모두 여행할 때 빼고는 우리랑 함께 여행할 기회는 그렇게 많지 않았었다. 그런데 요즈음은 외출은 하시고 계시지만 혼자 나가시는 일이 불안하다. 그래서 얼마 전엔 덕산에 있는 온천에 아버님 모시고 남편과 함께 다녀왔는데 아버님이 무척 흐뭇해하셨다.

가끔 시간 내어 모시고 다녀야겠다. 우리아버님이 정말 나이가 드시긴 드셨다는 생각이 든다. 수술하시기 전까지만 해도 팔팔하신 청년 같으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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