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승교 (바른정형외과 원장)
※ inherent : 본래부터 가지고 있는 고유의 선천적인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오늘날, 나를 정형외과 의사로 살아가게 하는데 한몫을 하신 아버지 이야기를 짧게 할까 한다.

아버지는 같은 다리를 무려 세 번이나 부러뜨렸다. 정강이뼈 2번, 허벅지뼈 1번에다 그중 한번은 뼈가 피부 밖으로 나온 개방성 골절이었다. 

횟수로 약 5년여 정도를 고생하는 것을 어려서부터 본 나로써는 정형외과에 친숙해졌으며, 한편으로는 절름거리시는 아버지의 다리를 어떻게든 고쳐보겠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어서 정형외과 의사가 된 것 같다.

아무튼 나로 하여금 정형외과의사로 살도록 인생의 지표를 주신 아버지가 나에게 항상 해주시는 말이 있다.  “우리 집안은 뼈대 있는 집안이다.”

각설하고 오늘의 주제인 ‘원초적 위험’에 대해 이야기 할까 한다. 의학칼럼을 기고하라 했더니, 왠 뚱딴지 같은 말(=원초적 위험)인가, 연속극제목도 아니고 말이다.

우선 내가 맡고 있는 직업은 다친 사람, 유식하게 이야기 하면 부상당한 사람을 치료하는 것이다.  부상은 왜 당하냐? 쉽게 이야기 하면 놀다가 다치는 것이다.  축구, 농구, 등산, 스키, 마라톤, 태권도, 스포츠 행위 등이 부상을 초래하는 것이다.

그러면 부상을 안 당하게 하려면 어떻게 할까? 아주 간단하다.  운동을 안 하면 된다.  머리 안 다치려면 권투 안 하고, 무릎 안 다치려면 축구 안 하면 되고, 집에 가만히 누워있으면 심장마비로 인해 죽을 일도 없다.

“다치니까 나가 놀지 말아라”던 옛 어른들의 말씀이 틀린 것이 아니다. 그러나 끊임 없이 부상 환자는 나를 찾아온다.  왜냐하면 운동을 안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호기심 많고 잔인한 인간의 본성은 운동을 더욱 극한(Extreme)상태로 만들어 부상은 더욱 심각해지고 빈번해진다. 그러면 의사인 나는 부상예방을 위해서 운동을 말려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때 나오는 중요한 단어가 ‘원초적 위험’이다.  즉 어쩔 수 없는 위험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운동하다보면 아무리 노력해도 피할 수 없는 위험한 부분이 있어서, 어느 정도 위험은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운동이 과격해지면 ‘원초척 위험’도 커져서 부상이 증가한다. 

‘원초적 위험’을 잘못 해석하면 운동의 본질을 망가뜨리는 어리석은 짓을 하게된다.  권투 중 얼굴을 많이 다치니까 얼굴을 못때리게 한다는지, 군대에서 구보하다 돌연사 했으므로 구보를 금지 한다는지, 체육시간에 많이 다치니까 체육을 없앤다는지 하는 것이 비슷한 경우라 할 수 있다.

의사들이 해야 할 일은 운동부상을 완전히 없애자는 것이 아니고, 사람들이 몰라서 다치는 억울한 부상을 줄이자는 것이다. 결국, 정형외과의사인 나는 “병주고 약주는”사람이다.  사람의 몸을 튼튼하게 만들고자 더욱 강인한 운동을 개발하고 발전시키며, 운동하다가 부상을 입으면 또 치료를 하는 “어불성설”인 사람인 것이다. 

생각해보면 웃긴다.  비싼 돈내고 비싼 시간들여서 스키를 타고, 스키타다 부상입고, 또 비싼 돈 들여 병원에 치료한다고 난리치고......

그러나 나는 술 먹고 위궤양 약 먹고, 또 호전되면 술 마시고, 그런 사람을 치료하는 내과 의사는 아니어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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