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기영(공주대 명예교수)

시골 마을에 집은 크지 않아도 열심히 살아가려고 애쓰는 아버지와 빈둥거리기를 좋아하는 아들 형제가 살고 있었다.

아버지는 이 두 아들을 어떻게든 근면하고 성실한 자식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열심히 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꾸려 나갔다.

이러한 아버지의 노고는 아랑곳 하지 않고 아들 형제는 틈만 나면 횡재수를 노리고 노름판이나 누비고 있었다. 아버지는 아들들을 불러 놓고 타일러도 보고, 야단도 쳐 보았지만 아무런 효험이 없었다.

동네에서는 이런 상황을 보고 모두들 한마디씩 하곤 했다. “그렇게 자식을 애지중지, 오냐오냐 하면서 기르더니 결국 저지경이구먼...”  “아, 어려서 굽은 가지 길마가지 밖에 더 되겠어?...”

세월이 꽤 흘러 아버지는 노인이 되어 가는데 아들 녀석들은 철딱서니 없는 행동으로 남들의 빈축을 사는 일은 여전했다. 그렇게 아버지가 애써 가꾸던 논밭전지가 아들들의 노름빚에 하나 둘씩 줄어들어 결국 끼니 걱정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이런저런 스트레스 때문에 아버지는 시름시름 앓기 시작하였고 결국은 병석에서 일어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그제 서야 아들들이 정신을 차리고 농사라도 지어보려니 좋은 땅들은 이미 남의 손에 넘어간 뒤였다. 병환이 위중해진 늦가을 어느 날 아버지가 두 아들을 불러 앉혀놓고 유언의 말씀을 하기에 이르렀다.

 “내가 일하기에 몰두하여 너희들을 제대로 일깨우지 못하고 한평생을 살아왔구나. 이제 남은 것은 저 앞에 있는 자갈밭 밖에 없구나....” “아버지 죄송합니다.” “이제 너희에게 보물이 있는 곳을 일러 줄 터이니 잘 듣도록 해라.... 저기 저 앞 자갈밭에 너희가 평생을 편히 살 수 있는 보물을 묻어두고 가니 찾아서 쓰도록 해라” 그리고는 세상을 떠났다.

두 아들은 아버지 장례를 마치고는 바로 삽과 괭이 그 밖의 농기구를 들고 앞밭으로 나갔다. 형은 동쪽 끝에서부터, 아우는 서쪽 끝에서부터 땅을 파고 자갈을 추리고 보물이 있을 만 곳을 샅샅이 파고 뒤집어 갔다.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지날 때까지 보물찾기는 계속 되었다.

보물은 찾지 못한 채 만물이 소생하는 따뜻한 봄이 돌아 왔다. “형! 우선 이 밭에 곡식을 심어 먹고 가을에 다시 보물을 찾으면 어떨까?” “그래 그게 좋겠다” 형제는 곡식을 심고 틈나는 대로 이랑사이를 파며 보물을 찾아보았다. 결국 보물을 못 찾고 가을이 되었다.

추수를 마치고 형제들은 온 밭을 더 깊게 파고 작은 자갈까지 모두 추려내며 보물찾기를 계속 했다. 보물을 못 찾은 채 또다시 봄이 왔다. 이번엔 거름도 듬뿍 넣고 농사를 지으며 보물찾기를 계속 했다. 가을이 되었다. 자갈밭 황무지는 이미 옥토로 변해가고 추수를 해 보니 지난해의 몇 배로 소출이 늘었다.

두 형제는 서로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며 아버지의 유언을 되새겨 보았다. “아우야, 아버지가 말씀하신 보물은 애당초 없었어, 우리가 거둬드린 곡식과 이 땅이 보물이었던 거야.” “맞아 우린 이제 정말로 잘 살 수 있는 보물을 찾은 거야.” 형제는 아버지의 깊은 뜻을 뒤늦게 깨닫고 열심히 살았다.

이것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교훈을 주는 우화 한토막이다. 우리 주변에는 끊임없이 요행이나 횡재수를 바라며 여기저기 눈치 보며 빌붙을 곳을 찾아다니는 인간 철새들 무리도 있고, 내일의 넉넉한 결실을 위해 끊임없이 황무지를 일구며 보물찾기를 하는 근면한 사람도 있다.

때가 때인지라 요즘 지방 정가에는 모두들 나름대로 유권자의 마음 속 보물찾기에 바쁜 사람들로 성황이다. 이럴 때 유권자들은 역으로 출마자들 중에 누가 참 보물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인지를 생각하며 보물찾기를 해야 할 것이다.

겉으로는 번지르르한 공약들이지만 당선되고 나면 나몰라 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사이비 정치꾼을 가려내야 한다. 그러려면 유권자들은 잡석도 추리고 자갈도 추려내는 보물찾기활동을 인내심을 갖고 한참동안 해야 할 것이다.

잘해보겠다는 사람들은 이렇게도 많은데, 모두가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것은 올바른 생각이 아니다. 당당하게 자기의 의견을 표로 밝혀야한다.

다가오는 유월부터는 작고한 모 코미디언이 즐겨 쓰던 멘트인 ‘잘 돼야 될 턴데!’ 라는 말처럼 모든 것이 잘 되어서 참으로 아름답고 멋진 우리의 생활터전이 펼쳐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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