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아직 남겨진 시간과 일들

2008년 월당의 나이 80을 헤아리게 되었다. 건강을 핑계로 공주향토문화연구회의 회장직을 놓게 되었으나, 향토사에서의 그의 업무는 아직 끝나지 않고 있다.

공주향토문화연구회가 중심이 되어 2008년 11월 충남지역 향토사 단체들의 교류의 장으로서 제1회 충남향토사대회를 치른 것은 공주향토문화연구회장으로서 월당의 마지막 사업이었다.

이에 의하여 침체상태에 있던 충남향토사연구연합회의 활동이 재개되었고 월당은 충남향토사연구연합회장 직을 김영한 전 회장으로부터 인계받게 되었다.

이어 2009년 11월 19일, 제2회 충남향토사대회를 ‘내포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주제로 개최하였다. 2010년 10월 공주에서 향토사전국대회가 개최되는 것도 이 같은 최근의 활동이 그 토대가 되었다. 충남연합회는 2010년 금번의 전국대회를 제3회 충남대회를 겸하는 것으로 추진하기로 하였다.

향토사연구와 함께 그가 아직 놓지 않고 있는 봉사활동이 하나 있다.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일본어 학습프로그램 운영이다. 독일어 교사 경력을 가진 그의 뛰어난 외국어 실력을 앞에서 언급하였지만, 전혀 다른 외국어인 일본어는 공주에서 가장 세련된 수준의 일본어로 일찍부터 정평이 있었다.

1978년 10월부터 1년 간 쿄토대학의 법학연구실에서 객원교수로서 파견되었던 체일 경험은 일본어를 가다듬는 시간이 되기도 하였다. 일본과의 국제교류 등에 예외 없이 간여하게 되는 것도 이러한 일본어 실력 때문이었다.     

그는 일본과의 국제교류, 그리고 공주의 향토문화를 일본에 소개하는데 일찍부터 열심이 있었다. 시즈오카현 누마즈(沼津) 로타리클럽과의 공주로타리와의 시민 교류에 국제봉사위원장을 맡는 등 핵심 역할을 담당하였고 1995년(10. 7) 누마즈(沼津) 북로타리클럽 초청으로 ‘한일 우호의 역사’라는 연제의 특강을 실시하여 큰 반향을 얻었다.

바로 그 전년(1994. 9. 9)에는 야마구치시 주최 제2회 오우치(大內) 문화마을 만들기 심포지움에 초청되어 ‘백제문화와 일본’이라는 주제의 기조강연을 하였다. 한 시민은 월당의 강연에 대하여 “유창한 일본어의 기조 강연은 참석자의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일한문화교류에 있어서 역사적인 학설에 나는 깊은 감동을 받았다”는 감상문을 신문에 기고하기도 하였다. <西京新聞> 1994. 9. 29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공주향토문화연구회 회장 재임 시에는 사가현 가라츠시(唐津市)와의 교류 및 가카라시마 무령왕기념비 건립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다. 공주회(公州會) 이사장 아메미야 히로스케(雨宮宏輔)의 문화재 기증 과정에 있어서도 그 역할이 각별하였다.

무령왕기념비 제막식에서 만나게 된 아메미야는 그것이 인연이 되어 선친인 아메미야 다다마사(雨宮忠正)가 소장했던 자기류 등 공주에서 수집한 문화재 약 235점(사진자료 포함)의 기증문제를 공주향토문화연구회에 의뢰하였으며, 이 자료는 2008년 8월 충남역사박물관에 공식 기증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여기에서 월당은 수차에 걸친 아메미야씨와의 접촉과정을 통하여 사업이 원만하게 이루어지는데 크게 공헌한 것이다.

2009년에는 공주 출신 일본인들의 모임인 공주회 총회가 열린 가라츠 총회에 참가하여 모임의 지속을 역설하였고, 그 결과 세계대백제전을 기회로 공주회 12명이 80노구를 이끌고 공주를 방문하여 공주 옛 거리를 함께 거닐었다.(10.2-5)

공주향토문화연구회는 간담회를 열고 이들과 70년 전 공주에서의 생활을 회고하는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의 명칭은 ‘공주사람’의 ‘마지막’ 공주 나들이이었다.   

월당은 지금도 주1회 공주시의 도서관에서 일본어학습 강좌를 지속하고 있다. 일본과의 시민 교류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언어 이해가 중요하며, 이러한 점에서 꾸준히 그 기반 작업을 해오고 있는 것이다. 금년에는 이어령의 '축소지향의 일본인'(일어판)을 텍스트로 하여 10여 명 회원이 독해를 진행하고 있다.

급격한 도시화로 인한 지방사회의 파괴에도 불구하고, 지방은 여전히 중요하고, 지방사회의 진흥을 위해서 지역의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고 지켜나가는 일은 앞으로도 여전히 중요한 일이다.

그리고 지방사회를 지켜나가는 중요한 작업의 하나가 향토사의 탐구라는 점에서 과학적 향토사에의 추구는 앞으로도 이어져야 할 과제라는 것이 월당의 생각이다.

그리고 그는 급격히 폐기되어버린 근대사 자료의 확보, 향토사를 국제적 맥락에 연결하는 글로칼리티에의 추구를 향토사 진흥의 한 방향으로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