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

벼에 불이 붙은 듯 화려한 계절이다.
산수유 열매는 빨갛게 익었고 쥐똥나무 열매도 까맣게 여물었다. 
사회와 개인들 모두가 결실을 헤아려 보는 때 얼마나 많은 씨앗을 뿌렸으며 튼실한 열매를 얻을 수 있을까.

햇빛이 비친다.
태양신이 떠오른다.
羅祿이랑 만물이 생장한다.
동토에서 깨어난다.

비로소 인간이 인간답게 살게 되었다.
가을이면 여기저기서 감사의 祭를 올리는 것을 보게 된다.
일 년 내내 비와 바람과 햇빛을 주신 신께 열심히 살았음을 보고하는 자리이다.

우리지역도 금년에 크나 큰 행사를 치렀다. 금년 쉰여섯 번째의 백제문화제를 세계인의 祝祭로 벌였기 때문에 官·民 모두 바쁘고 힘들었지만 흥겨운 한마당 잔치가 되었다.

그 마당의 중심이 곰나루 주변이었다. 전 세계인들이 곰나루주변에서 하늘에 제를 지낸 것이다. 1500년 前 백제가 祭의식을 벌였던 것처럼.

곰나루

언제부터인가 곰나루라는 지명은 표지판에서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예전에는 두 가지 모두 표기를 하더니, 대백제전에서는 고마나루만 보인다. 웅진(熊津), 고마성(固麻城), 거발성(居拔城), 구마나리(久麻那利). 지금의 공주를 지칭하는 옛말이다. 공주를 찾아오는 이들에게 좀 더 다양한 공주의 옛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연미산 아래 곰이 살았던 흔적을 제대로 좀 만들어 놓으면 어떨까.
전설을 전설로만 둘게 아니라 흔적을 만들어서 현재의 우리들이 그 시절을 거닐어 보면 어떨까. 곰나루 솔밭에서 연미산(燕尾山)을 바라보는 자리를 꾸미고, 연미산에서도 강을 건너오는 모습을 만들면 전설이 살아서 움직이지 않을까. 자연미술 비엔날레와 연계해서 오래 전의 백제를 찾아 솔밭으로 건너오는 행사를 해보면 어떨까.

교각의 곰들이 살아서 움직이고,
공산성 철교 옆의 곰상이 말을 걸어오고,
웅신각의 곰이 천 오백년 전 솔밭이야기를 해주고,
물살 빠른 큰 마을 앞을 무수히 많은 상선들이 거슬러 올라
해상무역에서 얻은 짐을 싣고 무수히 왕래하던 모습들을 보여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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