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의 ‘맨 끝 부분’을 사전적 표기로 ‘끄트머리’라고 한다. 지금 이 시점이 경인년 섣달그믐께로 호랑이해의 끄트머리인 셈이다.

그런데 이 말을 잘 음미해 보면 끝과 시작이 공존하는 어떤 부분을 동시에 아우르는 절묘한 표현의 우리말이다.

즉, 경인년의 끝은 신묘년의 시작과 맞물려 있어 그야말로 한 부분의 끝남이 새로운 부분의 시작을 잉태한 끄트머리인 것이다.

2011년의 새 달력을 바꾸어 걸어놓은 지도 꽤 지났다. 그러나 경인년 호랑이해의 꼬리는 아직 남아 있고 다가오는 신묘년 토끼해는 정월 초하루 우리 교유의 설날이 지나야 제구실이 시작될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이 경인년 한해의 끄트머리이기 때문이다. 신묘년의 띠 동물인 토끼는 십이지 띠 동물 중에서는 네 번째이며 방향은 정동(正東)이고 달로는 음력 2월을 지키는 방위신이자 시간신이기도 하다. 표기 한자는 띠 동물일 때는 묘(卯)로 쓰지만 실제로 토끼를 지칭할 때는 토(兎)를 흔히 쓴다.

지난 12월 하순에서 다음달 2월 초순까지 끄트머리가 오버랩 되어 흐르는 요즈음엔 세모, 송년모임, 연말 보너스, 해넘이 해돋이, 제야의 종, 새해 소망, 신년 교례, 고향방문, 설날 차례 지내기, 세배하기, 초·중·고교의 개학과 졸업식....

이런 기대와 즐거움을 머금은 흥분된 단어들이 있는가 하면, 우리를 가슴 아프게 하고 걱정스럽게 하는 전국으로 번지는 구제역과 조류인풀루엔자(AI), 살처분과 백신접종, 폭설과 기습한파, 신종풀루, 식료품과 생필품 가격의 폭등, 휘발유와 가스 값 인상, 전세대금과 공공요금 줄줄이 인상.... 이런저런 여러 가지 단어들이 뒤섞여 어지러이 사람들 입에 쉼 없이 오르내린다.

매사에 시작이 있으면 마침이 있고 출발이 있으면 도착이 있다. 한 해가 저물면 새 해가 오고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기 마련이다. 한 해가 시작되던 지난해 연초에 모두들 얼마나 멋진 계획들을 세웠겠는가? 그러나 마무리 단계에서 돌이켜 보면 아쉽기도 하고 후회스럽기도 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한해의 끄트머리인 요즘에는 상인은 상인대로 공무원은 공무원대로 회사원은 회사원대로 학생들은 학생들대로 연말연시 무렵이면 서운함과 희망이 뒤섞인 송구영신의 인사로 몸과 마음이 분주하고 바쁘다.

그 가운데에서도 이 시기에 단연 바쁜 듯 보이는 사람들이 있으니 기업의 CEO는 물론각종 기관장들이나 정치인들이다. 그들은 크고 작은 언론기사에, 각종 인터뷰 등에 멋지고 희망찬 신년사들을 발표하느라 꽤나 바쁘다.

연말연시 이때를 놓칠세라 풍성하고 질펀한 말잔치의 전시장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새해엔 좋은 계획이 아름답게 전개되어 착한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해 가는 새로운 시작이 되어야 한다.

제발 조직의 성원이나 지역사회 시민에게 보내는 신년사를 책임지지 못할 허황된 말이나, 또는 남의 얘기처럼 무책임하게 입에 발린 소리로 쏟아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새로운 설계로 새로운 출발을 할 때 늘 귀담아 들어야할 경구로 백범 김구 선생이 평생 좌우명으로 삼으며 살았다는 휴정 서산대사의 싯귀가 떠오른다.

踏雪野中去(답설야중거) 不須胡亂行(불수호란행)
눈 덮인 광야를 지나갈 때엔 어지러이 함부로 걷지 말지어다.
今日我行跡(금일아행적) 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
오늘 내가 걷는 이 발자국은 뒤따라오는 이들의 길이 되리니..

이제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는 마침표를 찍고, 또 다른 시작을 위해 새 마음 새 출발을 해야 되는 끄트머리에 와있다. 2년 동안 금강칼럼을 집필하면서 혹여 깨끗한 눈길에 흐트러진 발자국을 남긴 게 아닌가하는 송구함도 있지만 그래도 함께 보낸 시간은 행복했다.

신묘년의 띠 동물인 토끼는 계수나무 밑에서 절구에 불사약을 찧고 있다는 달의 정령이기도 하다. 또한 토끼는 우리에게 친숙한 동물로 지혜ㆍ다산ㆍ풍요를 가져온다고 믿고 있다.

토끼해인 새해에는 모든 이들이 행복하고 더욱 번창하길 바라며, 우리 모두 신묘년 토끼해에 슬기롭게, 멋지게,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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