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의 마지막 주는 매우 슬프고 혼미한 일주일로 오랫동안 기억되는 한주가 될 것 같다.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보다 의사라는 직업의 속성상 많은 죽음을 경험하여 조금은 무덤덤할 것 같은 죽음이 어떤 상황에서는 뭉툭하게 가슴 아프며 슬프고 복합적인 심리 상태를 유발한다는 사실을 절감한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똑똑하다, 출중하다’는 수식어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고 그저 착하기만 하여서 큰소리 한번 내거나 눈을 크게 뜨는 것조차 본적 없어서 별명이 ‘천사표’인 절친한 친구가 일종의 혈액 암인 다발성 골수종이라는 병으로 수년간 투병하다가 타계하여 부모님과의 사별과는 조금은 다른 삶과 죽음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아쉬움과 후회가 없는 인생이 어디있으랴마는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에 좋은 모습과 그리운 기억을 두고 가는 사람이 훌륭한 인생이었다고 한다면 나는 지금까지 어떠한 삶을 보냈는가?

지난 시간들의 생각이 토막토막 느리게 돌아가는 영사기에서 나오는 슬로비디오처럼 착착 머릿속에 선명해지며 두렵고 부끄럽고 후회스런 순간이 너무 많아 정신이 아득하고 다시 그 순간이 되풀이된다면 같은 실수를 다시는 범하지 말고 앞으로의 삶에서는 접하는 모든 일상과 사람들에 대한 감사와 사랑과 정, 여유가 넘치는 순간순간이었으면 하는 간절한 기도를 하는 마음뿐이었다.

기업화된 장례식장의 한 구석에서 친구들과 붉어진 눈을 꾹꾹 찍어내면서 간간히 코를 훌쩍거리고 목을 꺽꺽 거리며 술잔을 비우다가도 맥없이 웃는 순간은 만감이 교차하는 시간이고  기억의 끝자락에는 아쉬움과 그리움만 남겨졌다.

장례식장을 오가는 많은 문상객들과 가족들을 보면서 사람을 세상에서 보내는 의식도 복잡하고 어려우며 망자가 그렇게 애달파하며 간구하던  삶은 찾을 수 없고 관례화된 생활의 일부가 아닌가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지난 호에 말씀드린 알츠하이머병에 이어 다음으로 흔한 혈관성치매에 대하여 말씀드리려 한다. 혈관성치매란 뇌혈관 질환이 누적되어 나타나는 치매를 총칭하여 말하는 것으로 고혈압, 당뇨병, 고지질혈증, 심장병, 흡연, 비만을 가진 사람에게 많이 발생하며 치매 환자의 10-20%를 차지한다. 또 10-15%에서는 혈관성 치매와 알츠하이머병이 같이 있는 혼합형 치매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침묵의 살인자라 불리는 고혈압이 가장 무서운 위험 요소이며 정상적으로 혈관 벽은 매우 말랑말랑하고 또한 투명하여 안에 돌아다니는 피가 다 보일정도이나 고혈압이 오래 지속되면 혈관 벽이 풍선이 늘어나는 것처럼 부풀게 되고 우리 몸에서는 늘어난 혈관이 터지는 것을 막기 위한 보상작용이 나타나는데 혈관벽의 근육층이 두꺼워지고 이런 근육층이 혈관 안쪽으로 발달하여 결국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게 된다.

큰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면 반신불수, 언어장애 등 당장 눈에 보이는 장애가 나타나지만 매우 작은 혈관이 막히면 손상되는 뇌세포의 양이 소량이기 때문에 눈에 띄지 않지만 이런 변화가 누적 되면 결국 치매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혈관성 치매는 손상된 뇌의 위치와 정도에 따라 증상이 나타나지만 알츠하이머병의 증세와 별반 다르지는 않다.

혈관성치매는 기억장애가 처음으로 나타나는 시기에 조기에 진단하여 치료하면 더 이상의 진행을 막을 수 있고 호전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치매 증상을 보일 때 보다 예후가 나쁜 퇴행성 치매로 단정하지 말고  병력을 자세히 확인하면 예전에 얼굴이 마비가 있던지 발음이 어눌해지던지 한 쪽 팔다리에 약한 마비가 있다가 금방 호전되었던 적이 있는 경우가 있으면 혈관성 치매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검사 및 치료를 시행하면 앞서 말씀드린 대로 더 이상의 진행을 막을 수 있고 호전되는 경우도 있다.

예방과 치료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혈압, 당뇨병, 고지질혈증, 심장병, 흡연, 비만을 가진 사람에서 위험 요인을 효과적으로 조절하여 뇌졸중의 위험도를 줄이는 것으로 말씀드릴 수 있다. (다음호에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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