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달력을 보면서 가장 먼저 눈길이 가는 곳이 빨간 글씨(빨간색 숫자)로 된 공휴일이다.

새해는 노는 날이 며칠이고 또 연휴가 몇 번인지 그리고 추석과 같은 명절이 일요일과 겹치지는 않았는지가 적잖은 관심사가 된다.

만약 토요일이나 특히 일요일에 다른 공휴일이 겹치기라도 하면 그 실망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솔직한 심정으로 많은 사람들은 휴일이 많기를 바란다.

일부에서는 우리나라는 일 년 가운데 쉬는 날이 너무 많아서 문제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또 이렇게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국가 공휴일을 줄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과연 그럴까? 일도 쉬어야 할 수 있는 것이며, 또 일하고 나면 휴식을 취해야 하는 게 마땅하다. 쉬는 것은 단순히 노는 것이 아니요, 다음 일을 준비하기 위한 단계이다. 쉬어야 일을 잘할 수 있는 법이다.

따지고 보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더 많이 먹고 노는 사람들은 먹고살기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일하고 있는 서민들이 아니라 오히려 먹고 놀아도 될 만큼 돈이 많거나 자신의 직업을 그만둬도 살만한 여력이 있는 사람,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사실 돈 있고 권력 있는 이들은 그냥 먹고 놀아도 돈이 굴러 들어오고 누워 있어도 밥 먹고 지낼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닌가! 먹고 놀아도 잘 사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자기들은 놀고 있으니 다른 사람은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만약 그들의 이익을 수행해 주는 노동자들이 게으르고 먹고 놀기만 하면 그들의 이익을 챙길 수 있는 도구가 없어지는 꼴이 된다. 따라서 자본가나 권력가들에겐 먹고 노는 날이 많으면 많을수록 당연히 걱정이 앞설 것이다.

사람은 물론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은 일하기 위해서라도 마땅히 쉴 줄도 알아야 한다. 쉬지 않고 일만 하다가 지치면 다음 일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어쩌면 열심히 일하는 이유는 좀 더 편히 쉬기 위한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나라는 공휴일이 전체 근무일과 비교하여 많은 편이 아니다. 1997년을 기준으로 1년 365일 가운데 빨간 글씨는 총 68일 정도였으며, 2010년에는 62일뿐이었고 2011년은 64일 정도다.

1년 가운데 아무리 많아도 70일을 넘지 못하니 1/5일 정도도 쉬지 못하는 편이다. 또 일하는 시간으로 볼 때, 대부분 직장에서는 주당 6일 근무에 하루 8시간씩 근무하고 있다.

그리고 말이 8시간이지 실제는 8시간 이상씩 일한다. 심지어 일요일에도 쉬지 못하고 특근에 잔업까지 해야만 하는 업체도 많으니 엄밀히 말해 우리나라 근로자는 놀 시간은커녕 쉴 시간마저 부족한 형편이다.

그런데도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가 공휴일이 많다고 말하곤 한다. 과연 그럴까? 2010년 기준으로 나라별 법정공휴일(토·일요일 이외에 따로 법으로 정한 기념일) 수는 영국이 8일, 미국·독일이 10일, 프랑스가 12일, 러시아는 14일, 일본이 15일, 중국·대만·홍콩은 16일이다. 우리나라는 법정공휴일이 14일이니 막상 다른 나라와 비교하여 결코 적은 편이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법정공휴일이 아니라 토요일이나 일요일까지 포함한 전체 공휴일이다. 대개 토·일요일은 포함한 전체 공휴일은 영국이 112일, 미국·독일이 114일, 프랑스가 116일, 러시아는 118일, 일본이 119일, 중국·대만·홍콩은 120일 정도이다.

우리나라는 주5일 근무(주40시간근무)를 적용하여 118일에 해당하여 많은 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공휴일은 매년 최소 3일, 최대 8일 토요일이나 일요일과 겹쳐, 실제 공휴일이 사실상 110일~115일로 줄어들어 2010년 실제 공휴일은 112에 해당, 결국 다른 나라보다 적은 편이다.

이에 비해 미국·영국은 공휴일을 요일로 지정하여 토요일이나 일요일과 겹치는 것을 방지하고 있어 실제 공휴일이 줄어들지 않는다. 일본·대만·홍콩·러시아는 다른 공휴일과 겹치게 되면 그 다음 날을 공휴일로 하는 대체휴일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렇게 외국과 사정이 다른데 외국의 수치만 가지고 우리와 비교하여 우리나라는 외국보다 노는 날이 많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알고 보면, 지금까지 뼈 빠지게 일해 온 사람이 노동자요, 꼭 일하기 위해 태어난 것처럼 살아온 사람들이 바로 우리 같은 서민들이었다. 이제는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사람답게 사는 것은 무엇인지? 과연 일만 하고 살아야 하는지? 조금 못살아도 사람답게 사는 것이 중요하고, 조금 덜 발전해도 여유 있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잘살기 위해서는 쉴 줄도 알아야 하며, 조금 못살아도 잘사는 게 중요하다. 말 같잖은 소리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저작권자 © 금강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