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한 외국 영화를 본적이 있다. 이 영화의 내용은 한 방송사에서 한 개인의 태어나면서 어른이 되기까지 일거수일투족을 촬영하여 방영하는 것이었다.

영화를 보았던 당시에는 정말 새롭고 독특한 주제를 다루었다고 생각하였으며, 재미있게 보기도 하였다.

하지만 요즘 언론이나 인터넷 등에서 ‘신상 털기’라는 단어를 들을 때 문득 이영화가 떠올랐던 이유는 왜일까?

다른 사람의 일상을 훔쳐보고 싶은 인간의 관음증, 개인의 자유 의지대로 되지 않는 세상, 타인의 인생마저 조작할 수 있는 능력, 인간의 존엄성이란 것은 우리 사회에서 보호받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

이 모든 논점들을 영화는 우리에게 던져주었다. 단지 새롭고 독득한 주제였던 그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일상이 되어버린 듯하다. 바로 몇 일 전 아마도 ‘지하철 막말남’ 이란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대충 내용은 이렇다. 지하철에서 젊은 사람이 다리를 꼬고 앉아있자 이를 본 노인이 이를 나물하자 노인에게 폭언과 욕설을 일삼은 일이 있었다. 누구나 이 영상을 보았다면 그 젊은이에게 한마디씩 했을 것이다.

젊은이가 백 번 천 번 잘 못한 것은 사실이다. 이 영상을 보며 젊은이에게 분노하지 않은 사람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사건이 있은 후에 일어났다.

한 시민에 의해 촬영된 영상은 일파만파로 인터넷 공간에서 퍼지게 되었고 불과 하루가 지나지 않아 이 젊은이의 신상정보가 인터넷 공간에 공개되기 까지 하였다.

또한 공개되는 과정에서 이 일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의 신상까지 공개되어 피해자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이런 신상 털기로 인한 피해는 이번만이 아니라 전에도 수 없이 많은 피해를 가져왔다.

지금도 관련 검색어를 검색해보면 개인 신상정보가 무자비하게 노출되어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이런 신상 털기라는 것을 하는지 의문을 가지게 된다. 이른바 네티즌 수사대라 불리는 이들이다.

이들이 신상 털기를 정의라 착각하고 계속해 오는 이유는 위에서 언급한 사건들을 법적으로 해결하려면 그 과정에서 긴 시간과 많은 노력이 요구되어지며, 실제로 법적인 처벌수위도 낮은 편이다.

하지만 위의 사건들의 경우 윤리적으로 크게 문제시되고 비난받아 마땅한 사건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현대의 법적 시스템을 신뢰하지 않으면서 네티즌 수사대가 생겨난 것이다.

물론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일종의 경종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를 가지고 당사자들의 개인정보와 주위 가족들의 정보를 파내고 인터넷에 퍼뜨려 한 사람을 매장시키는 행동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신상 털기로 인한 과도한 수치심 유발로 당사자는 감당하기 힘든 괴로움을 겪고, 때로는 극단적인 선택도 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진다.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에 살고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개인에게는 추구되어야 할 인권이 있으며 정당한 과정을 거쳐 법에 의한 심판을 할 것이다. 과정이 없는 정의는 폭력일 뿐이다.

네티즌들은 합리화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될 것이다. 성숙한 인터넷 윤리의 정립과 더 큰 피해를 입기 전에 네티즌들의 신상 털기는 이제 멈추어져야 한다.    

저작권자 © 금강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