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외과에서 흔히 보는 풍경하나를 소개할까 한다.

통증으로 눈물을 흘리는 어린아이 옆에 아이엄마가 잔뜩 겁먹은 채로 의사선생님께 질문을 한다. “선생님 우리아이 성장판은 안 다쳤나요?”

의사 선생님은 질문을 마치 기다렸다는 듯 의기양양하게 물어보지 않았으면 큰일이라도 날듯이 “예, 성장판이 골절되어 추후 뼈가 잘 안자랄 수 있으며, 다친 쪽과 안 다친 쪽 길이차이로 외관상 보기 흉할 수 있고 심하면 걸을 때 절룩거리는 경우도 있습니다.”라고 대답한다. 

이 말을 들은 엄마는 그 자리에서 대성통곡하거나 딴 병원에 다시 가봐야겠다고 소견서를 써달라고 한다. 드라마 시트콤처럼 흔히들 보는 정형외과 속 진료실 풍경이다.

이렇듯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성장판이란 무엇이고 왜 이토록 골절이 잘 일어나서 아이엄마의 속을 썩이는지 오늘은 성장판에 대해 알아보자.

성장판은 영어로 Growth Plate, 즉 성장이 이루어지는 판이다. 뼈의 양 끝에 위치하면서 지속적으로 골재형성이 이루어져서 뼈의 길이 성장이 이루어지는 중요부위다.

성장판 내에 있는 연골세포는 성장호르몬의 자극을 받아 분열, 증식하여 뼈의 길이 방향으로 정렬하여 기둥형태의 성장을 하게 되며, 이러한 연골세포에 뼈를 만드는 조골세포가 관여하여 무기질 침착을 일으키는 과정을 거쳐 뼈로 변화시킨다. 일반인에겐 너무 어려운 말이다.

앞서 한 말을 다시 알기 쉽게 설명할까 한다.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에 보이는 콘크리트나 대리석 기둥을 상상해보고 기둥위에 모래가 있다고 상상해보자. 기둥은 뼈이고 모래는 성장판인 것이다.

모래에 시멘트를 섞고 물도 섞고 자갈도 섞어서 점차 큰 기둥을 만드는 과정이 뼈가 길어지는 과정이다.  여기서 모래는 연골세포고, 시멘트는 뼈(조골)세포요, 물과 자갈은 칼슘과 무기질, 콜라겐이다.

멀리서 바라보면 콘크리트 기둥은 보이나 아직 콘크리트가 안 된 모래는 안보이듯, X-선에 연골세포인 성장판은 보이지 않고 주변의 뼈들만 하얗게 보여 성장판은 뼈 사이의 검은 선으로 보인다.

성장판이 닫혀 있다고 하는 것은 X-선상에 투과되어 검게 보이던 성장판이 완전히 골화돼 딱딱한 흰 뼈로 합쳐지는 것을 말한다. 즉 기둥위의 모래가 모두 콘크리트로 변해버리는 것이다.

이번엔 한 번 더 상상의 나래를 펴보자. 그리 큰 상상이 아니다. 그냥 콘크리트 기둥이 있고 콘크리트기둥위에 앞으로 콘크리트가 될 모래가 놓여있으며, 이 콘크리트 기둥에 지진이나 충격이 왔다고 생각해보라.

이것이 어린아이 뼈(콘크리트기둥과 기둥위의 모래)에 골절이 일어나는 모습을 다르게 표현한 것이다. 이럴 때 과연 콘크리트가 깨질 것인가? 콘크리트 위에 있는 모래가 깨질 것인가? 당연히 모래가 파손될 것이 뻔하다.

즉 어린아이 뼈에 충격이 오는 경우, 뼈가 파손될 것인가? 뼈 사이의 약한 연골조직인 성장판이 다칠 것인가? 당연히 성장판이 다치게 된다.

여기서 우리는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된다. 어린아이의 골절은 대부분 연골조직으로 되어 충격에 약한 성장판에서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내 아이가 재수 없어서 성장판을 다친 것이 아니고 대부분의 아이들이 성장판을 다친다는 사실이다.

오늘도 금쪽같은 아이가 성장판을 다쳤다는 말에 근심걱정 가득한 우리아이엄마에게 이렇게 말하면 어떨까? “어머님, 애들 뼈는 대부분 성장판에서 골절이 일어납니다. 왜냐하면 성장판이 충격에 약한 조직이거든요. 옆집 영수도 그랬고 순희도 그랬고 제 아들놈도 그랬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그 아이들 현재 잘 자라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모든 것을 운명에 맡기십시오.”

마지막으로 애들 뼈는 무궁무진한 치유능력(Remodelling)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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