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고도육성아카데미 일본 답사기

문유회랑(文遊回廊)

기온거리를 걷다보면 문유회랑에 닿는다. 문유회랑(文遊回廊)의 뜻도 모른 채 나는 문유회랑을 가고 있었다. 그런데 좋았다. 옛날로 돌아가는 것처럼...

▲ 문유회랑

문유회랑은 3개 부분(東山, 中京, 下京)으로 나누고 있는데 동산지역의 문유회랑은 청수사 주변지역에서 시작하여 三年坂(산녠자카)을 지나 二年坂(니녠자카) 그리고 기온(祈園)지구에서 가모가와 하천과 만난다. 이곳에서부터는 중경지역의 문유회랑이 시작된다.

문유회랑의 조성 및 기획주체는 (재)교토시 문화관광자원보호재단이다. 문유회랑에서 청수사로 오르는 골목길에는 게이샤 복장의 여인들이 있는데 이들은 관광객을 위하여 같이 사진도 찍고 거리의 모습을 고풍스럽게 보이기 위해 직업적으로 나와 있는 여인들인 것 같았다. 기온거리와 문유회랑을 걸으면 옛날로 돌아가는 느낌을 받는다. 이런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거리를 우리 공주에도 만들어졌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정재윤 교수는 “공주는 다른 지역을 카피해서는 안 된다. 공주지역 느낌을 가진 거리를 만들어야 공주가 산다. 그런 곳이 바로 기온거리와 문유회랑이다”라며 공주만이 가질 수 있는 거리가 조성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사카, 가나자와 지역
사천왕사(四天王寺, 시텐노지)

사천왕사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절이라는데 일본 최초의 절이라는 비조사(588년 창건)는 그럼 어떻게 된 것인가?

▲ 사천왕사 입구

이 사천왕사는 일본에 불교를 처음 들여온 쇼토쿠태자가 593년에 창건, 백제계 도래인 금강중광(金剛重光 곤고시게미스, 유중광)이 축조하였다. 비록 건물은 수세기에 걸쳐 여러 번 불타는 수모를 겪었지만 그런 일이 있을 때 마다 일본 정부는 절의 원래 디자인 그대로를 유지하도록 세심하게 복원시켰다.

오중탑, 쇼토쿠태자가 안치되어 있는 금당을 비롯, 불교에서의 낙원인 극락정토를 표방한 정원까지 어느 하나 매력적이지 않은 것이 없으며 보물관에는 값어치를 계산할 수 없을 만큼 귀중한 불교회화, 조각상, 경전 등 여러 종류의 보물을 접할 수 있다.

남대문, 중문, 오중탑, 금당, 강당이 남북 일직선으로 늘어서 있는 가람배치를 보이는데 이 가람배치는 전형적인 1탑 1금당 양식으로 백제불교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부여 능사는 사천왕사를 모델로 복원했다는데 사천왕사의 카피라는 비난을 듣고 있어 공주도 대통사를 복원 할 경우 이런 문제를 제대로 살펴야 한다는 설명을 들은 바 있다.

▲ 오사카역사박물관

오사카 역사박물관

 

나니와는 오사카의 옛 지명이다.

오사카 역사박물관 옆에 NHK오사카방송국이 있는데 이 방송국 건물 지하1층에는 실물의 나니와 궁터유적이 보존되어 있어 우리는 해설사와 함께 궁터유적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정말 이해하기 힘든 사실에 놀랐다. 고대 궁터 위에 방송국 건물을 지었다는 사실.... 그리고 지하1층 궁터유적 아래층부터는 건물 주차장으로 쓰고 있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

고대 왕궁 터를 지하 1층에만 보존하고 그 위아래는 건물과 지하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 방송국의 힘이 세기 때문일까?

▲ 지하 1층 니나와 궁터유적

오사카 역사박물관도 나니와 궁터위에 세워졌고 10층부터 7층까지 4개 층을 상설전시로 활용하고 있으며 층별로 다양한 역사 테마로 구성되어 있다. 오사카의 고대부터 현대까지 테마별로 관람할 수 있었다.

우리 일행도 10층부터 7층까지 차례로 내려오며 박물관을 견학했고 층계를 내려오다 보면 오사카성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비 내리는 오사카성이 아름답게 보인다. 사진 찍느라 분주하다.

가나자와 직인대학교(金澤職人大學校)와 시민예술촌(市民藝術村)

직인대학에 도착하니 대학 사무차장이 우리를 반기며 직인대학과 시민예술촌까지 안내하며 설명해 준다.

직인대학은 전통 일본목조건물 기술전승이 주목적이고 목수, 정원, 기와, 전통흙벽, 판금, 돌가공, 창살, 다다미분야 등의 재교육 현장이다. 연수생은 장인으로서 10년 이상의 경력이 있는 사람만 가능하며 본과(9과)와 수복전공(본과 3년 수료 후 입학)으로 나뉘어져 있고 수업료는 무료다.

▲ 직인대학 연수생들의 실습장

연간 운영비는 약 6,000만 엔이다. 현재 약 100여명을 배출했고 일본 전역에서 고건축물의 수리를 담당하고 있다. 대학에서는 일요일임에도 연수생들이 각 분야별로 실습수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직인대학 옆에 이어져 있는 가나자와 시민예술촌은 직인대학과 마찬가지로 가나자와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곳으로 1993년 다이와 방적공장이 폐쇄되면서 남은 9만 7,000㎡에 이르는 광대한 부지를 사들여 1996년 시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개방하였다.

비가 오는데도 시민예술촌 운동장에는 젊은이들이 축구 등을 즐기고 있었고 실내에서는 재즈키타, 고전북 등을 치며 실력을 닦고 있었다. 직인대학과 시민예술촌을 견학하면서 가나자와시는 시민들을 위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고 우리의 지방자치단체들이 벤치마킹해야 할 사항임을 깊이 느꼈다.

유노쿠니노모리(ゆのくにの森, 전통공예마을)

이곳에는 일본의 전통공예와 가가(加賀)의 문화를 소개하는 시설이 마련되어 있고 일본 내에서도 매우 희소한 전통공예들과 이를 제작하는 수준 높은 제작기술을 직접 살펴보거나 실제 체험할 수 있는 코너가 마련되어 있다.

주요시설로는 전통미술의 집, 유리공예관, 금박관, 과자의 집, 도자기관 등 분야별로 가옥이 형성되어 있고 그곳에서 만든 제품들이 진열 판매되고 있다.

우리는 이곳 어부의 집(漁師の館)이란 식당에서 전통음식으로 중식을 했다. 비가 내리는 유노쿠리노모리의 전통공예마을은 경관도 좋고 볼 것도 많고 상품들도 질도 높고 보기 좋았다. 입장료가 어른이 530엔(8,000원), 중고생이 420엔(6,300원)이다

가나자와성(金澤城)

멀리서 바라본 가나자와성은 6월인데도 지붕에 눈이 내린 것처럼 흰빛을 발하고 있었고 성 주변의 벚나무가 운치를 더해 준다.

에도시대 토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우두머리 가신이었던 마에다 도시이에(前田利家)가 이 지방에 들어 온 이래 14대 285년에 걸쳐 가가번(加賀藩)을 지배한 마에다(前田) 가문의 대저택이었고 1583년 건축된 이래 여러 차례의 화재로 재건축을 반복했다.

▲ 가나자와성

에도시대 가나자와성은 해자(垓子)에 둘러싸여 있었으며 총안 등을 외벽에 설치함으로써 외적의 침략에 대비한 요새 기능을 갖추고 있다. 지붕기와는 방화용뿐만 아니라 유사시 총알재료로 사용하기 위해 기와에 납을 섞었다고 한다. 그래서 지붕이 항상 흰빛을 내고 있다.

높이 17.34m, 3층 규모의 히시야쿠라 망루, 고주켄나가야 창고, 하이즈메몬쓰즈키야구라 망루는 1809년 건축된 건물의 원형을 2001년에 복원되어 개원했다.

21세기 미술관

2004년 10월 개관된 가나자와 21세기박물관은 ‘새로운 문화의 창조’ ‘새로운 지역진흥의 창출’을 목적으로 개설되었다.

세지마가즈요, 니시자와류가 공동 설계한 것으로 가나자와시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다. 건물은 UFO가 내려앉은듯한 원형, 벽면은 모두 유리창으로 되어 있으며 출입구가 4개로 도심의 공원 안에 있는 듯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1년에 100만의 관광객으로 300억 엔 이상을 벌어들이면서 가나자와 경제발전에 큰 공헌을 하고 있으며 개관 이래 입장객수가 650만 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미술관에서 공예미래파(工藝未來波, Art crafting towards the future)라는 특별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는데 사진촬영도 안되고 껌도 씹지 못하게 엄격하게 통제한다.

21세기 미술관 관람을 마치자 정재윤 교수님은 “21세기 박물관을 답사코스에 넣은 것은 전통의 발전적 계승과 문화의 세대 간 공유가 어떤 것인가를 보여주기 위해서이며 전통의 발전적 계승만이 공주의 살길이고 옛 것만을 고수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 21세기 박물관 주변 잔디밭

호텔로 돌아오며 그동안 느낀 점을 조별로 발표했다. 대부분 고도육성아카데미에 참여 할 수 있어 감사했고, 답사여행으로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으며, 내가 살고 있는 공주에 대해 그동안 무지했고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가나자와, 나고야 지역

야마노유호텔의 아침이 밝았다. 햇살이 눈부시다. 조식을 마치고 짐을 꾸렸다. 호텔 현관의 버스에 오르니 기모노 차림의 종업원들이 나란히 서서 ‘사요나라’를 외치며 손을 흔든다. 대부분 나이 드신 분들인데 친절이 몸에 배어 있다.

야마노유 호텔, 초창기에는 객실 손님이 많아 나이트클럽, 바라운지, 가라오케살롱, 댄스룸 등 각종 유흥시설을 갖추고 있었는데 지금은 유흥시설 대부분이 폐쇄되어 있다.

이제는 편백나무 향을 맡으며 온천욕을 즐기는 관광객들이 찾는 조용한 호텔로 변해 있었다. 오히려 처음부터 이렇게 조용한 산중 호텔로 운영하는 것이 제격이 아니었을까? 그런 호텔을 떠난다. 다시 찾고 싶어지는 온천호텔이다.

▲ 사와카라코의 숭어

시라카와코(白川鄕)

 

1995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기후현(岐阜縣)의 시라카와코(白川鄕)이다.

이곳은 겐지(源氏)가문에 패한 헤이지(平氏)가문의 몰락한 무사가 산간지역으로 도망 와 세운 마을이라 하는데 갓쇼주쿠리 지붕은 에도시대부터 시작된 양잠을 위해 지붕 안에 선반을 설치한 것이 시초라 한다.

전통초가를 잘 보존하고 있는 마을 백천향(白川鄕), 우리나라의 민속촌, 안동하회마을, 낙안읍성, 외암마을 같은 느낌을 주는 곳이지만 자연환경이 너무 아름답다. 길옆 개울에는 송어가 살고 있고 개울마다 잉어가 노는 모습이 보인다. 마을 전체가 너무 깨끗하다.

기념품 등을 파는 상점이 곳곳에 있지만 마을은 조용했고 집안의 애완견도 마루위에서 낮잠을 즐기는데 관광객이 지나가도 미동도 않는다. 마을 이정표에는 한글로도 안내를 하고 있어 우리 관광객이 많이 다녀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4박5일의 답사일정을 모두 마치고

이렇게 제5기 고도육성아카데미의 일본답사는 무사히 끝이 났지만 많은 것을 느끼게 했다. 이번 답사에서 우리가 해야 할 몇 가지를 적어본다.

● 백제와 백제인은 일본 역사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일본역사의 한 축이 되고 있다.

● 일본의 중요 문화유적은 대부분 백제와의 연관성을 가지고 있고 잘 보존관리 되고 있으며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가 이루어지고 있다.

● 고도육성아카데미의 답사지 선정은 잘 되었으며 답사지로부터 보고 느낀 것은 고도 공주를 가꾸어 나가는데 비교자료(사례)로 활용되어야 한다.

● 공주가 64년의 찬란한 백제역사와 확고부동한 고증 자료를 가지고 있음에도 이를 활용한 스토리가 없고 세계적으로 내 놓을 만한 문화관광 콘텐츠를 개발하지 못 했다는 것을 자각하게 된 답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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