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에너지가 넘쳐서 가끔 혼자 몰래 ‘에너자이저’라는 별칭으로 부르곤 하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의 생활전반에서 묻어나는 긍정적 가치관의 근원, 즉 긍정 에너지의 원천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떠오른 단어가 ‘여유’다.

일분일초를 다투며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 속에서 문득 문득 여유로울 수 있다는 것은 커다란 축복이다. 그 축복을 욕심껏 누리고 사는 ‘에너자이저’의 여유는 취미생활이다.

직장생활과 공부를 병행하면서도 취미생활 또한 게을리 하지 않는 것, 아마도 그것이 생활에 윤택함을 더해주고 그로 인해 마음의 상태가 여유롭고, 또 그로 인해 긍정의 에너지가 넘쳐나게 되는 것일 게다.

‘에너자이저’ 친구와 함께 하는 취미생활 중 하나가 커피 공부다. 커피 마시기를 즐기다 보니 커피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지고, 좀 더 맛있는 커피를 내려 마시고 싶어 함께 커피에 대해서 배우게 되었다.

이왕에 마시던 커피지만 그냥 습관적으로 마시는 것이 아니라, 좋은 원두를 구해서 정성껏 잘게 갈아서 내리고, 내린 커피를 향으로, 맛으로, 분위기로 마시다 보니 커피 한 잔 마시는 시간조차 여유로운 삶의 한 부분이 된 것이다.

다양한 종류의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좋은 커피 하우스가 있다고 해서 제법 먼 곳에 있는 커피 하우스를 찾아가는 것, 그것도 취미생활에 포함시키기로 하고 길을 나서던 날! 초등학교 때 소풍가는 날, 설레서 잠이 들지 못하고 뒤척이던 때 이후 처음으로 설레서 한 시간 간격으로 잠이 깼다.

비즈니스로 움직일 때는 고속도로를 이용하지만, 여행할 때는 국도가 훨씬 좋다는 내 의견에 ‘에너자이저’ 또한 예전부터 국도 여행을 선호한다고 화답한다. 얼씨구! 출발부터 우리는 같은 마음이다. 요사이 잦은 비로 나무들은 말갛게 몸을 씻고 짙푸른 초록으로 우리를 맞이한다.

위쪽 지방으로 올라갈수록 부드러운 활엽수로 덮여있던 산들은 날카로운 침엽수로 바뀌고, 부드러운 곡선의 산등성이도 웅장한 직선으로 서서히 변해간다.

한반도가 미국이나 중국, 러시아처럼 면적이 넓은 나라들에 비하면 작은 나라지만, 싱가포르나 홍콩 같은 도시국가들에 비하면 나름 큰 나라라고 하더니, 이렇게 국도를 따라 위쪽 지방으로 올라가다보면 지방마다 미묘한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된다.

잠시 휴게소에 들러 나오는데 자동차 위에 묘한 물건을 발견한다. 요놈이 무엇인고? 제법 한참 동안 들여다보다가 우리는 폭소를 터뜨린다. 누군가 껌을 씹다가 뱉어서 얌전히 남의 자동차 위에 얹어둔 것이다. 마치 깊은 산속 어딘가에 돌탑을 쌓듯이...... 누군가의 소망을 우리는 휴지에 싸서 쓰레기통에 버리고 다시 출발한다.

우리가 찾던 커피 하우스는 시골 농로를 따라 농장들과 사이좋게 자리하고 있다. 주차장 벽에 수줍게 표시해둔 화살표를 따라 들어서니 갓 구운 빵 냄새에 허기를 느낀다. 샌드위치와 신맛이 도는 커피를 곁들인 점심 식사는 우아하다.

젊은이들이 연신 눌러대는 카메라 셔터 소리, 도란도란 나누는 정겨운 이야기 소리, 향긋한 커피 내음, 고소한 빵 내음, 곳곳에 보이는 다양한 커피 도구들! 눈과 코와 귀와 입이, 온 몸이, 온 마음이 즐거운 시간이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다음의 여유를 기대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소나무와 잣나무로 울창한 산림과 옥수수, 수수, 고랭지 배추, 양배추 등으로 푸르른 밭이 어느새 멀어지더니, 밤나무와 소나무가 뒤섞인 얕은 산자락이 가까워지고, 초록에서 황금색으로 서서히 옷을 갈아입는 논에서 때 이른 벼이삭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향긋한 빵과 시큼한 커피로 몸은 나긋나긋해지고, 푸른 초목과 맑은 공기로 마음은 다시금 싱싱해진다. 거기에 가장 중요한 것, ‘에너자이저’와 함께 하는 시간까지 더해지니 긍정의 에너지가 퐁퐁 솟아오른다.

친구의 긍정 에너지가 ‘여유’에서 오는 것이라면, 나의 긍정 에너지는 ‘친구’에게서 오는 것이다. 친구의 여유까지 함께 하게 되니 나는 곱절로 즐거울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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